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약 4개월 동안은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과 취업준비로 분주한 대학생에게 인생전환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수험생은 갓 성인이 됐다는 들뜬 기분에 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 자유로워 싶어하고, 자신의 외모부터 변화를 꿈꾼다.
수험생 중 일부는 졸업을 앞둔 겨울방학부터 대학교 입학 전까지 긴 기간을 활용해 눈·코성형부터 양악수술에 이르는 미용성형수술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런 심리를 노려 미용시술 병원들은 고객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각종 이벤트를 진행, 병원 로비가 북새통을 이루게 된다.
대학생 전미성 씨(23·여)도 겨울방학을 이용한 광대뼈수술을 계획하고 서울의 모 성형외과에 상담 예약을 잡았다. 막상 방문하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는 바람에 예약에도 불구하고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게다가 긴 기다림 끝에 만난 담당 의사와의 상담은 고작 10분 남짓이었다. X-레이 촬영 등 사전검사에 헛돈만 쓴 것 같아 언짢았다.
수능시험을 앞둔 이진경 양(19)은 평소 사각턱에 심한 콤플렉스가 있어 수능시험이 끝난 뒤 바로 안면윤곽수술을 받고 싶어한다. 병원을 알아보던 중 수능 후 수험표를 지참하거나 고3을 증명할 수 있는 학생증을 지참해 친구와 동반해 함께 오면 같은 부위를 한 사람의 가격으로 같이 수술해 준다는 수험생 할인 이벤트가 눈에 띄었다. 이에 마음이 혹해 사각턱이 심하지도 않은 친구에게 ‘넌 나보다 더 턱이 네모나다’며 성형 동참을 부추겼지만 친구들은 시험도 끝나지 않은 판에 이기적인 행동을 보인다며 등을 돌렸다.
서울턱치과 강진한 원장(치의학박사)은 “양악수술(턱교정수술)과 같은 얼굴뼈수술은 단순히 얼굴이 작게 만들고 싶다고 해서 무턱대고 받을 수 있는 성형 개념의 수술이 아니다”며 “턱뼈는 구강 및 비강 기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한 검사와 상담만으로는 수술 방향을 정확히 잡을 수 없고, 대부분 치아교정도 함께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진한 원장은 “청소년에서 사회초년생으로 넘어가는 고3 및 대학 신입생 시절에는 어른들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해져 사고력과 판단력이 흔들려 주변의 이야기에 쉽게 넘어가기 마련”이라며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주변의 낭설에 혹해 휩쓸리기보다는 먼저 경험한 선배나 어른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자기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는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성형시술을 결정하거나, 이벤트에 혹해 병원을 선뜻 선택했다간 평생 상처로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