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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말 많고 탈 많던 ‘성형업계 뉴스 결산’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6-12-29 19:46:18
  • 수정 2017-01-02 12: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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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계 사고뭉치? 유령수술·명의로 둔갑한 간호조무사부터부터 ‘대통령의 시술’까지

한류를 대표하는 아이템 중 하나가 ‘미용 성형’이다. 섬세하고 정교한 의료진의 술기, 만족도 높은 성형 결과, 높은 수요, 양질의 서비스가 어우러져 효자 상품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너무 잘 되다보니’ 생겼다. 일부 병원과 의료진이 과욕을 부리며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잊을 만하면 성형외과 관련 이슈가 터져왔다. 지금도 불황 속에서 그나마 ‘돈벌이’가 된다는 말에 일반의부터 타과 전문의까지 성형업계에 뛰어들며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유발되고 있다. 덕분에 성형업계는 의료계 내의 사고뭉치로 자리잡게 된 측면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마치 돈은 잘 벌어오지만 한번씩 사고를 치는 오렌지족 아들 같은 느낌이다.

이같은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대한성형외과학회는 의료소비자를 대상으로 건강한 성형 캠페인을 하고, 문제가 된 성형외과 전문의를 제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한해 바람 잘 날 날이 없던 안티에이징 업계 이슈를 모아봤다.

1. 대형 성형외과 대리성형·고스트닥터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다

유령의사 이슈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는 등 국민들이 이를 제대로 접하고 위험성을 인지하게 됐다.

2013년 12월 G모성형외과를 찾은 여고생 고 장모 양(19)이 눈·코 성형수술 중 의식불명에 빠지는 사건을 계기로 대형 성형외과의 유령수술이 이슈로 떠올랐다. 문제가 커지며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는 등 국민들이 유령수술을 제대로 접하고 위험성을 인지하게 됐다. 문제의 중심에 있던 G모성형외과는 지난 5월 첫 공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법정공방 중이다.

이 병원 유모 대표원장은 유령수술 혐의에 ‘협진’ 또는 ‘담당 의사가 스스로 저질렀다’는 이유를 들며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증인으로 채택된 원내 의료진 대부분이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인으로 출석한 성형외과 A전문의는 이비인후과 B전문의가 집도의 대신 코수술을 전담해 왔으며, 안면윤곽술의 경우도 치과의사들이 대리수술을 해왔다고 증언했다. B전문의는 공판에서 “유 대표원장이 문서를 통해 코 관련 성형수술을 본인에게 몰아줄 것을 주문한 것과 하루에 많게는 6건 정도 본적 없는 환자의 코를 성형했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김승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8월 사들의 설명의무를 더욱 강화하고 침습행위에 대해 환자동의서 사본 발급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처음 발의된 내용에 비해 대폭 완화된 처벌 규정에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당초 유령수술을 시행한 의사에게 모든 침습행위를 제지하려던 조항이 수술·수혈·전신마취로 범위로 제한됐고, 처벌 규정도 자격정지와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단순히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대폭 완화됐다. 보통 환자 한명에게 코성형을 시행하면 이를 메꿀 수 있다.

2. 중국 카드사단말기로 ‘환치기’ 나선 성형외과

2014년 말 ‘원내 생일파티’로 비난받은 J모 성형외과는 올 여름 100억원대 탈세와 리베이트 등의 비리로 또다시 이슈가 됐다. 덕분에 일부 강남 성형외과들은 ‘이 병원 때문에 괜히 우리도 억울한 세무조사를 받는 게 아니냐’며 마음 졸이기도.

이 병원은 2010년 6월부터 지난 1월까지 내원한 중국인 의료관광객이 낸 진료비를 매출 기록에서 누락시켜왔다. 중국인들로부터 진료비를 현금으로 받거나 환전상 최모 씨를 통해 구한 중국 신용카드 단말기로 결제하는 방법으로 탈세에 나섰다. 대표원장 신모 씨는 이를 위해 병원에 따로 중국인 환자 카드결제방을 두기도 했다.

