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정책사회
수술 부작용 듣더니 사라진 환자 … 성형업계 “왜 우리 탓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7-06-30 11:20:10
  • 수정 2017-07-03 18:54:17
기사수정
  • 의료계 “성형외과 대리수술로 다른 진료과 피해” … 설명의무법, 환자배려권 침해 주장도

지난 21일부터 ‘설명의무법’, 이른바 ‘유령수술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일선 개원가의 혼란과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현실성 없는 탁상행정식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법 개정에 단초를 제공한 성형외과 의사들과 보건의료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 직역간 갈등까지 심화되는 분위기다.

개정된 의료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사·치과의사·한의사는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할 때 환자에게 의료내용을 설명한 뒤 서면 동의를 얻어야 한다. 동의서는 2년간 보존해야 하며, 설명의무를 위반한 의료기관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내용은 △환자의 증상 및 진단명 △수술 필요성과 방법·내용 △설명 의사 이름 및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이름 △발생 예상 후유증과 부작용 △환자 준수사항 등이다. 다만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응급 환자이면서 치료가 지체될 경우 생명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환자는 예외로 뒀다.

이 법은 최근 수년간 몇몇 성형외과에서 발생한 수술 집도의 바꿔치기 및 대리수술로 인해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됐다. 이에 의사단체들은 일부 성형외과들의 부도덕한 행위로 대다수의 의사들이 피해를 본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특히 시술·수술 건수가 많은 정형외과, 흉부외과, 안과, 산부인과 개원의들의 반발이 거세 재개정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A안과 원장은 “진료 현장에서 치료보다 설명이 중요시되는 주객전도가 벌어지고 있다”며 “동의서 내용을 설명하느라 간단한 처치나 시술에도 전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환자 대기시간까지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와 성형외과 의사들이 유령수술이라는 성형업계 적폐 청산을 이유로 애먼 다른 진료과 의사들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며 “경영 상황도 썩 좋지 않은데 이달 초 실시된 ‘명찰법’에 설명의무법까지 의사들을 옥죄는 법안만 자꾸 늘어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들여 수술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설명했더니 환자가 두려움을 느껴 수술을 거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관절수술을 주로 시행하는 W병원 관계자는 “골절수술 과정에서 마취로 인한 쇼크가 부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자 겁을 먹은 환자가 수술 예정 날짜에 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며 “환자가 수술이나 후유증에 대한 부담감이나 공포감을 가진 상태에서 관련 내용을 너무 상세히 설명하면 법의 취지와 달리 환자에 대한 배려 의무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의료계에선 정확하고 상세한 설명이 오히려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특정 상황에선 설명의무를 면제해주거나 환자 대신 보호자에게 설명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나마 수술 및 시술 건수가 많은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어 타격이 덜하지만 의원급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 설명에 대한 시간적 가치는 물론 서면으로 동의서를 받으면 보관의무도 져야 하는데 비용적인 부분에 대한 보전이 전혀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수술’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어느 정도가 충분한 설명인지에 대한 기준도 필요한 상황이다.

반대로 유령수술 근절을 제1 과제로 삼고 있는 성형의사들과 환자단체들은 설명의무법에 찬성하고 있다. 성형외과 관계자는 “환자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의사가 증상, 부작용, 집도의 이름, 수술 행위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라며 “단순히 성형외과 의사들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은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모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도 대리수술 문제가 발생했듯이 유령수술 문제를 꼭 개원 성형외과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며 “당장은 번거롭더라도 설명의무법 같은 자정 노력이 지속된다면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강동경희대학교병원
JW신약
탁센
동아ST
한국다케다제약
사노피
동국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차병원
신풍제약주식회사
정관장몰
한국화이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휴온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