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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키族’ 백신 부작용이 아이 망친다? … 어쩌면 ‘건강 무임승차’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7-02-21 20:20:02
  • 수정 2020-09-13 16: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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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 예방접종누락자 19%, 부모 신념으로 인한 거부 … 접종 없이 건강한 것은 ‘집단면역’ 덕
미국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100명 이상에게 홍역이 전파된 것은 자연주의 치료 방식에 따라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이른 바 ‘안아키족’의 영향이 큰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에서 천연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는 김모 씨(32·여)는 곧 어린이집에 들어갈 아들에게 필수예방접종 등 백신을 맞히지 않는 ‘안아키족’(약 안먹이고 아이 키우는 부모)이다. 그는 “최근 둘째를 낳은 친언니에게 안아키 육아를 해볼 것을 권했다가 ‘아동학대 아니냐’는 욕만 먹었다”며 “좋은 방법을 알려줘도 화만 내니 사이가 어색해졌다”고 말했다.

백신접종·병원치료 없는 육아로 ‘자연 면역력을 늘리겠다’는 속칭 ‘안아키’ 육아에 나서는 부모가 늘고 있다. 이들은 백신이나 항생제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약이 아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면역력을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게 ‘수두파티’다. 자녀가 수두에 걸린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감염되도록 유도해 자연스럽게 수두 면역체계를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 제약회사·병원·정부에 대한 음모론이 더해지며 화력을 더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2년 출생한 어린이가 생후 3년까지 예방접종한 전체 기록을 바탕으로 예방접종률을 지난해에 발표한 결과 한국 어린이의 예방접종률이 첫돌 이전엔 94.3%, 만 세살 이전은 88.3% 등으로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2012년 출생 이후 접종력이 한 건도 없는 접종누락자가 1870명에 달했다. 

조사 결과 미접종 사유 대부분은 ‘해외거주로 인한 미접종’(74%)이었다. 하지만 다음으로 많은 사유는 의도적으로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의 신념’(19.2%)으로 파악됐다. 부모의 신념으로 접종누락자가 된 아동 241명 중 137명은 ‘예방접종 이상반응 우려’로 접종을 기피했다. ‘예방접종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모의 신념으로 접종받지 않은 아동도 70명이었다. 

백신이 위험하다는 논란은 1998년대 영국에서 시작됐다. 앤드류 웨이필드 박사는 백신 접종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논문을 의학지 ‘란셋’(Lanset)에 게재, 세계적으로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이후 영국의학저널은 2012년 ‘웨이크필드의 논문은 사기’라고 공언했으며, 웨이필드 박사는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지만 ‘안아키’ 부모들은 이조차 ‘음모’라고 주장한다. 

안아키는 의학지식보다 교양서적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들려오는 그럴 듯한 정보를 통해 성행한다. 주로 육아 온라인 카페가 정보의 근원지로 어떤 병원을 찾아야 접종지연 소견서를 써 주는지, 보건소에서 접종누락 전화가 걸려올 때의 대응법까지 알려준다. 

백신은 오히려 아이 건강에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백신 덕분에 천연두는 박멸됐으며 소아마비(폴리오바이러스)는 퇴치를 앞두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풍진·수두 등 소아감염병이 줄고 있고, 자궁경부암 등 암조차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부모의 신념에 따른 백신 거부 현상은 ‘집단면역’을 깨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자녀에게 접종하지 않는 것은 개인 신념의 문제이지만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비난받을 수도 있는 부분이라는 것도 인지해야 한다.

집단면역이란 한 인구집단 중에 특정 감염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많을 때 그 질환에 대한 전체 인구집단의 저항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영유아 시기의 적기 완전접종은 집단면역 형성에서 중요한 문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단적인 예방접종은 군중면역을 형성해 예방접종을 받지 못했거나 접종 효과가 떨어지는 사람들도 함께 질병으로부터 보호받는 체계를 형성해준다”며 “독감, 홍역, 수두 같은 전염성 강한 질환들은 예방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이 10% 내외만 돼도 지역사회 유행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방접종으로 집단면역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80~95% 이상의 예방접종률이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개인적 신념에 의한 접종 면제가 적잖고, 그 결과 감염병의 재출현(re-emergence)이 보고되고 있다. 수년 전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따르며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아미쉬 공동체를 중심으로 약 300명 이상이 홍역에 감염됐으며,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100명 이상에게 홍역이 전파된 바 있다. 

일반 학부모들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게 ‘민폐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가 학교나 어린이집 등에서 다른 아이에게 질병을 옮길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백신을 맞아야 하는 질병은 전염력이 강하기 때문에 소수의 감염이 아동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적절히 올바르게 처방되는 약물이나 예방접종은 아이에게 방해가 되는 유해물질이 아니라 건강하게 자라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에게 “안아키는 집단면역 효과를 약화시키면서도 사실상 집단면역에 따른 감염병 예방 효과를 누리는 경제적·보건적 무임승차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적잖다.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혹시 예방 접종을 맞지 않았는데도 감염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스스로 건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예방접종을 한 이웃들이 접종자 주변에서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아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서술했다. 

백신의 부작용 등을 이유로 예방접종을 거부하고 있는 부모들이 느는 것과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개인의 건강을 위해 예방접종은 필수적이지만, 부모가 맞히지 않겠다고 하면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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