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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3개월마다 병원 쫓겨나는 재활난민, 해법 두고 의료계 ‘내홍’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10-10 19:40:10
  • 수정 2017-10-12 18: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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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 입원시 수가 삭감돼 퇴원 종용 … 정부 시범사업 제외 요양병원 ‘불만’

뇌졸중 등 중추신경계질환이나 교통사고 외상으로 발생하는 척수장애 같은 후유증은 최대한 빨리 재활치료를 해야 일상 복귀를 앞당길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열악한 재활치료 인프라 탓에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평생 장애를 달고 사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현재 약 7만여명의 재활난민이 방치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는 연간 2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활난민’, ‘재활유목민’ 감소를 위해 정부는 회복기 재활치료를 전담하는 의료기관을 지정하고, 해당 기관에 인센티브 등을 지급하는 재활병원 지정 시범사업에 나섰지만 실효성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그동안 재활치료의 한 축을 담당해왔던 요양병원이 시범사업에서 제외됨으로써 일선 요양병원들의 불만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재활치료는 최소 6개월 내지 1년 이상 꾸준히 받아야 하지만 입원 후 2~3주가 지나면 퇴원하라는 강요를 받기 일쑤다. 이는 장기입원 환자가 많을수록 병원에 불리한 ‘입원료 수가 체감제’가 원인이다.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의 입원기간이 보름을 넘기면 차후 병원이 받게 될 진료수가가 10%, 한달이 지나면 15%, 3개월이 지나면 절반이 삭감된다.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지만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 입장에선 시기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같은 문제로 재활환자의 상당수가 일반병원을 거쳐 요양병원으로 향한다. 요방병원은 일반병원과 달리 일당정액제가 적용돼 장기입원에 따른 입원료 삭감이 없어 병원과 환자 모두 부담이 적다. 하지만 대부분의 요양병원은 장비와 인력 문제로 질병 말기 유지치료만 가능해 후유증 예방을 위한 입원 초기 급성기 재활치료 인프라는 매우 열악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국내에서 전문적인 재활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은 전국에 3000병상 정도로 일본(7만5000병상)의 2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활의료계는 ‘회복기 재활치료 수가’를 신설하고 재활 전문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재활 환자에 한해 ‘90일 입원료 삭감’을 적용하지 않고, 환자퇴원평가 등을 도입하면 장기 입원환자 양산 같은 도덕성 해이나 과잉진료 우려 없이 빠른 회복과 퇴원을 유도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방법론 면에서 병원내 한 개 병동을 재활병동으로 운영하는 ‘병동제’와 재활치료 전담 의료기관을 지정하는 ‘기관제’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재활환자 비중이 높은 요양병원과 일부 대학병원, 재활의학학회는 병동제를 지지한다. 이들은 한 개 병동을 ‘재활병동’으로 바꿔 통합의료라는 이름으로 치료와 재활을 병행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요양병원의 경우 재활치료수가가 일당정액제 외에 별도로 인정되므로 수익성이 좋은 측면이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재활병원으로 전면 전환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활의학회 관계자는 “재활의료 인력이나 의료기관은 지금도 충분하며 오히려 전국 재활의료 병상 수가 오버되는 실정”이라며 “환자와 의료계의 요구에 맞게 수가를 책정한다면 현재 시스템 아래에서 재활치료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와 전문 재활병원들은 재활난민 해소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급성기·회복기 재활치료’로 요양병원에서의 재활치료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 재활기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복지부 관계자는 “많은 요양병원들이 재활 환자를 받고 있지만 입원 초기의 급성기·회복기 재활치료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본처럼 재활 전문의료기관이 급성기(초기 재활 14일 이내)·아급성기(30~90일)·회복기(30∼180일), 요양병원은 유지기(180일 이후) 재활을 전담하고 각각 수가를 다르게 책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구 대한재활병원협회 의무이사도 “단순히 일부 병동을 재활치료 병동으로 할애하고 관련 수가를 신설한다고 해서 재활난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재활 전문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 시범사업 대상에서 요양병원이 제외된 것도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29일 복지부는 국립재활원(서울), 린병원·휴앤유병원(경기),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부산), 호남권역재활병원(전남 광주), 강원도재활병원(강원), 제주권역재활병원(제주) 등 7곳을 시범사업 참여기관으로 선정하고, 2018년 12월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들 기관은 입원료 수가 체감제가 적용되지 않고, 뇌손상·척수손상·근골격계·절단 등 질환 환자는 최대 6개월간 집중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향후 치료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 방안을 도입하고, 퇴원 후에도 지역내 재활 등 복지 자원과 연계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평가에서 지정 기준에 다소 미흡했던 명지춘혜병원, 청담병원, 분당러스크재활전문병원, 로체스터병원, 브래덤병원, 맥켄지화명일신기독병원, 워크재활의학과병원, 해운대나눔과행복병원, 큰솔병원, 남산병원, 청주푸른병원, 다우리병원 등 12개 병원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오는 11월말까지 기준을 완비하는 조건으로 재심의를 받아 추가 선정 여부가 확정될 예정이다.

시범사업 선정을 기대했던 요양병원들은 상당히 실망한 눈치다. 서울 N 요양병원 관계자는 “일본과 같은 급성기·아급성기·유지기를 각각 전담할 의료기관이 부족하고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활병원을 만들면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재활치료 후 집으로 돌려보내는 가정복귀율에 따라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가정복귀율로 평가하면 병원이 치료가 쉬운 환자만을 골라 받을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일본은 병원들이 재활치료가 쉬운 환자만을 받지 못하도록 전체 입원 환자 중 중증 환자를 일정비율 이상 받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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