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스몸비’가 늘어나고 있다. 스몸비(smombie)는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길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을 넋 빠진 시체 걸음걸이에 빗댄 신조어다. 최근 이같은 스마트폰중독이 정신건강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민경복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와 서울대보건환경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스트레스, 우울, 불안감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스마트폰중독의 발생 위험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스마트폰중독은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몰입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과의존 상태를 의미한다. 지난해 한국정보사회진흥원 SAPS(스마트폰중독척도) 조사결과 국내 청소년 30.6%, 성인 16.1%가 스마트폰중독이었다.
연구팀은 2016년 대학생 608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과다 사용과 우울, 불안, 자살생각 및 주관적 건강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어 스마트폰중독을 진단하는 일상생활장애·가상세계지향·금단·내성 등 4가지 요인과 심리불안, 주관적 건강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할 위험은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사람이 2.19배, 지난 1년간 우울과 불안감을 경험한 사람은 1.91배, 자살생각(자살사고)을 경험한 사람은 2.24배 높았다. 또 자신의 건강이 나쁘다고 인식한 집단은 과다사용 위험이 1.98배, 주관적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점수(EQ-VAS)가 가장 낮은 그룹은 높은 그룹보다 2.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등 정신심리적 증상은 뇌기능에 영향을 미쳐 자기통제와 충동조절을 저해한다. 호르몬 변화도 대뇌 보상회로에 관여하는 대뇌 부위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작용해 스마트폰 과다사용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스마트폰중독이 알코올이나 마약 등 물질중독과 같은 기전으로 발생하고 위험도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민경복 교수는 “사회심리적 요인 외에 불안감, 지속적인 스트레스, 극단적인 자살생각 등이 스마트폰 과다사용의 위험요인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연구는 건강이 나쁘다는 인식 자체가 스마트폰 과다사용과 연관된다는 것을 새롭게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삶의 필수품이지만 과다사용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스마트폰중독 예방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 분야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정신건강 저명 학술지인 ‘정신건강(Journal of Mental Health)’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