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면 갑자기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주말 두통’이 나타날 때가 있다. 1주일 내내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두통 탓에 제대로 쉬지 못하면 신경도 예민해진다. 단순히 오래 자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평소 하루에 두 잔 이상 커피를 마셨다면 일종의 카페인중독에 따른 금단증상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커피 속 카페인은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일시적으로 정신을 맑게 해 기억력, 집중력, 지구력 등을 높인다. 평소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은 카페인 영향 탓에 뇌혈관이 다소 수축된 상태를 유지한다. 주말에 늦잠을 자느라 늘 커피를 마시던 시간을 건너뛸 경우 수축돼 있던 혈관이 이완되는 과정에서 혈관을 감싸는 신경이 두개골을 눌러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커피를 하루에 두 잔 이상씩 2주 이상 마시다 갑자기 끊으면 일종의 카페인 금단현상이 발생해 두통이 발생한다”며 “카페인 금단 두통 진단기준에 따르면 하루에 카페인 섭취를 200㎎ 이하로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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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즐겨마시는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은 카페인중독에 쉽게 노출된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지난해 12월 대학생 710명을 대상으로 ‘카페인중독’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3.1%가 스스로 카페인중독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를 자주 마시면 주말에 두통뿐만 아니라 변비와 졸림, 구역감, 초조함이 나타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칼슘 불균형, 역류성 식도염, 가슴두근거림, 메스꺼움, 불면증, 기억력 손실, 치아 변색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주말두통이 나타날 때 평소 마시던 시간에 커피를 마시고 1시간 이내로 증상이 호전된다면 카페인 금단증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주말두통을 해소하려고 커피를 마시면 오히려 카페인 금단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식품안전의약처 권고안에 따르면 카페인 1일 섭취량은 성인 400㎎ 이하, 임산부 300㎎ 이하, 어린이는 체중 1㎏당 2.5㎎ 이하로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 레귤러 사이즈(300㎖) 아메리카노 한 잔의 커피에는 평균 100~150㎎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성인 기준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아메리카노는 하루 3잔, 커피믹스는 하루 5잔 이상 마시면 하루 적정 카페인 섭취량을 초과한다. 녹차나 홍차 관련 식품도 안심할 수 없다. 시중에 파는 녹차아이스크림은 작은 컵(100g)으로 4컵 이상, 밀크티는 5캔 이상 먹으면 카페인 권장량을 넘어선다.
카페인 외에도 커피 속 항산화성분 중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은 철분 흡수를 방해하므로 빈혈인 젊은 여성은 커피 섭취량을 줄이는 게 좋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과 노인은 카페인 분해속도가 느려 커피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또 학업이나 야근 중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카페인이 체내에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되면 각성효과는 떨어지고 우울감을 증가시키는 등 부작용만 남는다.
커피 외에도 주말을 앞둔 ‘불금’에 레드와인과 안주로 숙성치즈를 많이 먹었다면 주말두통이 생길 수 있다. 레드와인이 다른 술보다 유독 숙취 두통이 심한 것은 와인 속에 함유된 티라민(tyramine) 성분이 원인이다. 이 성분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여 두통을 유발하며 숙성치즈 등 발효식품에 다량 함유돼 있다.
떫은맛을 내는 타닌(탄닌, tannin) 성분도 두통을 초래할 수 있는데 명확한 임상 근거는 밝혀지지 않았다.
와인 원재료인 포도 껍질에 다량 함유된 히스타민(histamine)도 두통의 원인이다. 신경전달물질인 히스타민이 자율신경계에 반응하면 두통을 비롯해 기침, 콧물 등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두통 완화에 도움되는 음식물로는 시금치, 등푸른생선, 감자 등이 있다. 편두통 환자의 30~50%가 마그네슘 부족이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시금치 등 녹황색채소에 다량 함유된 마그네슘은 혈류흐름을 개선해 두통을 개선한다.
고등어, 참치 등 등푸른생선에 많이 들어있는 오메가-3지방산도 두통 예방에 도움된다. 해외연구 결과 오메가-3는 소염효과를 통해 만성두통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콩기름과 옥수수기름 등 식물성 기름에 다량 들어있는 오메가-6 불포화지방산과 함께 섭취할 때 효과가 배가된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을 낮춰 두통을 완화한다. 칼륨과 바나나는 칼륨이 풍부한 음식물 중 하나다. 단 바나나는 두통의 원인이 되는 티라민 성분도 많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역효과를 볼 수 있다.
박기덕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카페인 외에도 인스턴트식품·가공육류·조미료 등에 들어 있는 MSG(L-글루타민산나트륨), 소시지나 베이컨에 많이 있는 아질산염, 청량음료·껌·아이스크림 등에 포함된 아스파탐 등이 두통 유발인자로 알려져 있다”며 “머리가 자주 아프다면 평소 섭취는 음식을 두통일기에 기록해 식단을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6시간 이상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도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어 하루 세끼를 잘 챙겨먹고 비타민B·C와 미네랄이 많은 신선한 푸른 채소를 자주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맥박이 뛰듯이 ‘욱신욱신’ 또는 ‘지끈지끈’거리는 통증이 반복적으로 느껴지고 빛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 메스꺼움, 일부 편두통이 오기 전 눈앞에 점이 깜빡이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편두통을 의심해야 한다”며 “편두통은 생명에 치명적인 질병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므로, 적극적인 치료로 만성 편두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올바른 생활습관 유지를 통해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