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서모 씨(34)는 야구마니아로 주말마다 사회인야구 경기에 참여해왔다. 일반인치고 어깨가 강해 주로 투수를 맡았는데 한달 전 공을 던지다가 갑자기 어깨가 ‘뚝’하고 빠지면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다행히 옆에 있던 동료가 팔을 돌려 빠진 어깨를 다시 끼워넣었지만 기분이 영 찝찝했다. 몇 분 후 통증이 사라진 데다 주말이기도 해서 병원에 가지 않았는데 1주일 뒤 야구경기에서 또 어깨가 빠졌다. 이후 작은 충격에도 어깨가 자주 빠지면서 통증이 심해지자 병원을 찾았고 습관성 어깨탈구라는 진단을 받았다.
어깨관절은 인체 관절 중 유일하게 360도 회전할 수 있고 사용 빈도가 높아 부상이 잦다. 어깨질환으로 정형외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은 40~50가 대부분이지만 최근 운동을 즐기는 20대 남성이 늘면서 어깨탈구나 ‘슬랩병변’으로 불리는 관절와순 손상으로 병원을 찾는 젊은 환자가 늘고 있다.
흔히 ‘어깨가 빠졌다’고 표현하는 어깨 전방탈구는 팔을 머리 뒤쪽으로 들어올리는 동작이 반복될 경우 어깨를 감싼 관절낭이 찢어져 상완골 골두가 앞쪽으로 빠진다. 극심한 통증과 함께 양팔의 길이가 갑자기 달라지고 아픈 부위의 팔을 들어 올릴 수 없다.
꼭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평소 수영이나 야구를 자주 즐기거나, 팔을 갑자기 잡아당기거나, 넘어지면서 어깨관절에 충격이 가해질 때 어깨탈구가 발생할 수 있다. 수영의 경우 특히 팔을 뒤로 돌리는 배영이 어깨가 빠질 확률이 높고, 반대로 팔을 앞으로 돌리는 자유형은 어깨충돌증후군이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선천적으로 어깨관절이 느슨해도 평소 어깨가 불안정한 느낌이 들고 어깨가 빠지기 쉽다.
어깨가 탈구되면 빠진 어깨를 최대한 빨리 정상 위치로 돌려놔야 한다. 단 의료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어깨관절을 끼워 맞추면 혈관·신경·인대까지 손상될 가능성이 높고, 골절이 동반된 경우 부러진 뼛조각이 손상 부위에 들어가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20세 이전에 처음 어깨탈구가 발생했다면 차후 습관성(재발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50~60대 이후엔 탈구 대신 골절이나 회전근개파열이 동반돼 팔을 옆으로 올리기 힘들어진다.
탈구 횟수가 많아질수록 통증은 점차 줄어드는 대신 탈구 빈도가 높아진다. 점차 둥그스름한 형태를 띠었던 어깨 삼각근 부위가 평평해지거나 오목하게 들어가고, 반대로 어깨 위를 덮는 어깨뼈 봉우리(견봉)가 상대적으로 도드라져 보인다. 팔을 90도 옆으로 들어서 손을 뒤쪽으로 돌리면 어깨가 빠지기 쉽다.
어깨탈구는 관절와순 손상과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관절와순은 윗팔뼈의 머리 부분(상완골두)과 어깨뼈가 접촉하는 부위를 링처럼 둘러싸고 있는 연골이다. 어깨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관절에 가해지는 힘을 분산시킨다. 이 부위가 늘어나거나 파열되면 상완골두를 안정적으로 잡아주지 못해 어깨탈구가 반복될 수 있다.
관절와순 손상 중 위쪽(11시~1시 방향) 인대가 파열되는 것을 ‘슬랩병변(SLAP, Superior Labrum Anterior to Posterior lession)’이라고 한다. 별다른 통증 없이 가끔 불안정하거나 불편한 느낌만 들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 또 증상만으로 오십견이나 회전근개파열 등 다른 어깨 질환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평소 어깨 위쪽이 아프거나 팔을 올려 앞으로 돌릴 때 ‘뚝’ 소리가 나면 슬랩병변을 의심하고 정밀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습관성 탈구라면 ‘방카르트병변(Bankart lession)’이 동반됐을 확률이 높다. 관절와순 손상 일종인 이 질환은 슬랩병변과 달리 관절와순 아래쪽(6시 방향)이 손상된 질환이다. 습관성탈구 원인의 90% 이상이 방카르트병변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방카르트병변이 동반된 경우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어깨가 앞쪽 아래로 빠진다.
어깨가 빠지면 먼저 병원을 찾아 양쪽 어깨 길이를 비교한 뒤 부종, 변형, 찰과상, 멍, 통증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 촉진으로 탈골된 뼈 위치를 확인한 뒤 방사선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정밀검사를 실시한다.
첫 탈구라면 정형외과에서 빠진 어깨를 맞춘 뒤 삼각끈으로 약 5일간 교정하는 보존적 요법만으로 어깨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 2주간은 목욕할 때를 제외하고 항상 삼각끈을 착용해야 하고, 2주 후부터는 가벼운 운동도 가능하다.
잦은 어깨탈구로 보존요법이 효과가 없을 땐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파열된 인대를 봉합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이 치료법은 피부를 절개한 뒤 약 5㎜ 직경의 가늘고 긴 연필 같이 생긴 관절경(Arthroscope)을 삽입해 병변을 제거 및 봉합한다.
김재화 교수는 “어깨탈구나 회전근개파열 등 어깨부상을 피하려면 운동 전 ‘어깨 들었다 내리기’와 ‘깍지 끼고 기지개 펴기’ 등 스트레칭을 실시해 긴장한 어깨관절과 근육을 이완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덤벨이나 바벨 등 기구를 이용해 어깨를 단련하는 숄더프레스는 어깨의 삼각근 중 전면과 측면을 동시에 키워주지만 기구를 인중 밑으로 내리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