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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다사다난’ 의료계 2016년 결산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2-29 19:51:08
  • 수정 2021-07-20 18: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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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허범위 두고 직역갈등 심화, C형감염 집단감염·독감백신 대란 재발, 최순실 의료농단

2016년만큼 의료계가 다사다난했던 시기는 찾기 힘들다.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직역간 갈등, 의료사고 피해자와 의료인간 대립, 감염병 관리 소홀 등 그동안 누적됐던 내·외부 문제가 차례로 곪아 터졌다. 저수가와 경제불황으로 의료인들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발생한 최순실의 의료농단은 의료계 전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올 한해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됐던 의료계의 모습들을 되짚어본다.

세번째 C형간염 집단감염 … 주사기바늘 재사용 원인?

지난 8월 서울 동작구 JS의원(옛 서울현대의원)에서 발생한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는 일부 의료인의 비도덕성과 보건당국의 무능함을 여과없이 보여준 사례였다. 지난해 겨울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확진자 100명)과 강원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435명)에 이어 세번째 집담감염이라 충격이 더했다. C형간염 발병 기간으로 추정되는 2011~2012년 서울현대의원에 내원한 환자 1만445명 중 26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비만치료, 신경차단술, 통증치료 등을 위해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주사기바늘을 재사용하다 C형간염이 확산된 것으로 추측된다. 일각에선 주사기 자체의 재활용보다는 큰병에 들어있는 주사액에 오염된 주삿바늘을 꽂은 뒤 같은 주사액을 다른 환자에게 계속 나눠 투여하다 C형간염이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직역갈등 심화, 의료계 “보톡스·뇌파계 뺏겨”

2016년은 보톡스시술(보툴리눔 독소시술), 레이저기기 등 면허영역을 두고 의사·치과의사·한의사들의 직역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였다. 한달 간격으로 치과의사의 미용 목적 보톡스시술과 프락셀레이저시술,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이 잇따라 허용되자 의료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보톡스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치과의사 정모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8월엔 면허 범위를 벗어나 안면 레이저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치과의사 이 모씨의 상고심 판결에서 ‘치과의사의 안면부 레이저시술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며 상고를 기각, 무죄를 확정했다. 


지난 8월엔 서울고등법원이 뇌파를 측정하는 2등급 의료기기 ‘뇌파계’를 한의사가 치매 및 파킨슨병 진단 목적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판결을 내려 의료인들은 ‘멘붕’에 빠뜨렸다.


자궁내막을 관찰하는 초음파 기기와 비만치료를 위한 카복시테라피는 한의사에게 허용할 수 없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이 그나마 의사들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였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초음파, 뇌파계, 레이저기기 등은 모두 현대 의료기기”라며 “이들 의료기기는 충분한 교육으로 전문지식을 갖춘 의사만 사용 가능하며 한의사나 비의료인이 이용하는 것은 국민 건강권 차원에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 시행 3개월 … 부정청탁 줄었지만 학술활동도 덩달아 위축

지난 9월 28일부터 실시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은 의료계에도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김영란법 대상에는 국공립병원 의사 및 직원, 지방의료원·보건소 의사, 공중보건의사, 학교법인 소속 병원 교수 및 봉직의사 등이 포함됐다.  식사는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상한선으로 정하고 있다. 대가성 없이도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법 시행 후 인맥을 통해 수술을 앞당기거나 좋은 병상을 배정받는 등의 관례는 상당 부분 사라졌다. 한 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환자 진료와 관련된 청탁이 하루에 2~3건에 달했는데 김영란법 시행 후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환자, 보호자, 의료진을 대상으로 기념품과 선물은 일절 주지도 받지도 말라고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정작 필요한 컨퍼런스나 설명회마저 줄어들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깨끗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일정 부분의 불편은 불가피하지만 환자를 위한 지적활동까지 위축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독감백신 대란, 왜 겨울방학 전에 나타나서..

