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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환자 위한 진료비 확인제, 병·의원 속마음은 ‘씁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9-18 12:23:23
  • 수정 2017-09-22 19: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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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4.5% ‘정당’ 판정, 민원남발 우려 … 개원의들 “대형병원·사무장병원 탓 우리까지 피해”

비급여 치료행위의 전면 급여화와 건강보험 혜택 확대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케어’가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가운데 자신이 지불한 비급여 진료비가 적절한지 확인하는 진료비확인 신청 민원이 점차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진료비 확인제도는 환자가 병·의원 등에서 진료받고 납부한 비급여 진료비가 법적으로 적절한지 확인하고, 과다 징수됐다고 판단되면 진료비를 환불해준다. 과잉진료 논란이 끊이질 않는 의료계에서 환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일종의 ‘안전장치’이지만 무분별한 민원 탓에 오히려 의사와 환자간 신뢰가 낮아지고, 병원 행정 업무가 가중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진료비확인제는 시행 첫 해인 2003년 2682건에서 2015년 2만1261건으로 8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의료비가 정당하게 지급됐다고 판정한 비율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3년 신청된 2494건 중 정당 판정 건수는 186건(7.5%)에 불과했지만 2009년엔 4만3958건 중 6038건(13.7%), 2016년엔 전체 2만2314건 중 9922건(44.5%)이 정당한 진료였다는 판정을 받았다.

민원 요청이 가장 많은 분야는 자기공명영상(MRI)과 초음파다. 심평원이 내놓은 사례집에 따르면 서울내 한 대학병원은 잦은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뇌 MRI를 촬영하고 비용을 비급여로 부담했다가 진료비 확인요청을 받았다. 심평원에 진료기록부 및 영상자료 등을 제출한 결과 신경학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아 비급여가 맞다는 판정이 나왔다.

신경학적 소견이 없는 뇌 병변이나 경추질환에 대한 MRI 촬영은 비급여에 포함된다. 반면 뇌양성종양, 뇌혈관질환, 뇌경색, 두개강내출혈, 뇌지주막하출혈, 모야모야병 등 신경학적 소견이 확인된 뇌질환의 MRI는 급여로 인정된다.

비급여 영역인 도수치료를 받고 보험적용이 되지 않았거나, 진단서 등 각종 증명서 발급비용에 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확인을 요청한 사례도 많았다.

진료비확인제로 이익을 가장 많이 보는 것은 환자도 병원도 아닌 보험사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진료비확인을 통해 환자가 비급여 진료비용을 과잉지급한 것으로 확인되면 해당 비용을 병원에서 환급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과잉지급이 일부라도 확인되면 해당 비용만큼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돼 금전적으로 이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일부 민간보험사가 보상금 지급 과정 중 하나인 것처럼 환자에게 진료비확인 신청 동의를 얻거나, 환자 동의 없이 임의로 보험 가입정보를 활용해 진료비확인을 대리로 신청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보험가입자가 보험사 요청에 따라 내막을 모른 채 동의서에 서명한 경우엔 심평원이 차후 제출서류 미비로 연락을 하거나 급작스럽게 날아온 처리결과 회신에 정작 자신은 민원을 신청한적이 없다며 황당해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2016년 한 해 심평원에 접수된 진료비확인 신청 2만2314건 중 1971건(9%)이 보험사 대리민원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현행법상 민간보험사가 민원인으로부터 위임받아 진료비 확인을 신청하더라도 법적으로 이를 처벌하거나 제한할 방법은 아직 없다.

이같은 이유로 꽤 많은 의사들이 진료비확인제에 불만을 갖고 정신적·행정적 부담을 호소하지만 자칫 국민의 편의를 무시한 ‘직능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는 생각에 직접적인 의견 표출은 자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정형외과 개원의는 “환불 판정을 받은 사례 상당수가 대형병원이나 불법 사무장병원의 진료비 ‘뻥튀기’에서 발생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작은 규모의 병·의원에서 양심적으로 진료하는 의사들마저 옥죄고, 환자와의 신뢰 형성에 지장을 주고 있다”며 “진료비확인제가 취지상 필요하지만 ‘묻지마 민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불필요한 민원 신청을 억제하기 위해 별도로 자가 진료비확인이 가능한 진료비환불예측서비스를 운영 중이지만 이용률이 저조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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