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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자존감의 이유? … 중국과 천년전쟁서 이긴 역사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7-04-19 15:32:36
  • 수정 2017-04-20 16: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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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역사 닮아 공감 100배 … 동남아 특파원 지낸 오정환 MBC 보도본부장, 5년 노력 끝 출간

베트남은 흔히 미국과 싸워 이긴 아주 억센, 동남아에서 자존감이 강한 나라 정도로 아는 게 피상적인 한국인의 인식이다. 베트남은 최소 2700년전 반랑(文郞)이라는 국가로 시작됐다. 흔히 오나라·월나라의 싸움에서 유래된 고사성어인 오월동주와 와신상담으로 월나라가 베트남이라고 여기기도 하지만 민족과 역사적으로 상당 부분을 공유하되 꽤 거리를 둔다.

한 때 베트남도 사대주의 사관에 매몰돼 베트남의 뿌리가 염제 신농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는 그릇된 것이다. 베트남은 한족과 언어와 문화가 다른 백월족(百越族)에서 기원했다. 백월족은 지금의 베트남 민족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지만 깊은 혈연관계일 것으로 추정된다.

춘추시대 월나라는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전성기를 누리다 전국시대 들어 강자로 부상한 초나라에 복속됐다. 이어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혹독한 지배를 받았다. 진시황 이후 중국을 통일한 역대 왕조들은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베트남을 침략했다. 이로 인해 1000년간 중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베트남은 응오꾸옌(吳權, 오권)의 지휘로 938년 불타는 바익당강(지금의 하롱베이)에서 중국군(정확히는 5대10국 시대의 南漢)과 싸워 독립을 쟁취했다. 이듬해인 939년 베트남계 최초의 독립 왕조인 응오(吳朝, 오조, 938~968년) 왕조가 세워졌다.

그 다음 세워진 다이비엣(大越, 대월국, 968~1802년)과 응우옌왕조(阮朝, 1802년~1945년)까지 또다시 중국과 1000년을 싸웠다. 베트남은 인류역사 상 최강이었던 몽골(元)이 세 차례나 총력을 기울여 쳐들어왔을 때 멸망 직전까지 가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적을 몰아냈다. 또다시 명(明)의 식민지가 되었을 때도 게릴라전을 통해 20년 만에 독립을 쟁취했다. 프랑스의 침략으로 마지막 왕조가 무너질 때까지 장장 천년이 흐르는 동안 베트남은 단 한 번도 결코 외세에 무릎 꿇지 않았다. 이후에도 프랑스 미국 등 서구 자본주의국가와 싸워 사회주의공화국을 세우기 위한 투쟁을 40년간 지속했다.

베트남은 거대 중국으로부터 지금의 독립성을 유지하려 어쩌면 2000년을 싸워왔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진, 송, 원, 명, 청과 맞서 강인한 인내심과 기묘한 게릴라 전략으로 대항하며 버텨온 것이다. 베트남이 무너졌다면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등 많은 동남아 국가가 중국의 지배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중국은 지금도 베트남에 대해 막연한 콤플렉스 내지 공포증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베트남의 중국 혐오증도 워낙 커서 호치민 주석은 인도차이나 전쟁 당시 전황이 다급할 때조차 “중국군은 한번 들어오면 나가지 않는다”며 중국의 병력 파견 제안을 거절했다.

베트남의 게릴라전략은 미국과의 전쟁에서만 발휘된 게 아니었다. 역사적 뿌리가 깊다. 중국 명대에 베트남의 레러이 장군은 20년간의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봉기했다. 이를 진압하러온 명나라 군을 하노이성 안으로 몰아넣었다. 명군은 무려 세 번이나 완전히 진압했다고 믿었던 레러이에게 당해 혼돈에 빠졌다. 지금까지 싸워온 베트남 반란군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명나라 당대 최고 명장인 유승(柳升)이 15만 대군을 이끌고 남하하고 있었다. 레러이는 성안의 명군을 공격할지, 유승과 먼저 맞서야 할지 힘든 선택을 해야 했다. 결국 레러이는 당대 최고의 지략가인 응우옌짜이의 조언대로 유승을 택했다. 협곡에 베트남군을 매복해놓았고 유승은 이를 미리 예상하고 쉽게 격퇴했다. 기세를 몰아 유승은 100여명의 기마대를 직접 지휘해 베트남군을 뒤쫓다가 레쌋 장군의 1만 병력에 포위당했다. 15만 대군을 이끈 최고지휘관이 최선봉에 나섰다가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토끼를 잡으려고 쳐놓은 그물에 범이 걸렸으니 전세는 역전됐다.

MBC 동남아 특파원을 지내고 현재 보도본부장으로 활약 중인 오정환 기자가 최근 ‘무릎 꿇지 않는 베트남-중국 천년전쟁’을 출간했다. 베트남의 투쟁사는 수많은 외세 침략을 극복해 온 한국의 역사와 맥이 닿아 공감도가 높다.

저자는 베트남의 전쟁사에 집중했다. 전쟁은 막아야할 비극이지만, 축적된 갈등의 결과이자 종국적인 변화의 시작이기도 하다. 저자는 전쟁의 역사를 숫자와 지명의 나열에서 탈피해 생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되살리려 노력했다. 승패의 결과를 넘어 그 원인을 하나하나 따졌고, 전장에 섰던 사람들의 신념·용기·지략 같은 좋은 점뿐만 아니라 공포와 내분까지 돌아보았다. 5년 넘게 걸려 방대하게 자료를 수집하고 서술의 정확성을 기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하고 명확한 문체는 핵심을 벗어나지 않는다. 철학을 전공하고 독학으로 이탈리아사(史)를 공부한 시오노 나나미처럼 홀로 베트남의 역사에 천착한 한 기자의 생동감이 넘치는 책이다.

오정환 저, 종문화사 간, 432p,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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