올 겨울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가 학교를 중심으로 대유행하면서 전례 없던 독감백신 대란이 벌어졌다. 인플루엔자가 예년보다 일찍 발병한 탓에 이제야 독감 예방접종에 나섰다가 병원으로부터 ‘백신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발걸음을 돌리는 사례가 많다.


백신대란의 원인은 독감 발병시기가 예년보다 앞당겨진 데다 무료 접종대상자인 6~12개월 영유아 32만명을 포함해 백신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9일 기준 독감 의심환자는 인구 1000명당 86.2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통은 겨울방학 이후 독감이 유행하는데 올해의 경우 방학 전 유행해 확산 속도가 훨씬 빨랐다.


독감백신은 매년 유행 바이러스주가 바뀌기 때문에 그해 소모되지 못한 제품은 전량 폐기된다.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과잉생산돼 폐기된 독감백신은 총 1400억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들이 독감백신 제조 및 공급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이유다.


현재 유행주인 A형 인플루엔자바이러스 ‘H3N2’는 기존 3가백신으로도 예방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독감백신은 녹십자의 ‘지씨플루프리필드시린지주’, SK케미칼의 ‘스카이셀플루프리필드시린지’, 일양약품의 ‘일양플루백신프리필드시린지주’ 등이 있다.

성형외과 아닌 유명 대학병원에서도 대리수술이?

지난 7월에는 일부 성형외과와 개원가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대리수술, 이른바 ‘유령수술’이 유명 대학병원에서도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대리수술은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을 결정한 주치의가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는 행위다. 수술 전 환자가 마취된 상태에서 의식이 없는 틈을 이용해 수술 의사를 바꾸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엄연한 불법이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모 교수는 학술대회와 수술일정이 겹치면서 이를 환자와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후배 전임의(펠로우)에게 수술을 맡겼다. 일부 다른과 교수의 참관과 도움으로 세 건의 수술이 진행됐다. 이런 사실은 내부 고발로 알려졌고 병원 측은 환자와 보호자를 찾아가 사과한 뒤 진료비 일체를 배상했다. 


정치권은 지난 1일 대리수술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김승희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 보건복지위원회)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처벌 규정을 강화한 개정안에 따르면 의사는 수술 등을 할 때 미리 수술 필요성과 방법 등을 설명해야 하고 설명의사와 수술 참여의사 이름을 환자에게 문서로 알려야 한다. 수술의사 등이 바뀌면 해당 내용을 환자에게 문서로 밝혀야 하고 이를 어기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해철법’ 시행, 의료계 불만 여전

지난 11월 30일 일명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이 시행된 지 약 한달이 지난 가운데 의료계는 여전히 불만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의료사고로 환자의 사망, 1급장애, 한달 이상 중환자실 입원 등이 발생할 경우 보호자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신청하면 병원 동의 없이도 강제조정이 시작된다. 의사가 의료사고 감정단의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최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무과실이 인정돼도 병원 측은 배상액의 30%를 지급해야 한다. 의료과실의 입증이 어려워 취약한 환자의 의료분쟁 해결을 돕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단체는 이 법안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까지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면  환자가 직접 의사와 병원의 의료과실을 입증해야 했다. 전문성이 없는 환자가 의료인을 상대로 의료소송에서 승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실제로 2010~2013년 연도별 의료소송 처리 건수는 각각 782·881·922·945건이었지만 환자 승소 건수는 각각 7건(0.89%)·8건(0.91%)·8건(0.86%)·6건(0.63%)에 불과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신해철법 때문에 소극적·방어적 진료가 늘고, 중환자를 기피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젊은 의사들이 중환자가 많은 정형외과나 외과 등에 지원하지 않아 필수 진료과의 위기가 가중될 수 있다”며 “환자가 법을 악용해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수술 중 의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때문에 병원 문 닫을라

