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신임 회장이 정부 각 부처의 연구개발(R&D) 등 산업정책을 통합·조정해 운영할 컨트롤타워로 대통령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16일 밝혔다.
원 회장은 이날 서울 방배동 협회에서 열린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탐색부터 완제품 출시까지 15~17년이 걸리는데 컨트롤타워 부재로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 수립 및 실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구개발 지원, 허가 및 보험약가 제도, 규제 등 국내외 제약산업 정책이슈를 효율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혁신위원회를 둬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산업은 국민의 건강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적 안전망”이라며 “2009년 세계적인 신종플루 사태 당시 다국적제약사에 사절단을 급파해 백신 구입을 요청했던 사례는 의약품 개발·생산의 국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국민의 관심을 부탁했다.
또 “국산신약 27종 중 일부는 세계시장 진출 초기 단계로 한국은 세계 7대 제약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며 “혁신형 제약기업은 2015년 총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14%로 올해에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1조2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제약회사가 개발한 제네릭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으므로 중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제약바이오산업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의 R&D 투자지원 규모를 기존 민간투자의 8%에서 선진국 수준인 20%대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또 개량신약, 바이오시밀러의 국내외 임상시험대행기관 지출 등 임상연구 비용을 국가 신성장동력기술에 포함해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은 제약산업을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선정한 이후 정부 차원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1200조원으로 자동차산업 700조원 및 반도체산업 500조원 규모를 합친 것과 맞먹을 정도로 성장했다. 벨기에는 국가 연구개발 투자 총액의 40%를 제약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민관협력기구를 조직해 10년간 총 4조원을 차세대 백신 및 혁신신약 개발에 투입하기로 했다.
협회는 약가를 예측가능하고 글로벌 시장에 맞춰 합리적으로 책정해 줄 것을 제안했다. 사용량 연동 및 사용범위 확대에 따른 약가인하제 등으로 약값이 거듭 떨어져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의지를 꺾으며, 지나치게 낮은 국내 보험약가 탓에 수출계약 체결에 어려움이 많다는 설명이다.
또 신약 연구개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청년고용 세액공제 대상 연령을 기존 29세 이하에서 35세 이하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제약산업에서 근무하는 연구직 중 91%가 석박사급으로 전체 제조업 평균인 54%보다 높아 학업기간이 길다. 국내에서 제조·생산하는 의약품의 시설투자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제약바이오산업이 성장하면서 국내 제약산업 종사자 수는 2011년 7만4000명에서 지난해 말 9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협회는 기초수액제, 혈액제제 등 국가필수의약품은 제약사가 기회비용 측면에서 손해를 감수하며 생산하고 있다며 정부가 안건을 논의 중인 청구액 100억원 이상인 퇴장방지의약품의 원가보전 중단 조치를 철회하고 기업별 원가구조를 분석해 적정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보험의약품 시장 규모는 14조원으로 이 중 국가필수의약품의 매출은 4000억원(2.5%)에 불과하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기존 제약협회의 새 이름으로 지난 15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정관 개정을 승인받았다. 공동 승인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달 초에 이를 허가했다. 협회 측은 “제약산업내 생물학적제제 연구개발도 당연히 포함되지만 ‘제약’이라는 단어가 ‘화학의약품’이란 느낌이 강해 세계적으로 유망 분야인 바이오의약품 개발 벤처기업 등에 지원을 늘리기 위해 개명하게 됐다”며 “이름으로 영역 싸움할 의도는 없으며 한국바이오협회 등과 상생을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