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환자가 자주 호소하는 기억력·언어능력 감퇴 등 인지기능 저하 증세는 정서적 우울감이나 수면부족에 의해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이어서 치매 전조 증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조수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2016년 1~11월 편두통을 진단받은 65세 이하 성인 188명을 대상으로 객관적 인지기능과 주관적 인지감소, 우울·불안·수면 질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주관적 인지감소 여부는 기억력·언어능력·관리기능 등 세 부분에 대한 설문조사, 객관적 인지기능은 한국형 간이정신상태검사(K-MMSE)와 한국형 몬트리올인지평가(K-MoCA)를 통해 진단했다.
분석 결과 전체 편두통 환자의 44.7%(84명)에서 주관적 인지감소가 나타났다. 이 그룹은 편두통 강도가 더 셌고 두통에 대한 부담을 더 많이 느꼈다.
하지만 객관적 인지기능검사에선 주관적 인지감소가 나타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점수가 같거나 거의 차이가 없었다. 즉 편두통 환자가 주관적 인지감소를 호소한다고 해서 실제 인지기능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편두통 환자의 주관적 인지감소가 불안·우울·수면의 질 하락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관적 인지감소를 보인 그룹은 불안과 우울을 더 느꼈고, 수면의 질이 나빴으며, 평일 평균 수면시간이 짧았다.
불안검사(GAD-7) 점수는 주관적 인지감소를 보인 그룹이 평균 8.2점으로 그렇지 않은 그룹의 5점보다 높았다. 우울검사(PHQ-9)도 주관적 인지감소를 보인 그룹은 평균 10점으로 그렇지 않은 그룹의 5.7점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수면의 질이 떨어짐을 의미하는 수면질평가(PSQI) 결과는 주관적 인지감소 그룹이 10.6점, 그렇지 않은 그룹은 8.5점이었다. 또 주관적 인지감소 그룹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으로 그렇지 않은 그룹의 6시간 30분보다 상대적으로 짧았다.
조수진 교수는 “편두통 환자의 일시적인 인지기능 감소는 정서적 불안감, 우울감, 수면시간 부족과 관련된 문제일 수 있어 치매나 인지기능 저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과거 편두통 환자의 인지기능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노인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65세 이하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객관적·주관적 인지기능을 평가하고 동반 증상을 같이 검토해 신뢰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편두통 환자의 주관적 인지감소와 우울·불안·수면질의 연관성(Subjective cognitive decline in patients with migraine and its relationship with depression anxiety, and sleep quality)’라는 제목으로 SCI(E)급 국제학술지 ‘두통과 통증(The Journal of Headache and Pain)’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