올해부터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보호자 없는 병동)’가 본격 시행됐지만 간호인력 수급 같은 문제 탓에 일선 병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서울 소재 병원까지 대상기관 범위를 확대한 이후 현재 43개 상급종합병원 중 75% 가량이 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환자는 간병비 부담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고 전문 간호인력이 배치돼 간병서비스의 질이 향상돼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선 다수의 전문 간호인력을 채용해 유지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상급종합병원까지 통합서비스병동 운영에 나서면서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사 이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간호간병서비스 병동과 다른 병동 사이에 일어나는 내부갈등도 문제다.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일반 병동 근무자가 인센티브 지급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등 보이지 않는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가 꽤 많다”며 “심할 경우 간호인력의 집단 이탈로 이어져 간호간병서비스 병동의 운영 자체가 어려워졌던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인건비 등 간호간병서비스 병동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따지면 얻게 될 이득이 없어 정부가 적자 보전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통사고 어린이 치료거부 사망, 허술한 응급의료 민낯

지난 9월 전북 전주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두 살배기 어린이가 대학병원의 치료거부로 사망한 사건은 허술한 국내 응급의료체계의 민낯을 보여줬다. 김모 군은 외할머니와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대형 견인차에 치여 골반뼈와 발목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 15분 만에 전북대병원에 도착했지만 남는 수술실이 없었고, 병원 측은 다른 병원에 전원을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전북대병원은 환자가 심각한 하지골절임을 알았음에도 정형외과 전문의를 호출하지 않았다. 경험이 부족한 전공의들은 환자 상태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결국 사고 발생 7시간이 지난 뒤에야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수술받았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탓에 심정지로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초동조치에 실패한 전북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취소, 전원을 거부한 전남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 지정 취소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의료계에선 단순히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시설 및 장비 확충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응급의료의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양질의 중증외상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과 의지가 부족한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외상센터는 과감하게 폐쇄하는 등 선택과 집중의 응급의료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도 인공지능시대 … 암치료에 당뇨병 합병증 진단까지

지난 3월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 Go)’의 대국으로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 가운데 의료계에서도 환자 치료에 인공지능을 접목, 치료효과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5일 미국 IBM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실제 의료현장에 활용한 ‘IBM 왓슨 인공지능암센터’를 개소했다. 


왓슨은 환자 정보가 입력되면 성별, 나이, 진단명, 검사결과 등을 토대로 환자 상태를 면밀히 분석해 10분내로 적합한 치료옵션을 제시한다. 2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교과서, 1200만쪽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학습했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할 수 있어 내년이면 전체 암의 약 85%를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이 실제 임상에서 왓슨에 정보를 입력한 결과 의료진의 예상과 상당부분 일치하는 진단과 치료법이 도출됐다.


또 구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당뇨성 망막병증’을 진단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기술 관련 논문을 게재했다. 구글 측은 12만개 이상의 망막 사진을 학습해 진단을 내렸는데 이는 일반 의사 8명이 진단한 것보다 정확도가 높았다. 이밖에 △진료 △모바일헬스 △고령자 돌봄서비스 등 의료의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순실 의료농단, 의료계 어른들 모르쇠 열전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한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의료계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대통령 비선진료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재 원장 등 의료인들의 비도덕적, 무책임한 행태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무색케 했다. 대통령 주치의임에도 비선진료를 묵인하고 민간 병원 의사에게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최순실 일가 주치의’로 알려진 이임순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 등도 동료 의사들과 후배들의 거센 비난에 부딪혔다. 특히 서 원장은 주치의 및 병원장 임명 과정에서 비선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향후 입지가 불분명해진 상황이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장을 ‘의료농단 분당 3인방’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최순실 의료농단에 대한 진상조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8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비선진료의 근원지인 김영재의원, 차움의원, 서창석 원장의 집과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특검으로 지난 14일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 당시 풀리지 않았던 각종 의혹들이 해소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차움의원과 차움한의원은 대리처방, 불법 제대혈주사 시술로 영업정지 3개월의 처분을 조만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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