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데,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네.” 이같은 광고문구가 딱 들어맞는 것은 비단 홍삼이나 산수유뿐만이 아니다. 미용시술, 의료용 미용기기, 화장품 등 뷰티업계에서도 분명히 시술 또는 사용 후 뭔가 좋아지긴 한 것 같은데, 이를 객관적으로 ‘어떻게 좋다’고 설명할 길이 없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목구비가 확연히 달라지는 성형이 아니고서야 피부 리프팅·미백치료 등 안티에이징 케어 후 주름개선 및 피부재생 효과는 수치상으로 입증하기 어려워 ‘환자 만족감’이 척도가 된다.
이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선보이며 활발한 연구에 나서고 있는 인물이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다. 기자가 받는 보도자료에 ‘피부과 연구’라는 키워드가 있다면 90%가량이 김 교수의 연구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몇 년간 꾸준히 그가 내놓은 논문 퍼레이드는 신기하기까지 하다.
그가 재직하는 중앙대병원 피부과는 한해 평균 400여건에 달하는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연간 20여건의 SCI급 논문을 발표하는 등 피부과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 중심에 선 김 교수는 객관적 데이터나 자료가 극히 드문 안티에이징 시장에서 한줄기 빛 같은 존재다. 성형·피부 미용관련 기사는 대부분 키워드로 점철된 일종의 광고판 같은 게 현실이다. 의료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객관적 정보를 알려주고 싶을 때에는 그의 연구결과를 사례로 소개하곤 한다.
김 교수는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피부 및 항노화 관련 연구논문들을 발표해왔다. 2010년에는 세계 최초로 원형 탈모와 비타민D 수용체의 연관성을 밝혔고 △‘바늘 없는 주사기’(물광주사 등을 아프지 않게 맞을 때 쓰임)를 활용한 피부탄력 개선 효과 △하이푸(HIFU, 고강도집적초음파, 울쎄라·더블로·슈링크 등이 대표적) 리프팅을 통한 보디리프팅의 실질적 효과 △LED를 활용한 피부 색소침착 개선 △4D냉동지방분해술(젤틱·미쿨 등)의 효과 등을 밝혀왔다. ‘핫한’ 미용 시술부터 화장품 원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뷰티 궁금증’을 연구결과로 해소해주는 실질적인 ‘뷰티 구루’(beauty guru)로 부상했다.
이같은 연구활동으로 다양한 분야의 학술단체로부터 학술상을 수상하고, 현재는 중앙대병원에서 의생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소통 부문 자문위원·중앙약사심의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 교수로는 최초로 미국피부과학회지(JAAD)와 국제피부과학회지(IJD)의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의생명연구원은 1995년 ‘중앙대 용산병원 임상의학연구소’로 출발, 기초연구와 첨단의학의 임상적용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주력 연구 분야는 미용·건강기능식품으로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화장품, 생활용품 등이 포함된다. 김 교수는“연구의 산물이 실용화, 상용화돼야 하며 산업계와 의학이 만나 융합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산 보톡스부터 미용의료기기까지 중앙대 R&D연구소 거쳐
연구소는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의료기기부터 생활용품에 이르는 제품을 대상으로 기업 부설연구소에서 하지 못하는 임상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반대로 해외 학회에 참석,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의료?바이오기업에 제안하기도 한다. 한미약품, 아모레퍼시픽 등이 출시한 필러 제품 상당수가 중앙대의료원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김 교수는 국내 출시된 제품들을 위주로 연구하고 있다. 보툴리눔톡신뿐만 아니라 필러, 하이푸초음파장비, 레이저기기, 고주파기기 등 각종 의료기기의 전임상과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국내에 쓰이는 대부분의 보톡스는 김 교수의 연구팀을 거쳐갔다. 이를 토대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나보타’가 엘러간의 ‘보톡스’보다 피부수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의료기기업체 루트로닉의 복부비만개선기기 ‘엔커브’, 클래시스의 냉동지방분해기 ‘클라투’도 중앙대의료원 R&D로 개발된 제품이다. 중앙대의료원은 각각 루트로닉, 클래시스와 공동으로 체형교정 테스트를 진행,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였다. 김 교수는 “업체가 장비를 개발할 때 정부연구소와 연계해주고, 전세계 1등 제품과 성능 비교 테스트를 하는 등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연구를 서포트하면서 윈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부과와 산업계의 R&D가 활성화된 것은 불과 6~7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8년 전 처음 중대병원 피부과에 발령받았을 때에는 산학협력 프로젝트가 1년에 10건도 안됐지만, 5년 전부터 거의 300건이 넘는 등 해마다 10% 이상 수요가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뷰티 대기업들이 중앙대 피부과와의 연구를 선호하고 끈끈한 협력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연구 분야와 횟수가 늘며 뛰어난 임상적 연구성과도 눈에 띄게 늘어 한해 20~25건의 SCI(과학기술논문색인)급 논문을 쏟아내고 있다.
