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구용 당뇨병치료제인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sodium glucose cotransporter-2) 억제제는 췌장 베타세포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체내 당을 효과적으로 배출합니다. 당뇨병약 본연의 역할인 혈당강하 외에 체중·혈압 감소, 심혈관·신장 보호 등 부가적인 이점이 많아 서양인은 물론 동양인 환자에서도 유용하죠.”
윌리엄 슈(William C. Hsu) 미국 하버드대 의대 산하 조슬린당뇨병센터 내분비내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다양한 기전의 치료제가 출시돼 있지만 당뇨병은 진행성질환이어서 2~3년이 지나면 한 가지 성분으로 혈당을 조절하기 어렵다”며 “SGLT-2억제제 등 신약 도입으로 치료옵션이 다양해졌다는 것은 환자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슈 교수는 대만계 미국인으로 조슬린당뇨병센터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당뇨병 연구(Asian American Diabetes Initiative, AADI)를 이끌고 있다. 조슬린당뇨병센터는 당뇨병 연구·교육·진료에 특화된 세계적인 전문 의료기관으로 당뇨병 환자의 혈당관리뿐 아니라 모든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분야별 진료과를 보유하고 있다.
슈 교수에게 의학계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당뇨병신약 SGLT-2억제제와 동양인 맞춤형 당뇨병 치료전략을 들어봤다.
SGLT-2억제제 처방 이점과 주의점은?
당뇨병치료제는 기전에 따라 SGLT-2억제제 외에 △메트포르민(metformin, MET) 제제 △DPP-4(디펩티딜펩티다제-4, dipeptidyl peptidase-4)억제제 △치아졸리딘디온(TZD, thiazolidinedione) 제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glucagon-like peptide-1) 제제 △인슐린 제제 등으로 나뉜다. 기전별로는 크게 8종 정도로 나눌 수 있다.
SGLT-2억제제는 신장 사구체여과 과정 중 포도당 재흡수를 차단해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출시킨다. 체중·혈압·심혈관질환 위험·단백뇨 수치 등 감소효과가 덤으로 있지만 흔한 부작용으로 비뇨·생식기계 감염, 탈수 등이 보고된다.
메트로르민은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해 혈당을 떨어뜨린다.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해 제2형 당뇨병의 1차치료제로 쓰인다.
DPP-4억제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장관호르몬 인크레틴이 DPP-4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반응을 막는다. 다른 기전의 당뇨병약에 비해 부작용이 적어 2차치료제로 가장 널리 활용된다.
치아졸리딘디온 제제는 근육·지방 조직에서 포도당 소비를 촉진하고 인슐린 민감성을 높인다. 췌장 베타세포를 보호하고 혈당강하 효과가 뛰어나지만 주요 부작용으로 체중증가·부종 등이 있다.
GLP-1 제제는 DPP-4 효소에 쉽게 분해되지 않는 합성 인크레틴 성분으로 인슐린 분비를 활성화한다. SGLT-2억제제와 같이 체중감소 및 심혈관보호 효과가 있지만 주사제여서 투여편의성이 떨어진다.
인슐린 제제는 성분이 체내 호르몬으로 소아나 임신부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 흔한 부작용으로 저혈당이 꼽히며, 주사제여서 환자의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슈 교수는 “당뇨병치료제마다 장단점과 심장·간·신장 등 8개 장기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므로 환자에 따라 맞춤처방이 중요하다”며 “체질량지수(BMI)가 23~24㎏/㎡으로 약간 과체중이고 인슐린저항성을 보이는 아시아계 미국인 당뇨병 환자라면 혈당강하 외에 체중감소 등 추가 이점이 있는 SGLT-2억제제나 GLP-1유사체를, BMI가 19~21㎏/㎡으로 마르고 췌장 베타세포 기능이 망가진 환자라면 인슐린 제제를 우선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SGLT-2억제제는 대규모 글로벌 임상연구 결과 인종에 관계없이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며 “다만 아시아 지역은 북미·유럽 등에 비해 온난다습하기 때문에 이 약의 흔한 부작용인 탈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탈수는 평소에 물을 충분히 마시면 해결되는 부분”이라며 “SGLT-2억제제는 드물지만 단기적으로 급성 신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대부분의 환자에서 신기능을 보호한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SGLT-2억제제로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dapagliflozin)’, 얀센의 ‘인보카나’(카나글리플로진, canagliflozin),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 empagliflozin) 등 3종이 출시돼 있다. 인보카나는 약가협상 문제로 국내 출시가 장기 보류됐으며, ‘CANVAS’ 임상연구 중간분석 결과에 따라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사항에 하지절단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주의 문구가 추가됐다.
자디앙이 3상 허가임상인 ‘EMPA-REG’에서 심혈관질환 발생위험 감소효과를 입증한 것을 계기로 먼저 발매된 포시가와 인보카나도 각 회사가 기존 임상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은 각각 심혈관·신장 보호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3상 대규모·장기간 임상연구 프로그램인 ‘DECLARE’, ‘CANVAS’를 진행 중이다.
