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는 생후 6개월부터 나기 시작해 만 3세가 되면 20개의 유치(젖니)가 모두 나온다. 유치는 영구치가 나오기 전까지 유아의 저작기능과 정확한 발음을 돕는다. 하지만 영구치에 비해 약해 충치가 발생하기 쉽고, 충치로 인해 젖니가 일찍 빠지면 빈 공간으로 주변 치아들이 밀고 들어오면서 영구치가 나올 공간이 부족해 덧니가 나거나 부정교합이 될 수 있다.
특히 모유를 먹으며 잠들거나 우유병을 물고 자는 아이는 단기간에 충치가 생겨 이가 썩기 쉽다. 우유병우식증은 신생아부터 만 3세 아이에서 많이 나타나는 치과질환으로 우유의 당분이 치아에 달라붙어 산으로 변화하면서 치아를 부식시킨다. 주로 우유병과 직접 맞닿는 위·아래 앞니와 아래 어금니가 썩는다. 유치는 표면 두께가 영구치의 절반에 불과해 우식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박용덕 경희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치과 교수는 “초기에는 치아가 불투명해지고 노란색 반점이 생기며 시간이 지날수록 갈색이나 검은색 충치가 나타난다”며 “한 번 생긴 충치는 신경을 노출시켜 통증을 유발하고 치아뿌리에 고름을 차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단이 늦어 치아가 이미 썩은 상태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유치가 상아색으로 변했거나, 하얀색 띠가 생긴다면 바로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아기가 우유병을 직접 입에 대지 않더라도 가족의 입을 통해 뮤탄스균(Streptococcus mutans) 같은 충치균이 전염될 수도 있다. 가장 흔한 사례가 아기가 사용하는 물컵을 엄마가 함께 쓰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바람을 불어 음식을 식혀 먹이거나, 우유병 고무젖꼭지가 막혔을 때 엄마가 빨아서 뚫어주는 과정에서 충치균이 아이에게 전염된다. 면역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영유아에게는 애정표현인 뽀뽀가 세균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유가 무조건 치아에 나쁜 것은 아니며 오히려 구강 내 산도(pH)가 낮아지는 것을 막아 치아부식과 충치를 억제한다. 보통 단 음식을 먹으면 당 대사산물인 산성 유기화합물이 생성되고, 이 과정에서 구강 내 pH가 낮아지면서 산성을 띠어 치아가 부식된다. 박 교수는 “우유는 단 음식 섭취 후 당대사로 인한 pH감소와 콜라 등 탄산 함유 산성음료에 따른 pH 감소에서 모두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꼭 음료가 아니더라도 딸기, 바나나, 초콜릿, 빵 등 충치를 유발하는 음식을 섭취할 때 우유를 함께 마시면 구강 내 pH가 높아져 치아부식과 충치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유병우식증을 예방하려면 만 1세 이후 앞니가 자라기 시작하면 젖이나 우유병을 물린 채 재우는 것을 삼가야 한다. 아이가 우유병 없이 잠을 못잘 땐 우유 대신 물이나 보리차를 병에 채워주면 된다. 불가피하게 한밤 중 수유했다면 물에 적신 거즈로 입안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게 좋다.
우유 외에도 2살 이전의 유아들이 먹는 자주 먹는 유동식, 이유식, 과일주스 등은 당분이 많고 점액 성분이 높아 충치를 유발할 위험이 높다.
아이들이 자주 먹는 초콜릿도 치아 건강을 위협한다. 시중에 파는 초콜릿 제품 중 충치 예방에 도움되는 코코아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돼 있다고 홍보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에 들어있는 불소는 치아를 튼튼하게 해주고, 타닌과 코코아폴리페놀은 구강 내의 박테리아 번식을 막아 충치를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하지만 이들 성분은 대부분 카카오 껍질에 들어 있어 제조 과정에서 버려진다. 시중에 파는 대부분의 제품은 순수 카카오 함유량이 15~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당분이 차지해 치아에 해롭다.
24개월 이전까지는 불소가 포함되지 않은 치약으로 양치질을 하는 게 좋다. 24개월 이후 치약을 잘 뱉어낼 수 있을 때 저불소 치약(불소 함량 500ppm 정도)을 쌀알만큼 사용한다. 충치가 생겼다면 만 24개월 이전이라도 저불소 치약을 사용해도 된다. 만 3세 이후에는 치약을 콩알만큼 사용해 원을 그리듯 치아를 닦는다. 만 6세 이상이 되면 고불소 치약(불소 함량 1100~1500ppm 정도)으로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쓸어서 닦는 회전법을 실시한다.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는 부모의 칫솔질 검사가 필요하다. 유치에서 충치가 쉽게 생기는 치아 사이 인접 면은 칫솔질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닦이지 않으므로 치실을 사용해야 한다.
갓난아기 때부터 잇몸을 자주 마사지해주면 혈액순환이 활성화돼 치아와 잇몸을 튼튼히 하는 데 도움된다. 검지에 거즈 또는 손수건을 말은 뒤 잇몸을 문지르거나 톡톡 두드려주면 된다. 이 과정에서 분유 찌꺼기도 자연스럽게 닦여 양치질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