김 교수는 “요즘 임상연구를 진행하려면 환자의 안전성 및 부작용을 고려한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등 과거에 비해 연구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졌다”며 “연구자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피험자는 안전성을 보장받고, 기준을 통과한 치료제나 의료기기는 효능뿐만 아니라 안전성까지 입증받게 돼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진료, 연구의 ‘교과서’ … 환자 반응서 아이디어 얻고 신약개발 나서기도
김범준 교수는 수많은 연구와 학술 활동 속에서도 ‘환자 진료’를 놓지 않는다. 그는 “보통 과학자는 연구에만 몰두한다고 생각하는데, 환자야말로 ‘교과서’”라며 “책에서 나오지 않는 반응은 환자에서 자주 나오는데, 이를 통해 실마리를 얻어 신약개발이나 새로운 기기 개발에 나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연구주제와 성과는 임상을 모르고서는 나올 수 없다”며 “반대로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환자에게 정확한 치료를 제공할 수 없는 만큼 연구와 진료는 따로 볼 수 없는 관계”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에게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 같은’ 살인적인 스케줄을 어떻게 버티냐고 물었더니 ‘조력자들 덕분’이라며 웃었다. 그는 “병원생활, 진료, 실험, 연구실운영 등 수많은 일들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것은 개인 능력이 아니고 주위에서 스태프들이 열성으로 서포트해주기 때문”이라며 “실험실 연구원들을 비롯해 대학병원 전임의·전공의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55명으로 불어난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근본적 안티에이징 다루고 싶어 … 탈모 연구도 ‘관심 분야’
김범준 교수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연구 분야는 ‘항노화’다. 특히 주름, 기미·주근깨 등 자외선과 관련된 피부노화 및 색소침착 등과 탈모를 개선하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엔 이를 근본적으로 예방 및 치료할 수 있는 기능성화장품과 탈모치료 신의료기기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는 미백 및 주름개선 기전 연구 및 특허 진행, 제품개발 지원을 진행해왔으며 관련 의료장비의 안전성 및 유효성도 평가해왔다. 이를 토대로 전임상(동물실험) 평가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범준 교수는 “다양한 뷰티 관련 학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유발할 수 있도록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나갈 것”이라며 “의학연구가 단순한 실험적 데이터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연구산물을 도출하는 실용화·상용화를 지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과학자로서 실효성 높은 산학 연구체계를 구축하려는 그의 포부가 굳건히 실현되길 고대한다.
김범준(金范俊)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 프로필
2000년 중앙대 의대 졸업
2001~2007년 중앙대 의학 석·박사
2005~2006년 서울대병원 피부과 전임의
2006~2007년 동국대 일산병원 피부과 조교수
2007년~현재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
2006~2007년 미국 전자의학교과서 공동저자
2006~2007년 대한의학회 건강정보심의위원회 전문위원
2005~2015년 미국 피부과학회지(JAAD), 국제 피부과학회지(IJD) 편집위원
2005년~현재 영국 피부과학회지(BJD) 초청 평론위원
2009년~현재 한국피부과학회지 및 국제피부과학회지 편집위원 역임
2009년~현재 P&K임상연구센터 센터장
2009년~현재 한국학술진흥재단 생명과학분야 심사위원
2009년~현재 산업자원부 국책과제 기획위원
2011년~현재 교육과학부-한국연구재단 기초과학분야 심사위원
2011년~현재 대한피부과학회 교과서편찬위원회 실무위원
2011년~현재 보건복지부·식약청 의료기기위원회 위원
2011년~현재 대한피부과학회 및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교과서편찬위원
2012년~현재 제4회 Aesthetic Asia 2012 국제학술대회 학술자문(international advisory board)
2013~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자체규제 심사위원회 위원
2013년 BRIC ‘한국을 빛낸 사람들’ 등재
2014년 과학기술진흥유공자 대통령 표창 수상
2014년~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전문가
2014~2016년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의약학단 전문위원 (PM & RB)
2015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25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 수상
2016년~현재 중앙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