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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약물전달시스템 ‘마이크로니들 패치’, 주사 공포증 없앤다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7-04-28 11:13:34
  • 수정 2017-05-02 20: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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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파스, 송풍인장 특허기술로 단시간 대량생산 실현 … 정확한 용량 투여

美 조사노파마, 편두통약 ‘M207’ 임상 2·3서 효과 입증 … 조지아공대, 독감백신 임상 1상 진행

머리카락 3분의 1 굵기의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에 약물 성분을 담은 패치가 머지않아 개발돼 주사 공포증이 해소될 전망이다.

마이크로니들은 직경 300㎛(1㎛는 100만분의 1m) 이하에 길이가 300~800㎛인 원뿔 또는 사각뿔 모양의 작은 바늘로 경피약물 전달시스템(TDS, transdermal drug delivery system)의 하나다.
패치 면적에 따라 수십~수백만 개의 마이크로니들을 붙여 제작하는데 통증 없이 피부 속까지 침투해 유효 성분을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간단한 사용법을 익히면 일반 파스처럼 피부에 부착해 환자가 약물을 자가투여할 수 있다.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은 히알루론산처럼 피부 속 수분과 만나면 녹는 재질에 유효 성분을 담은 후 고형화해 만든다. 분자 크기에 제한 없이 DNA·펩타이드·호르몬·비타민 등 다양한 성분을 탑재할 수 있고, 2차 감염을 유발하는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여러 건의 임상연구와 동물실험에서 피부에 바르는 기존 화장품은 물론 경구용 의약품보다 성분 전달률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분야 선두 업체인 미국 조사노파마는 지난 2월 개발 중인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편두통치료제인 ‘M207(성분명 졸미트리프탄, zolmitriptan)’이 ‘ZOTRIP’ 2·3상 임상연구에서 위약 대비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미국 36개 센터의 환자 총 365명을 무작위 배정해 이중맹검 방식으로 진행했다. 임상결과 M207 3.8㎎ 투여군 대 위약군은 1차 평가변수인 치료 2시간 째 치료반응률(통증이 없어진 환자 비율)이 41.5% 대 14.3%, 증상 대부분이 개선된 비율은 68.3% 대 42.9%로 확인됐다. 2차 평가변수인 치료 45분 째 치료반응률은 17.1% 대 5.2%, 48시간 째에는 64.6% 대 39%이었다. M207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 이후 장시간 지속된 것이다.

M207 투여군에서 중대한 이상반응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가장 흔한 부작용은 주입부위 발적(18.3%)이었다. 졸림(3.9%), 주입부위 통증(1.5%) 등도 보고됐다.
 
조사노파마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의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를 중점적으로 개발 중이다. M207은 임상 1상 연구결과 알약 형태의 졸미트리프탄 제제보다 성분 흡수속도가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결과는 지난해 ‘미국두통학회(American Headache Society)’ 연례회의에서 발표됐다.

마이크로니들 패치 백신은 면역세포가 많이 분포한 피부에 자극을 줘 예방효과(면역원성)가 높을 것으로 기대돼 의약품 중 연구개발이 활발한 분야다. 냉장보관이 필요 없어 기존 경구제, 주사제 백신 가운데 온도에 민감해 장시간 보관·운반하기 어려운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전망이다.

마크 프라우스니츠(Mark Prausnitz) 미국 조지아공대 약물전달실험실 교수팀은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의 인플루엔자(독감) 사백신을 개발, 지난해 8월 1상 임상시험을 마쳤다. 연구결과는 세계 의학저널인 ‘란셋(Lancet)’ 논문심사를 통과해 올해 안에 게재될 예정이다.    

프라우스니츠 교수팀은 효소면역측정법(ELISA , 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 분석결과와 쥐 동물실험 결과를 분석했더니 1년간 25도에 보관한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의 인플루엔자 백신은 신선한 액상 주사제보다 동등하거나 더 나은 항체역가(antibody titer, 백신 성분인 항원과 면역반응으로 생성된 항체량)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니들 패치 백신은 60도에 4개월간 노출, 동결·융해의 주기(freeze-thaw cycle) 반복, 전자빔 투사 등 외부환경 변화를 줘도 안정성이 높았다.
 
조지아공대와 마이크론바이오메디칼(Micron Biomedical)은 2015년 2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소아마비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비 250만달러(약 28억원)를 지원받아 임상 1상을 수행 중이다. 연구팀은 1제곱인치(1인치는 2.5㎝) 패치에 100개의 마이크로니들을 부착했다.

