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성공체험 통해 마음근력 키워야 … 실패 극복하는 회복탄력성 중요
타고난 지능, 성격, 경제적 수준 등이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고 믿는 결정론적 패배주의자가 최근 부쩍 늘었다. 하지만 지능이 높더라도 업무성과나 시험성적이 시원찮거나, 반대로 지능은 평범한데 항상 최고의 성과를 거두는 사례는 주위에서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이로 인해 교육학·심리학 전문가들은 지능 외에도 가정환경, 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 등 변수들과 성취도의 관계를 입증하려 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세계에서 ‘그릿(GRIT)’, 이른바 ‘마음근력’이 성공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그릿은 성장(Growth through), 회복탄력성(Resilience), 내재적동기(Intrinsic motivation), 끈기(Tenacity)의 첫 글자를 합친 합성어로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2013년 앤젤라 더크워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의 강연 이후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저서 ‘그릿’에서 ‘성취=재능×노력²’이라고 강조했다. 평범한 지능이나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자발적인 열정을 갖고 끝까지 노력하면 최고의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릿을 기르려면 관심사를 성과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꾸준히 연습 및 실천하면서 성취도를 높여나가야 한다. 처음부터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기보다는 작은 성공 체험을 차근차근 쌓아 나가는 게 좋다. 혹시 실패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과 끈기,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 담대함도 필요하다.
또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원인을 노력에서 찾아야 한다. 성과가 성적이 좋을 땐 ‘참 잘했어’보다는 ‘많이 노력했구나’, ‘너는 타고났어. 마음에 든다’는 표현 대신 ‘열심히 배우는구나. 마음에 든다’ 식으로 칭찬해줘야 한다.
반대로 실패한 경우 ‘왜 이렇게 밖에 못해’가 아닌 ‘결과가 안 좋았네. 어떤 식으로 노력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보자’는 식의 피드백을 보여주는 게 좋다.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다. 공부나 특정 행위를 강압적으로 시키거나 금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자기가 원해서 행동으로 옮겨야 동기가 부여되고 집중력이 향상된다.
원활한 대인관계는 그릿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실패하거나 힘들 때 손익을 따지지 않고 격려와 조언을 해주는 가족, 친구, 선후배가 있다면 심리적 충격을 받았을 때 원래 상태로 회복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강해진다. 덕분에 그릿이 강한 사람은 대부분 자존감도 높다. 자존감은 부모, 친구, 직장 선·후배와의 대인관계와 ‘걱정하지 마라’, ‘행복해질 수 있다’, ‘실수해도 괜찮다’는 응원에서 꽃핀다.
힘들거나 지칠 때 자책하는 말과 행동 대신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고, 평소 감사하게 느꼈던 마음을 글로 적는다면 스트레스에 대한 완충력이 강해진다.
김은주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마음근력이 강하면 어려움이나 실패를 겪어도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며 “의욕을 잃고 우울감을 느끼거나, 감정조절이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때 마음근력을 키우면 마음 상태를 개선하고 성취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그릿이 끈기 또는 투지라는 미명 아래 청년층의 ‘열정페이(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젊은이들의 열정과 노동력만 요구한다는 신조어)’를 종용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경쟁 일변도, 인간성 상실의 사회에서 그릿을 통해 심리적 무장을 강화하는 것은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