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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후보 ‘돼지발정제’ 이슈, 가볍게 넘겨선 안 되는 이유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7-05-01 20:03:00
  • 수정 2017-05-11 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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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힘빈, 부작용 크지만 데이트강간 약물로 활용 … 젠더의식 그대로 보여준 사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최근 ‘돼지발정제 사건’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 그는 2005년 발간한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에서 성폭행을 계획한 하숙집 친구에게 돼지발정제를 구해줬다는 내용을 기술했던 내용이 재조명되며 성폭행 모의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12년 전에 이미 친구가 한 잘못을 알고도 말리지 않았다는 점을 알리고 국민 앞에 용서를 구했으니, 악의적으로 매도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을 SNS에 게재했다. 하지만 여성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남자라면 누구나’,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에’, ‘장난삼아’ 벌일 수 있는 가볍게 넘어갈 게 아니고 강간을 정당화하는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원책 변호사는 최근 ‘썰전’에서 “(홍준표 후보가) 범죄를 모의한 행동을 당시에 또래 아이들이 낭만으로 생각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범죄는 범죄”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남성들은 이번 일을 두고 ‘젊은 날의 치기’에 과민반응하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심지어 ‘나도 그런 적이 있다’, ‘혈기왕성한 남자가 얼마나 그 여자를 좋아했으면 그럴 정도겠냐’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피해 여성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다.

일부 남성 ‘돼지발정제 얘기, 농담인데 뭐 어때’

돼지발정제 등 데이트강간 약물은 지금도 활용되고 있다. 여대생 정모 씨(25)는 “최근 군대 휴가를 나온 친구가 선임병 중 한 사람이 휴가 때마다 돼지발정제로 욕구를 충족한다는 이야길 자랑스럽게 한다고 얘기해줬다”며 “심지어 약물을 처음 쓰기 전 성매매를 하며 해당 업소 여성에게 약물을 먹이는 등 약효를 ‘테스트’했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역겨웠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가 홍 후보 얘기를 꺼내며 높은 양반들도 쓰는 약물이니 진짜 효과가 좋은지 궁금하다는데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사원 김모 씨(29·여)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직장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클럽을 찾았다”며 “술잔을 자리에 두고 스테이지에서 춤추고 다시 마시려는데 옆에 서 있던 여성이 ‘누가 뭘 넣은 것 같으니 마시지 마라’고 경고한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일부 남성 중에는 ‘돼지발정제’를 여성이 복용하면 빠른 시간에 성적인 흥분을 느껴 어쩔 줄 모를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소설가 박민규 씨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마치 돼지발정제를 쓰는 것을 연애기술인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소설에서는 돼지발정제를 탄 물을 마신 여자가 정확히 5분 후부터 땀을 흘리고 얼굴이 붉어지며, 숨소리가 거칠어진다고 설명한다.

실제로는 주사제로 복용해도 대체로 효과 無

하지만 돼지발정제는 대부분 주사제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 이를 먹이는 것으로 최음 효과를기대하기란 어렵다는 게 수의사들의 입장이다. 요즘 돼지를 교배시키기 위해 쓰는 약물은 암퇘지의 배란을 촉진시키는 호르몬제밖에 없다. 사람이 음료에 타 먹는다고 해도 위(胃)에서 모두 소화돼 효과가 없다.

이같은 주사제는 투약 즉시 발정 증세가 오는 것도 아니다. 돼지의 난포·난소 발육을 돕는 호르몬 주사제여서 며칠 뒤에 증상이 나타나 절대 사람에게 ‘최음제’로 쓸 수 없다.

홍 후보 자서전에 등장하는 문제의 돼지흥분제는 ‘요힘빈’(yohimbine)으로 추정되며,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체 사용을 금지한 유해물질이다.