국내에서는 바이오벤처 라파스가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기술 상용화에 성공, 국내외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허 제조기술인 송풍인장(droplet born air blowing, DAB) 방식은 단시간 대량생산과 정확한 용량 투여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국내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18건의 특허가 등록돼 있다. 

라파스의 송풍인장(DAB) 제조기술

송풍인장 제조는 바닥에 패치 한 장을 깐 다음 유효 성분이 담긴 물방울을 여러 개 떨어뜨린다. 그 위에 다른 패치 한 장을 얹고 꿀타래를 만들듯 두 패치 사이의 물방울을 늘인 후 저온에서 바람으로 건조시키면 위 아래 패치가 분리되면서 각각 1개씩, 두 개의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만들 수 있다.

기존 몰딩(molding) 방식은 붕어빵을 찍어내듯 고정된 틀에 물질을 부어 마이크로니들을 제조하는데 니들 중간에 공기가 차는 등 유효 성분을 정확히 넣기 어려운 단점을 갖고 있다. 또 고분자를 가열하는 과정이 들어가는 등 장시간의 제조공정이 요구됐다.

이에 비해 라파스 방식은  “친수성 고분자(히알루론산) 성분의 물방울을 소재로 이용해 고분자를 가열하지 않아도 되므로 제조공정이 단순화되고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며 기존 방식에 비해 유효 성분을 손상시키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김홍기 라파스 연구소장은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 이 아이템을 다루는 곳은 많지만 연구실 기술을 사업화에 성공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2006년에 설립된 라파스는 2012년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2014년), 중국(2015년)에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진출했다. 미국 화장품 회사 로단앤드필드(Rodan & Field)에 공급한 제품은 ‘2014년 포브스 선정 가장 혁신적인 뷰티제품’으로 꼽혔으며, 2015년에는 한국무역협회 선정 ‘1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서는 2015년에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화장품 브랜드 ‘아크로패스’를 자체 출시했다.

라파스의 기술혁신성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지만, 아크로패스는 피부에 바르는 제형이 아니여서 국내에서 아직 기능성화장품으로 인증받지 못하고 있다.

아크로패스는 하이드로콜로이드 습윤밴드형 패치에 천연보습인자인 히알루론산과 상피세포성장인자(EGF) 두 가지 성분을 담은 마이크로니들로 팔자·눈가주름을 개선한다. 화장품 임상시험기관인 더마프로가 수행한 임상시험 결과 4주간 3일 1회 패치 부착한 후 가장 깊게 패인 주름의 깊이가 평균 220㎛에서 200㎛로 옅어졌다.

피부트러블 개선제인 ‘아크로패스 트러블큐어’에는 히알루론산과 여드름에 효과적인 나이아신아마이드, 올리고펩타이드-76이 들어 있다. 한국피부임상과학연구소에서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 트러블 중증도를 64.4%, 피지분비량을 59.8% 감소시키는 등 사용자의 90%에서 트러블이 개선됐다.

김 소장은 “‘아크로패스 아이존케어’ 패치 한 장은 유효성분 전달률이 기존 에센스 1병과 같다”며 “피부는 외부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튼튼한 각질층으로 덮여 있어 바르는 화장품 성분이 침투하기 어려운 반면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유효성분이 피부 각질층을 뚫고 들어가 피부 수분에 의해 용해, 체내로 흡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파스는 연구개발 비전으로 1단계 화장품, 2단계 의료기기·국소피부질환 치료제, 3단계 면역질환·당뇨병·치매·호르몬질환 관련 의약품, 4단계 백신 패치 등을 설정하고 목표를 차근차근 이뤄가고 있다.

김홍기 소장은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의약품을 만드는 기술은 난이도가 높은 편이지만 화장품에서 쌓은 기술력을 토대로 여러 치료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수행 중”이라며 “진입이 비교적 쉬운 화장품 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해 임상시험 진행부터 허가받기까지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많이 들어도 미래 가치가 매우 높은 의약품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보령제약과 도네페질(donepezil) 성분의 패치형 치매치료제를 공동 개발·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약동학(PK, pharmacokinetics, 혈중 약물농도 측정) 전임상 연구결과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의 생체이용률이 경구제보다 약 2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라파스는 오는 연말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본사 사옥 겸 연구소로 바이오R&D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임상 의약품 제조를 위해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적합 시설을 갖춰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국내 제약사와 당뇨병·골다공증·알레르기면역질환 치료제, 코스메슈티컬(cosmetics·pharmaceutical, 화장품과 의약품을 합친 신조어) 등 분야에서 협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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