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성 유전질환인 파브리병(Fabry disease)의 새 돌연변이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정성진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팀은 24세 국내 남성과 가족에서 새로운 파브리병 돌연변이 ‘Ty88Cys’를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질환은 당지질 대사에 필요한 알파-갈락토사이다제A(alpha-galactosidase, GLA)’ 효소가 결핍돼 발생한다. 이 효소가 부족하면 당지질이 축적돼 체내 다양한 세포의 기능이 저하되고 심혈관질환, 뇌졸중,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과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X 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는 희귀질환으로 주로 남성에게 나타난다. GLA 돌연변이 종류는 700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 4만명당 1명꼴로 발병하며 국내 환자는 120여명에 불과하다.
이번에 새 돌연변이가 발견된 남성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말기 신장질환 환자인 형(28)에게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 지난해 초 여의도성모병원에서 관련 검사를 받았다. 검사 중 우연히 단백뇨가 발견돼 실시한 신장조직검사 결과 신장 사구체 상피세포에서 거품 모양의 액포(vacuole)가 발견됐다. 이를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한 결과 파브리병의 특징적 소견에 해당하는 층판소체(zebra body)가 세포질 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형과 동생을 대상으로 GLA효소 활성평가를 실시해 두 사람 모두에서 GLA효소 활성이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이어 파브리병이 유전질환이라는 점에 착안해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DNA 염기서열 분석을 포함한 임상 및 실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형, 동생, 어머니에서 돌연변이 Ty88Cys가 나타났다.
전형적인 파브리병은 소아청소년기에 피부·신경·눈질환, 뇌졸중, 심장병, 신장병 등을 초래하고 사망률이 비교적 높다. 후발형인 변이형은 증상이 심장이나 신장에 국한돼 발생해 뒤늦게 발견될 때가 많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로 파브리병은 다양한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할 수 있고 돌연변이 위치에 따라 특징적 양상이 초기에 나타나지 않는 대신 뒤늦게 신장 혹은 심장에만 국한돼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무증상 신장질환 환자는 조기검진 등으로 정확한 발병 원인을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장내과 최고 수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 ‘BMC메디컬제네틱스(BMC Medical Genetics)’ 지난해 10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