요힘빈은 아프리카의 특정 나무의 껍질에서 추출한 알칼로이드 성분이다. 비아그라가 없던 시절 최음제로 쓰이기도 했고, 약대 교과서에도 성기 혈관확장 효과가 있다고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성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없으며, 심혈관계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일반인이 아무렇게나 쓰기엔 위험한 약물이다. 오히려 인체에 흡수되면  환각증세, 빈맥, 불규칙한 심장박동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영국에서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물뽕·케타민 떠올라 …인터넷서 쉽게 구매, 바에서 ‘특별메뉴’로 주문

최근엔 데이트강간 약물도 ‘트렌드’를 타며 몰래 먹이는 약물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속칭 ‘물뽕’으로 불리는 ‘GHB(Gamma-HydroxyButyrate)’, ‘케타민’ 등이다.

GHB는 무미무취의 투명한 액체로 음료나 술에 타도 아무런 흔적이 없다. 하지만 이를 복용한 여성은 30분에서 1시간 내에 의식을 잃게 된다. 24시간이 지나면 약물이 체내에서 모두 빠져나가기 때문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A모 씨는 “유명 자양강장제 ‘박○○’가 바에서는 곧 물뽕의 은어로 쓰인다”며 “빈 병에 물뽕을 넣어 판매하는 건데, 메뉴에 그 이름이 있으면 무조건 자리를 뜨는 게 좋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GHB를 복용한 여성은 약효가 지속될 동안 기억상실 증세를 겪는다. 깨어난 뒤에도 구토, 출혈 등의 부작용을 겪기 마련이다. 심할 경우에는 발작과 심장마비를 일으켜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케타민은 흰색 가루 형태로 본래 동물마취용으로 사용되는 수의용 약품인데 최근 여성흥분제로 둔갑했다. 이를 복용하면 강한 환각현상을 겪게 돼 성범죄자들은 여성들이 몰래 복용하게 유도해 성관계를 맺는 데 오용되고 있다. 주로 ‘피로회복용 비타민제’라고 속여 먹인다.

잘못 사용하면 기억 손상, 의식 혼탁 등을 겪게 된다. 다량을 자주 사용하면 신경계의 구조적 손상, 운동기능 손상, 비정상적인 혈압 증가 등이 초래된다.

이들 데이트강간 약물은 여성에게 치명적인 신체적 손상을 일으키지만 성범죄자나 약물판매자들에겐 남의 일일 뿐이다. 단지 여성을 ‘섹스 도구’ 정도로 인식하거나,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폭력도 서슴치 않는 정서가 문제다.

의외로 데이트강간 약물은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3월에는 중국에서 마약류를 들여와 SNS 등을 통해 물뽕을 판매한 일당이 잡혔는데, 구매자 800명 중 대부분이 30~40대 평범한 남자 회사원이었다. 한국의 열악한 젠더의식 수준이 그대로 나타난 사례로 볼 수 있다.

약물강간은 분명 ‘준강간’, 성범죄 사각지대로 대법원 판례 ‘제로’

대다수 변호사들은 홍 후보의 행위는 ‘특수강간이자 준강간 미수 사건의 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지만, 준강간 성폭력은 성범죄의 사각지대로 처벌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준강간은 피해자가 알코올이나 약물 등으로 기억 능력이 없는 상황이나 수면상태를 노리고 가해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다. 준강간 사건이라는 법적인 용어와 처벌이 정해져 있는데도 ‘준강간 사건’은 대법원 판결이 없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15년 총 1308건의 상담 중 준강간에 해당하는 성폭력 상담이 111건을 차지하지만 그만큼 입증이 어려워 판례가 축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는 만취 상태에서도 성폭력을 입증해야만 한다. 몸은 움직이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 소위 필름이 끊긴 상태라면 상황은 더 최악이다. 법정으로 가면 대부분 CCTV를 분석해서 결론을 내리는데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 때문에 피해자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적잖다. 물뽕 등 마약류로 벌어진 강간 사건도 마찬가지다.

피해자들은 사회의 성차별적 통념에 의해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신 데 따른 죄책감으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회피하기도 한다. 홍 후보의 행동을 ‘젊은날의 치기’로 가볍게 넘어가기엔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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