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부위가 뻐근하면서 통증이 지속되면 거북목증후군이나 경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을 먼저 의심한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디스크나 근육이 아닌 뇌에서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경증은 근긴장이상증의 가장 흔한 형태로 목 주변 근육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질환이다.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진다는 의미로 ‘기운목’이라고도 한다. 전세계적으로는 1만명 중에 한 명 꼴로 나타나는 흔치 않은 질환이지만 국내 환자는 2013년 2만8172명에서 2016년 3만3492명으로 19% 증가했다. 평균 발병 연령은 39.2세로 전체 환자의 70~90%는 30~50대에 발병한다.
사경증은 근긴장이상 증상이 목에 집중되는 것을 의미한다. 근긴장이상증은 지속적인 근육수축에 의해 신체 일부가 꼬이거나 반복적인 운동이나 비정상적인 자세가 나타나는 증상을 총칭한다. 국내에선 엠넷(Mnet) ‘슈퍼스타K’ 출신 가수 장재인이 2013년 3월 근긴장이상증으로 반신마비 증상이 나타나 활동을 중단, 투병 생활을 한다고 고백해 많이 알려졌다.
정확한 발병 원인과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기저핵의 기능이상이 원인으로 추측된다. 기저핵에 문제가 생기면 근육을 마음대로 움직이거나 쉬게 하지 못해 의도치 않은 근육의 수축이나 경련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기저핵 주변은 감정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 사경증 증상에 불안감과 짜증이 동반되는 게 특징이다.
파킨슨병·편두통·뇌전증(간질) 치료제 복용, 망간·일산화탄소·탄소·메탄올 중독이 원인이라는 가설도 있지만 명확한 임상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소아 사경증의 경우 잘못된 자세가 74%를 차지한다. 그동안 의학계에선 선천성 흉쇄유돌근(胸鎖乳突筋) 이상을 소아 사경증의 원인으로 봤지만 최근 자세이상 같은 후천적 요인을 원인으로 보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돌 이전 영아의 사경증을 방치하면 턱이 영구히 한쪽으로 돌아가 얼굴 형태 전반이 틀어지고 척추, 어깨, 골반 등이 심하게 변형될 수 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거나 재울 때 아이가 머리를 한쪽으로만 돌리거나, 한쪽 목에 혹 같은 게 만져지거나, 아이의 뒤통수나 눈두덩 모양이 눈에 띄게 비뚤어졌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사경증은 사람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목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앞으로 숙여지거나, 뒤로 젖혀지기도 한다. 목과 머리를 일정한 방향으로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한 방향을 향한 뒤 고정되기도 한다. 처음엔 목 주위가 뻣뻣하고 아프다가 발병 후 3~5년에 걸쳐 목 근육의 경련 횟수와 통증 강도가 심해진다. 아침에 증상이 덜하다가 걷거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을 나타낸다.
목이 돌아가면서 전반적인 자세와 얼굴형도 틀어져 외관상 보기 좋지 않다. 이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꽤 많다. 사회생활은 물론 앞을 똑바로 볼 수 없어 운전, 독서, 텔레비전 시청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힘들어진다.
하지만 사경증은 치료효과가 비교적 높아 발병 원인을 찾은 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일상에 복귀할 수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근육이 아프고 경직되는 느낌이 든다면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엔 보톡스주사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치료는 근육신경을 차단해 증상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반복적으로 맞으면 몸에 보툴리눔톡신에 대한 면역반응이 생겨 효과가 감소한다. 소아에서 발생하는 ‘도파민반응 근긴장이상(Dopa-responsivedystonia)’은 도파민을 투여하면 대부분 증상이 사라진다.
증상이 심해 보존적 요법으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대표적 수술법인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은 볼펜심 굵기(1.27㎜)의 가는 전극을 뇌의 병소 부위에 삽입한 뒤 컴퓨터 프로그래밍된 자극장치를 이용해 전기자극을 지속적으로 가해 신경회로를 복원시킨다. 보통 쇄골 아래 피부에 배터리를 이식해 전선으로 자극기와 연결한다. 신경을 잘라내거나 뇌세포를 파괴하지 않는 보존적 치료법으로 효용이 입증됐다.
기존에 시행했던 선택적 말초신경절제술은 목근육 주변 말초신경을 절제하는 방법으로 목이 돌아간 상태에서 고정된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치료 효과가 빠르다. 하지만 수술법이 복잡해 신경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고 통증조절 효과가 낮다.
허륭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사경증(근긴장이상증) 같은 기능적 뇌질환은 환자 자신의 가족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며 “증상이 나타나면 가급적 빨리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하고 안전한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