슈 교수는 “포시가와 인보카나의 임상연구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며 “최근 발표된 이들 약의 중간분석 결과와 기존 임상데이터 통합분석 자료 등을 종합하면 심혈관 및 신장 보호효과는 자디앙을 포함한 전체 SGLT-2억제제의 공통된 특장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절단 위험은 인보카나 임상자료 분석에서만 확인된 이 약의 개별적 특성”이라며 “포시가와 자디앙의 기존 임상데이터에서 대조약 대비 하지절단 위험을 높이지 않았으므로 인보카나의 부작용을 다른 약제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양인, 선천적으로 당뇨병 취약 … BMI 23㎏/㎡ 이상, 당뇨병 의심해봐야
당뇨병은 혈액 속에 포도당이 쌓여 소변으로 넘쳐 나오는 질환으로 원인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제1형은 인슐린의존성 당뇨병으로 췌장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을 만들지 못해 발생한다. 주로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많이 발견되며 전체 당뇨병의 5~10%를 차지한다. 제2형은 인슐린저항성 당뇨병으로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양이 충분하지 않거나 몸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발생한다. 과체중이 주요 위험요인이며, 상당수가 40대 이후에 발병한다.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져 선천적으로 당뇨병에 취약하다. BMI가 23㎏/㎡ 전후로 뚱뚱해보이지 않음에도 공복혈당장애(당뇨병 전단계)나 당뇨병 유병률이 높다. 같은 체중의 서양인에 비해 복부지방이 두텁고, 마른 비만이 많은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BMI 25~30㎏/㎡을 과체중, 30㎏/㎡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는 이보다 엄격하게 23~25㎏/㎡을 과체중,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했다.
슈 교수는 아시아계 미국인 환자 선별(screening)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당뇨병 진단기준을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BMI 25㎏/㎡ 이상보다 엄격한 BMI 23㎏/㎡ 이상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슈 교수의 연구결과를 받아들여 진료 가이드라인에 이를 반영했으며, 조슬린당뇨병센터와 함께 의료진과 환자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아시아계 미국인은) BMI 23㎏/㎡부터 선별하자’(Screen at 23)는 캠페인 활동을 주도해왔다. 대한당뇨병학회도 BMI 23㎏/㎡ 이상을 당뇨병 위험요인으로 보고 있으며, 발간한 진료지침서에서 BMI 25㎏/㎡ 이상인 환자는 혈당을 측정해 당뇨병 여부를 진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슈 교수는 “아시아계 미국인은 당뇨병 진단율이 50%에 불과해 절반가량은 자신이 당뇨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낸다”며 “의사가 정상체중으로 보이는 이들 환자에 혈당측정 검사를 권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BMI 23㎏/㎡ 이상을 예비 당뇨병 환자로 간주하고 환자 선별검사를 해보면 민감도가 84.7%에 그쳐 실제로는 이들 100명 중 15명은 당뇨병 위험군으로 진단되지 않는다”며 “미국의 경우 제2형 당뇨병 환자 10명 중 8명은 과체중(비만 포함)이지만 거꾸로 과체중인 사람 중 당뇨병 환자의 비율은 이보다 적다고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BMI는 당뇨병 예측 정확성이 떨어지지만 공중보건학 측면에서 볼 때 일반인의 질환 인식을 높일 수 있는 지표”라며 “BMI가 기준치를 넘었다는 것은 당뇨병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공복혈당·당화혈색소(HbA1c) 등 추가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경고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슈 교수는 “당뇨병 발병에는 유전요인과 환경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1970년대에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일본 도쿄에 사는 일본인, 미국에 거주하는 미국인 등 세 그룹의 당뇨병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미국 거주 일본인(남 20%, 여 16%)이 가장 높았으며, 일본 거주 일본인(남 5%, 여 4%)이 가장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에 따라 약제 처방뿐 아니라 운동·영양 등 평소 식생활 관리법도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시아 식단은 공통적으로 서구 식단에 비해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지방 함량이 적은 편”이라며 “연구결과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인슐린민감성이 떨어져 식단을 기존 동양식에서 서양식으로 변경한 후에 인슐린저항성이 증가한 반면 서양인은 서양식에서 동양식으로 바꿔도 인슐린저항성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요컨대 그는 아시아인에겐 서구식으로 전환하기보다 기존 아시아식단을 고수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시아인이 유전적으로 서양인에 비해 당뇨병에 취약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질환 관리가 뒷받침되면 환경요인에 의한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주·하와이주 등은 아시아계 미국인의 BMI가 23㎏/㎡을 넘을 경우 당뇨병을 검진받도록 정책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윌리엄 슈 미국 하버드대 의대 조슬린당뇨병센터 내분비내과 교수 프로필
학력
미국 코넬대 신경생물학 학사
미국 마운트시나이대 의대 석사
경력
미국 예일대병원 내분비내과 인턴·레지던트 수료
미국 하버드대 의대 베스이스라엘디코네스메디칼센터(Beth-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 및 조슬린당뇨병센터 펠로우
아시아·태평양보건기구(Asian Pacific Community Health Organizations) 당뇨병 치료 자문위원
미국당뇨병학회(ADA) 아시아계미국인·하와이인 소위원회, 성인당뇨병연구회, 전문가위원회 위원
미국 아시아·태평양 섬 거주민 치료 의사 국가자문위원회(National Council of Asian & Pacific Islander Physicians) 위원
미국 국가당뇨병교육프로그램(National Diabetes Education Program) 아시아계미국인 교육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