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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담배 과세 논란 … 민간기업에 휘둘리는 정부·국회, 소비자는 ‘혼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9-28 09:19:51
  • 수정 2021-06-25 16: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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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립모리스, 해외 과세율 허위자료 제출 의혹 … 日과 비슷한 80% 책정 논의, ‘괘씸죄’ 100% 부과 주장도
과세 논란의 중심에선 필립모리스코리아의 가열담배 ‘아이코스’

‘아이코스(필립모리스코리아)’와 ‘글로(BAT코리아)’ 등 가열담배의 과세 논란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세수결손 방지’를 주장하는 세금 인상 찬성 측과 ‘소비자 부담 가중’을 이유로 재논의를 요구하는 반대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담배제조사인 필립모리스가 세금 인상을 막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해외 주요국 일반담배 대비 가열담배 과세율’ 관련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과 정부는 민간기업에게 사실상 농락당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고, 필립모리스는 신인도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지난 5월 출시돼 가열담배(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선점한 아이코스는 담배를 직접 태워 연기를 마시는 일반담배와 달리 ‘히츠’로 불리는 고체담배를 최대 350도 고온으로 쪄서 나오는 증기를 흡입한다. 히츠 한 개당 니코틴 함량은 0.5㎎이며, 모양은 일반담배와 거의 비슷하다.


기존 시판되던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이나 연초 고형물을 사용해 니코틴 용량이나 고형물 무게에 따라 과세 정도가 결정됐다. 하지만 가열담배는 궐련(종이로 말아놓은 담배)을 전자기기에 끼워 태우는 새로운 방식이라 명확한 과세 기준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5월 2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아이코스처럼 전자기기를 이용해 연초 고형물을 흡입하는 가열담배는 전자담배로 분류하도록 관련 시행령을 개정했다. 가열담배가 일반 연초담배와 다르다는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다. 행자부는 가열담배가 연소 과정에서 연기를 발생시키지 않고 열을 가하기 위한 전자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근거해 일반담배와 다르다고 해석했다. 

현재 일반담배 한 갑에는 담배소비세 1007원, 건강증진부담금 841원, 개별소비세 594원 등을 포함해 총 2914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가열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정부 시행령에 따라 각각 담배소비세 528원, 건강증진부담금 438원, 개별소비세 126원 등 총 1348원으로 일반담배의 50∼60% 수준이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일반담배와 같은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과세 논란이 재점화됐다. 박인숙 의원실 관계자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 특혜는 문제가 있다”며 “낮은 세금에 따른 수익은 대부분 로열티나 배당금 명목으로 담배제조 업체 본국으로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광림 의원 측은 “국민 지갑에서 나와 세수로 들어가야 할 돈이 외국 담배회사로 흘러나간다는 게 요지”라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점유율이 1%p 상승할 때마다 연간 500억~600억원의 세금이 손실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점유율이 10%까지 올라가면 연간 5000억원의 세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아이코스 점유율은 서울 기준 5%를 넘어선 상황이다.

새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아이코스에 지방세 479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403원, 개별소비세 468원 등 총 1350원의 세금이 추가로 인상된다. 한 갑에 4300원인 ‘히츠’ 가격은 6000원 후반대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기재위 산하 조세소위원회도 궐련형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와 동일한 수준으로 과세하는 게 적절하다고 합의하면서 세금 인상은 순조롭게 진행되는듯 했다. 하지만 지난 8월 23일 열린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조경태 기재위원장(자유한국당)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처리를 보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제동이 걸렸다. 상임위원장이 법안 의결을 거부하면 본회의 직권상정 외에는 처리할 방법이 없다. 여야 간사가 합의하고 소위에서 통과한 법안을 위원장이 처리를 미룬 것은 이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립모리스가 기재부에 제출한 ‘해외 주요국 일반담배 대비 가열담배 과세 비율’ 자료가 파장을 몰고 왔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은 일반담배 대비 가열담배의 세율이 한국(52.3%)보다 낮았다. 러시아가 57%,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46%, 이탈리아가 40%, 뉴질랜드 38%, 그리스 35%, 일본 30%였다. 일부 의원은 이 자료를 근거로 “세율 인상은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하지만 기재부가 일본 등 일부 국가에 직접 조사관을 파견하거나, 현지 정부에 이메일로 문의하는 방식으로 확인한 결과 대부분 국가의 과세 비율이 필립모리스 측 제출자료와 상이했다. 그리스는 91.5%, 포르투갈 83.1%, 일본은 81.6% 등으로 한국보다 훨씬 높았다. 이로 인해 필립모리스 측이 자신들에 유리하게 왜곡된 자료를 제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필립모리스는 “일본의 과세 비율은 공란으로 제출했는데 기재부에서 자체적으로 파악한 것 같고, 그리스나 포르투갈의 경우 기재부와 조사 기준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재위원장인 조경태 의원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졌다. 기재위 위원들은 조 위원장에게 필립모리스가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긴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방치 또는 허용한 것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해당 자료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의 요청에 따라 기재부에서 배포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이 “기재부에 문의한 결과 그런 자료는 제출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반박해 의혹만 증폭됐다.

결국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누가, 어떻게, 왜 배포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재위 일각에선 이번 자료 제출 의혹, 과세 개정안 보류 건의 진상조사를 위한 감사원 감사청구 또는 국정감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열담배 과세안은 오는 11월이 돼서야 세법개정 심의를 통해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획재정부와 기재위는 일본의 사례를 참조해 일반담배 대비 가열담배의 과세 비율을 80% 수준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일본내 아이코스 시장점유율은 5% 남짓으로 한국과 비슷한 실정이며, 가열담배에 일반담배 81.6%의 과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각에선 허위자료를 제출한 필립모리스에 ‘괘씸죄’를 적용, 일반담배와 같은 수준의 과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동안 담배 제조사와 흡연단체 등은 가열담배의 경우 담뱃잎을 직접 태우지 않아 유해물질이 기존 담배보다 90%가량 적어 일반담배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가열담배에 일밤담배와 똑같이 과세하는 해외 국가는 없다”며 “세금을 올릴 경우 신규 산업 분야인 가열담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것은 물론 세금 인상에 따른 모든 부담이 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연 전문가들은 유해물질이 적다고 안전한 게 아니고, 흡연 습관에 따라 실제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저타르·저니코틴 담배도 자주 피우면 오히려 일반담배보다 더 많은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세금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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