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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비싼 생리대에 대안으로 찾은 생리컵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7-04-11 17:41:13
  • 수정 2017-04-13 19: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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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성비 높고 의외로 안전 … 의약외품으로 허가되길 원하지만 기준 미확립
대부분의 여성이 꺼리지만 피할 수 없는 ‘월간행사’가 생리다. 생리 기간에는 컨디션이 저하되고, 심리적으로도 우울하거나 불안한 데다가, 비싼 생리대 값까지 부담스러운 게 솔직한 심정이다.
 
최근 무시 못 할 생리대값에 대안으로 부상한 게 ‘생리컵’이다. 생리컵은 독성이 없는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진 종 모양의 작은 기구다. 액체를 흡수하지 않는 탄성재로 여성의 질 안에 삽입돼 피를 컵 안에 모은다. 약 10년 동안 재활용할 수 있고, 한 개에 2만~3만원 꼴로 한번 쓰고 버려야 하는 면 또는 합성물질 제품보다 경제적이다.
 
고무컵을 접어 질 속에 삽입하면 몸속에서 본래 형태로 모양이 펴진다. 10시간 정도 후 몸에서 꺼내 모아진 혈을 버리면 된다. 사용한 생리컵은 따뜻한 물과 순한 비누로 닦아 재사용할 수 있다.
 
생리컵은 지난해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속옷에 덧대 쓴다’는 저소득층 청소년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 대안으로 떠올랐다. 생리컵은 이미 개발도상국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로 평가받은 바 있다.
 
세계적으로 위생용품이 없어 결석해야 하는 여학생이 6억명에 이르고, 특히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빈곤층 소녀 10명 중 1명은 생리대 문제로 학교를 그만둔다. 2015년 캐나다 여성단체 ‘팜므인터내셔널’은 여성 건강관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동아프리카 소녀들에게 실리콘 용기로 된 생리컵을 보급했다. 이 지역의 소녀들은 생리컵을 보급받기 전에는 신문, 헝겊, 나뭇잎, 진흙까지 이용해왔고 결과적으로 질병 감염의 위험을 안고 있다. 생리컵이 보급된 후 소녀들의 안전과 건강이 보장되고, 일상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게 됐다.
 
비단 경제 문제를 떠나 일반 생리대나 탐폰에서 유발되기 쉬운 질건조증이나 악취 문제에서도 자유로워진다는 게 생리컵 이용자들의 말이다. 이들은 생리대 속 ‘화학물질’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적잖은 여성들이 생리기 중 건조함, 염증, 가려움증, 악취, 질염 등을 겪는다. 패드 형태의 생리대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직접 외음부와 맞닿는 패드가 접촉면을 자극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여성의 외음부는 일반 피부와 달리 습기, 마찰 등에 취약한 데다가 화학물질 흡수가 용이하다”며 “의복류에 의해 폐쇄된 데다가 화학물질이 지속적으로 노출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패드에 의한 화학물질 안전성을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가 지난 3월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을 시행한 결과 국내에 시판 중인 생리대 10여종에서 독성이 포함된 휘발성 화학물질이 모두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중에는 발암물질도 포함돼 있다.
 
생리대는 얇으면서도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알갱이 형태의 고분자흡수제를 비롯해 온갖 화학물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김 교수팀은 일회용 중형 생리대 5종, 팬티라이너 5종, 다회용 면 생리대 1종 등 총 11개 제품을 대상으로 실험에 나섰다. 소형챔버에 체온과 같은 온도를 설정한 후, 생리대별로 방출되는 화학물질을 측정했다. 실험결과 200여종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방출된 가운데 벤젠·스티렌 등 발암물질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벤젠은 혈액암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동물실험결과 생식독성도 확인된 바 있다. 생식독성은 생식기능이나 태아의 발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렌은 중추신경계 억제 증상과 장기간 노출된 경우 간기능에도 이상을 줄 수 있다.
 
