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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떨쳐야 ‘수능 대박’ … 오답 확인할 시간에 차라리 산책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11-14 16:27:51
  • 수정 2020-09-13 15: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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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약·약물은 역효과, 복식호흡·명상 심신 안정에 도움 … 오전 6시 기상, 점심은 가볍게
수능시험 직전까지 바짝 공부하겠다는 생각에 수면시간을 줄이고 에너지음료나 커피 등을 과잉 섭취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짜증이 심해져 집중력이 저하될 수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6일, 포항 지진으로 23일로 연기)이 어느 새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험생들의 긴장감과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시험에 대한 중압감으로 수능 당일 호흡곤란을 호소하거나,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자주 화장실을 가는 수험생들이 적잖다. 적당한 긴장감은 집중력 향상에 도움되지만 지나치면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불안, 초조, 우울감은 숙면을 해치고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이다. 해외 연구결과 과도한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기억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의 크기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을 코 앞에 둔 현 시점에선 시험날까지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감을 유지하고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간은 익숙한 것을 수행할 때 최상의 컨디션이 나오는 법”이라며 “잠을 일정하게 자야 하듯 먹고 쉬는 것도 평소와 같은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체력증진 혹은 학습능력 향상을 이유로 그동안 먹지 않았던 약물이나 한약 등을 복용하면 신체의 항상성이 무너져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담배나 커피 등은 일시적인 각성효과를 나타내지만 건강에 해롭고 뇌를 비롯한 신체의 순환에 악영향을 끼친다. 수능까지 바짝 공부하겠다는 생각에 수면 시간을 줄이고 에너지음료나 커피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거나 짜증이 심해지면서 집중력이 저하될 수 있다. 또 불안함을 억누르기 위해 평소 먹지 않았던 우황청심원이나 총명탕, 장어탕 등을 먹었다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겨 시험 당일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우황청심원은 시험 당일 마음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다급하게 찾는 가장 흔한 한약으로 다량은 물론 소량이라도 복용하면 졸림, 뇌기능저하, 소화불량 등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 체질에 따라선 오히려 심장이 더 두근거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총명탕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장어탕 등은 고단백식품으로 스태미너 개선에 도움을 주지만 소화가 안 되거나 더러 상한 것을 먹을 경우 설사가 날 수도 있다. 

가족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단 부담을 주거나 부모의 요구사항만을 늘어 놓으면 역효과만 날 뿐이다. 이문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부담은 긴장을 낳고 긴장은 뇌기능을 떨어뜨린다”며 “특히 타인과 비교하는 태도는 불면증,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어 수험생의 장점에 초점을 맞춰 긍정적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험이 이틀 남았는데 잠을 갑자기 줄이거나 반대로 너무 많이 자면 시험날 문제를 풀 때 졸음이 올 수 있다. 시험 당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총정리를 한 뒤 시험장에 가겠다는 생각도 버리는 게 좋다. 벼락치기를 이유로 밤을 새거나 학습량을 갑자기 늘리는 것은 역효과를 부를 뿐이다. 

뇌 활동은 기상 후 2시간 후부터 활발해지므로 수능 당일엔 오전 6시 정도에 기상해야 한다. 정 교수는 “마음의 여유가 많을수록 집중력이 높아진다”며 “고사장에 딱 맞춰 가지말고 15~30분 일찍 도착해 미리 화장실을 다녀온 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시험을 망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없애고 대범한 마음으로 자신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불안감을 가장 손쉽게 줄이는 방법은 명상과 복식호흡이다. 시험 시작 10분 전 지긋이 눈을 감은 상태에서 배로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면서 숨을 고르면 긴장을 완화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된다.

시험 당일 아침식사와 점심식사는 특별한 음식보다 영양죽, 오믈렛, 두부 등 소화하기 쉬운 형태의 음식이나 수험생이 평소 먹던 음식을 먹는 게 좋다. 도시락은 평소 즐겨 먹고 자극이 적으며 소화되기 편한 반찬 3~4가지로 꾸리는 게 바람직하다. 흔히 도시락으로 싸는 김밥은 추운 날씨 탓에 금방 차가워져 굳는데 긴장 상태에선 체증이나 더부룩함을 유발할 수 있다. 김밥에 들어가는 정제염과 인공첨가물이 뇌세포 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휴식 시간에 먹을 초콜릿이나 에너지바 같은 간식도 챙겨두는 게 좋다.

굶거나 과식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배가 부를 정도로 음식을 먹으면 긴장감이나 불안감 등 정서적인 요인과 겹쳐 소화기장애를 유발하고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식사 후 살짝 배 고픈 정도가 뇌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적합하다. 

이미 지나간 문제는 빨리 잊고 ‘내가 틀린 것은 남들도 틀렸다’는 생각으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정석훈 교수는 “고사시간이 끝날 때마다 오답에 대해 미련을 가지면 두통, 짜증, 집중력장애 등이 나타나고 이게 반복되면 장기기억이 저장된 대뇌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쉬는 시간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좋다. 맨손체조나 산책을 하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암기했던 내용을 상기하는 게 피로 해소와 문제풀이에 유리하다. 

수능이 끝나도 심신의 고단함은 여전하다. 해방감 못잖게 성적에 관계없이 허탈감에 빠지기 쉽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생활패턴이 방만해지면서 일시적인 우울감이 나타날 수 있다. 초조함, 신경과민, 저조한 시험성적에 따른 우울감과 자기비하 등이 지속되면 자칫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부모의 높은 기대와 욕심 탓에 동기 없이 공부에 매달린 학생일수록 자존감이 낮아 성적이 제대로 안나올 때 받는 우울감과 상실감이 훨씬 크다. 

이문수 교수는 “아이가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며 “평생을 함께해 온 부모의 한마디는 언제나 중요한데 은연 중 자녀에게 성적과 진학에 대한 부담을 주는 게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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