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간질환의 주요 치료법으로 자리 잡은 간이식수술에 복강경 간절제수술이 보편화되면서 간 기증자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 김기훈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팀은 2008년 생후 8개월 된 딸을 위해 간을 기증한 34세 엄마의 생체간이식수술 및 복강경 간절제술을 국내 최초로 실시한 뒤 지금까지 총 50건의 수술을 단 한 건의 합병증 없이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수술은 1㎝ 직경의 구멍을 5개 뚫은 뒤 복강경기구를 뱃 속에 넣고 간을 절제해 빼낸다. 배를 여는 개복수술과 수술 시간이 비슷하고 대량 간절제가 가능하다.
간은 우측 상복부 안쪽에 위치해 외부로 노출이 어렵고 출혈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성인 생체간이식 중 간우엽절제는 고난도수술 중 하나로 2014년부터 복강경으로 이뤄지고 있다.
복강경을 이용한 기증자 간절제술은 배 속에서 모든 수술 과정이 이뤄져 간과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흉터와 통증이 적다. 수술 후 조기보행이 가능하고 흉터가 잘 보이지 않아 미용적으로 우수하다. 복강경수술로 간을 기증한 사람 중 여성이 78%, 이 중 미혼여성이 45%인 점을 고려할 때 고무적인 결과다.
간 기증자는 기증 전 검사나 수술로 신체적 통증과 불편감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수술로 인한 흉터와 합병증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로 간 기증을 망설이기 쉽다.
김 교수는 “생체 간이식수술에서 기증자의 간 절제에 적용하는 복강경수술은 안전성과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있다”며 “수술을 무리하게 시도하기보다는 복강경수술 대상을 엄격히 선별하고, 혈관과 담도의 위치 및 모양 등이 일반적인 기증자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강경수술은 개복수술과 달리 작은 구멍을 통해 이뤄지는 치료법으로 적용 범위가 다소 제한되지만 대상자만 잘 선택할 경우 가장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이식학회지(Transplantation)’에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