패드 형태의 생리대뿐만 아니라 탐폰을 쓰는 사람들도 ‘혹시 모를’ 독성쇼크증후군(Toxic Shoch Syndrome, TSS)이 두려워 생리컵을 쓰기도 한다. 독성쇼크증후군은 포도상구균 내 독소가 탐폰을 통해 자궁 안으로 들어가 갑작스런 고열, 구토, 설사, 발진, 점막출혈, 어지럼증 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심하면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독성쇼크증후군 위험을 악화시킬 수 있는 합성물질은 탐폰에 쓰이지 않으며, 이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직접 관리할 정도다. 과거와 달리 발병 위험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져 FDA가 질병 발생 건수를 기록하지 않지만 적은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여성들은 생리컵을 선호한다. 필립 M. 티에르노 미국 뉴욕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생리컵은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지고 질 속 밀폐된 환경에서 유지되기 때문에 균이 생기는 걸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리컵에 이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선호하는 건 아니다. 일부 여성은 “컵을 커내는 게 특히 어려운데 잘못하면 피가 넘쳐 완전히 난장판이 된다”며 여전히 생리대를 사용하겠다고 토로한다.

생리컵을 이용법을 터득하기 전까진 간혹 피가 샐 수 있다. 컵을 변기에다 비운 후 세면대에서 따뜻한 물과 비누로 헹군 후 질에 다시 넣으면 된다. 만약 세척하기에 편리한 환경이 아니라면 컵을 비우고 휴지로 닦은 후 다시 삽입하면 된다. 피를 흡수하는 게 아니라 모으는 도구이기 때문에 피가 새면 더 눈에 띄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생리컵이 생리대나 탐폰의 사용에 비해 의학적으로 도움이 되느냐는 확실하지 않지만, 사용법에 맞게 쓴다면 위생적으로는 문제없다는 의견을 내세운다.
 
생리컵 대부분이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으로 만들어 진다는 점에서 소재 자체의 위험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리콘은 피부, 유방, 연골 등 인체조직대체 물질로 사용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실리콘 소재 자체는 위험하거나 하지 않다”며 “다만 사용자가 깨끗이 생리컵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구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외품 허가를 받지 않은 생리컵의 판매 금지와 단속에 나서 구매 루트가 단절됐다. 생리용품은 의약외품에 해당되기 때문에 제조·판매를 위해서는 식약처 허가가 필요하다. 얼마 전까지 인터넷 등에서 공산품으로 판매됐지만 생리컵을 찾는 고객이 늘며 식약처가 단속에 나서자 갑작스럽게 판매가 중지되면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빈축을 샀다.
 
이미 해외에서는 수십년간 사용되며 보편화한 생리컵을 우리 정부는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매를 불허했다. 미국에선 70년 넘게 사용해왔고 FDA의 승인을 받은 제품이다. 현재 사용하는 나라만 50개국이 넘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안전성을 이유로 지난해 7월 판매가 금지됐다.
 
의약외품 기준에 맞춰서 만들고 싶어도 아예 ‘허가 기준’ 자체가 부재한 상황이어서 생리컵을 합법적으로 생산을 할 수 없는 구조다. 현재 허가된 생리컵은 없으며 허가받지 않고 판매할 경우 무허가 의약외품으로 고발 등의 조치를 당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라텍스(천연고무)로 만든 생리컵은 니트로사민, 의료용 실리콘 재질은 실록세인이 검출될 우려가 있지만 국내에서 검출시험과 연구가 진행된 바가 없다”며 “위해성 연구와 규제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약이나 신소재들과 마찬가지로 생리컵도 처음 도입되는 것이므로 업체 측에서 안전성을 증명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이라 이런 절차가 까다롭게 느껴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안전성, 제조 시설요건, 품질관리 기준 등을 충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몇몇 업체로부터 제품 허가 관련 문의가 들어왔으나 허가 신청은 거의 없는 상태”라며 “생리컵을 제조·판매하려는 업체가 있다면 민원상담을 통해 빠른 시간내 안전한 제품이 허가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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