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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잠복결핵 검진 강화 … 취업제한 등 역차별 우려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8-02 12:34:20
  • 수정 2017-08-04 18: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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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사 한 달내 검진 의무화, ‘뒷북행정’ 비판도 … 내년 정부지원 중단, 개원가 부담 가중

최근 잇따른 잠복결핵 감염 사태로 산모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의료인 결핵검진 강화 정책이 취업제한 등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선 병·의원에선 잠복결핵 자체는 감염 상태가 아닌데도 정부가 과도하게 불안감을 키우고, 그 책임을 민간 의료기관에 돌리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서울 노원구 소재 모네여성병원에서 태어난 영유아 118명이 집단으로 잠복결핵 판정을 받았다. 이 사건의 발단은 해당 병원 간호사의 결핵 감염이었다. 이 간호사는 지난해 11월 병원에 입사해 신생아실에 근무하는 동안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 직원 86명 중 최초로 감염된 이 간호사 외에는 다른 추가 감염자가 없었다.
잠복결핵에 대한 불안감 탓에 일부 의료기관은 해당 병원 출신 신생아의 진료를 거부하기도 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이 직접 나서 “사고 병원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은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행 결핵예방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매년 결핵·잠복결핵 검진을 받아야 하지만 채용 시기에 따라 최대 1년가량 검진이 미뤄질 수 있다. 이번에 결핵을 옮긴 간호사도 지난해 11월 병원에 취업했지만 병원에서 실시하는 정기검진을 기다리다가 7개월간 한 번도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지난 24일 의료기관 종사자나 교직원의 경우 입사 1개월 이내에 결핵검진을 의무적으로 받고, 특히 신생아와 직접 접촉하는 등 고위험 분야 종사자는 업무 배치 전 반드시 검진받도록 하는 ‘결핵예방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의료기관 종사자의 결핵 감염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보건당국은 사건 발생 후 한 달이 지난 뒤에야 관련 대책을 내놓으면서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은 여전히 결핵 위험 국가다. 매년 3만명 이상의 신규 결핵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국내 인구 10만명당 환자는 80명 이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4명)보다 8배 높은 수치다.

특히 의료인의 감염 문제는 심각하다. 홍철호 바른정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6개월간 결핵에 걸린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은 2012년 117명, 2013년 214명, 2014년 294명, 2015년 367명, 2016년 272명, 지난 6월말 기준 135명 등 총 1399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발생한 영유아(0~2세) 결핵 환자는 총 142명이었다.

의료계는 의료계대로 보건당국이 결핵 감염 사태의 책임을 민간 의료기관에게만 전가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경영난에 허덕이는 의원급과 중소병원은 잠복결핵 검사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벅차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올해엔 잠복결핵검사 지원을 위한 정부 예산으로 160억원이 배정됐는데 내년부터는 지원이 중단돼 병원 자체적으로 검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잠복결핵검사는 개인당 4만~5만원으로 일반 검사보다 비싸 개인병원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잠복결핵에 대한 위험성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잠복결핵은 당장 전염돼 타인에게 감염되는 질환이 아닌데도 정부가 앞장서 지나치게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며 “물론 영유아에선 더 위험할 수 있어 정기적인 검진은 필요하지만 단지 잠복결핵이 있다는 이유로 취업이 제한되는 등의 불상사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노출됐지만 발병하지는 않은 상태다. 증상이 없고,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으며, 흉부 X-레이 검사상 정상으로 나온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해지면 10명 중 1명 정도에서 결핵균이 증식해 활동성 감염으로 발병한다. 1년 미만 영아는 성인보다 발병률이 최대 5배 높다.
특히 12개월 미만 아이는 10~20%의 비율로 결핵성수막염과 속립성결핵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결핵성수막염은 결핵균이 뇌를 둘러싸고 있는 수막으로 이동해 염증을 일으키고, 속립성결핵은 결핵균이 전신으로 급격히 퍼져 폐·간·신장 등에 무수히 많은 병변을 생성한다. 두 질환은 심할 경우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

국내 인구 10명 중 4명은 잠복결핵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질병관리본부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받은 731명을 조사한 결과 잠복결핵 감염 양성률은 36.8%였다. 연령별 양성률은 10대(6.2%), 20대(9.4%)에선 낮게 나왔지만 30대에서 46.6%로 크게 늘었다. 40대(49.1%), 50대(52.8%)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60대(46.5%)와 70대(36.5%) 등 고령층에서는 줄어드는 경향을 나타낸다. 40~50대에서 유독 잠복결핵이 많은 것은 흡연과 음주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 질환은 피부반응검사(TST)와 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IGRA)로 진단한다. 피부반응검사는 팔꿈치 안쪽 10㎝ 아래 피부에 투베르쿨린 용액을 주사해 48~72시간 후에 주사 부위가 부어오르는지 확인한다. 주사 부위가 직경 10㎜ 이상 부어오르면 양성으로 판정한다.
검사비는 상대적으로 싸지만 유·소아기에 결핵 예방접종(BCG)을 한 경우 위양성(false-positive, 음성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양성으로 잘못 나오는 것)이 나올 수 있어 추가로 인터페론 감마분비검사가 필요하다. 약물 투입 후 붓는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두 번 방문해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는 채혈 후 결핵균 특이항원을 찾는 것으로 특이도와 민감도가 높아 피부반응검사보다 정확하다. 비용은 다소 비싸지만 병원을 재방문할 필요가 없어 간편하다. 의료인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가 IGRA다.
보건당국은 잠복결핵 확진 영아에게 약물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18세 이하에서는 ‘이소니아지드’ 투약 9개월 요법이 표준치료다. 치료를 마치면 결핵으로 발병하는 것을 60∼90% 예방할 수 있다.
일부 보호자는 약물치료 중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해 치료 여부를 계속 고민하기만 한다. 하지만 소아는 청력저하·시신경염·간독성 등 항결핵제 부작용이 성인보다 덜하고, 복용 기간 간효소 수치가 경미하게 증가할 수 있지만 간염으로 진행될 확률은 0.1% 미만이다.

현재 보건당국은 병역판정검사 대상자 34만명과 의료기관·어린이집 등 집단시설 종사자 38만명을 포함해 총 180여만명에게 잠복결핵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만 40세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자 64만명에 대한 잠복결핵 검진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지원 교수는 “결핵 감염 초기 2주는 전염 가능성이 있어 격리치료가 필요하지만 환자가 거부감을 느끼거나 생계문제 등 현실적 문제가 걸려있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환자가 치료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결핵 관리의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결핵 환자가 출산휴가와 같은 법적 병가를 낼 수 있도록 제도를 보장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과 교육 및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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