중국 카드사로 결제된 대금은 환전상 최씨가 받은 뒤 일정 수수료를 떼고 신 씨에게 넘기는 방식을 차용했다. 이 병원 전체 매출의 70%는 중국인 환자로부터 나오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탈세액을 총 105억원으로 밝혔으며, 신 씨는 탈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외국인 환자 600여 명의 진료 차트를 파기한 바 있다.

3. 원내에 ‘홍보대행사’ 차려 후기 조작한 성형외과

성형외과는 아파서 찾는 의료기관이 아닌 만큼 광고를 해야만 손님이 올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홍보마케팅이 필수적이다.

올 한해 성형업계는 힘든 1년을 보내야 했다. 든든한 ‘마케팅 조력자’였던 포털사이트가 갑자기 등을 돌렸다. 바이럴 마케팅업체들의 지나치고 원색적인 성형마케팅, 정보 없이 키워드와 광고로 도배되는 콘텐츠, 거짓 성형후기에 포털사이트가 뿔났다. 심지어 국내 굴지의 성형정보 커뮤니티조차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되며 관리자가 징역살이를 하게 됐으며 포털사이트의 철퇴에 수많은 바이럴 홍보 전문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성형외과는 아파서 찾는 의료기관이 아닌 만큼 광고를 해야만 손님이 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확실한 ‘홍보 채널’이 사라지며 성형업계의 불황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잘 되는 병원은커녕 ‘다같이 망할 것같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사람도 적잖다.

이 와중에 자신의 병원을 홍보하기 위해 광고업체를 만들어 가짜 성형수술 후기를 작성하게 한 O모 성형외과의 대표원장이 지난 7월 검거됐다. 그는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업자로부터 포털사이트 아이디, 비밀번호, 이름, 생년월일 등 6000여명의 개인정보를 개당 3500원에 사들였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성형후기를 작성하며 1년 동안 대형 포털사이트에 1만건 이상 노출시켰다. 주로 무료 성형수술을 받은 모델의 사진을 활용한 조작된 후기였다. 덕분에 해당 병원의 환자수와 매출은 50% 이상 증가했다. 홍보를 위해 ‘성형의 결과가 좋다’는 것은 기본이고,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을 작화하는 고난도 작업을 벌였다.

문제는 의료소비자들이 이같은 성형후기 조작에 별 감흥이 없다는 점이다. 워낙 오랜 기간 포털을 통해 성형광고에 노출돼 있다 보니 불법인 줄도 몰랐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그 병원은 눈코성형 잘하니까 가겠다’는 순진한 의료소비자도 상당수다. 인식제고가 필요하다. 어떤 수술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고 후기에 의존하다간 재수술, 삼수술로 이어지며 ‘호갱님’ 되기에 딱 좋다.

4. 보톡스·프락셀 치료, 치과의사도 미용목적으로 ‘OK’

이제는 치과에서도 안티에이징 케어를 받는 풍경이 어색해지지 않을 모양이다. 수년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여겨지던 치과의사의 미용목적 보톡스 및 레이저 치료가 올해부터 합법이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7월 환자에게 보톡스 시술을 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벌금 100만원과 선고유예를 받은 치과의사 정모(4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을 하는 데 전문성이 부족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며 돌연 치과의사의 편을 들어줬다. 또 치아, 구강, 턱과 관련되지 않은 부위라도 모든 안면부에 대한 의료행위를 치과의료 대상에서 배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법원은 한달 뒤 미용목적으로 프락셀 시술을 해 법정에 선 치과의사 B모 씨에게도 보톡스 시술을 인정한 판례를 들어 무죄를 확정했다. 이와 관련 의협은 ‘현실과 동떨어진 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치과의사의 미용시술이 전면 허용되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치과의사가 시술 부작용 등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 오히려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칠 것이라 반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소비자 중 굳이 치과에서 피부치료를 받겠다는 사람은 드문 상황이다. 직장인 백모 씨(26·여)는 “굳이 치과에서 피부시술을 받을 의향은 없다”며 “과거에 비해 의료정보가 많이 오픈돼 있는 상황이고,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조차 비용이 너무 저렴해도 ‘의사가 너무 실력이 없는 것 아닌가’ 고민하는 마당에 싼값이라고 치과에서 모험을 할 환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 연예인까지 치료한 ‘쌍수의 신’ 알고 보니 간호조무사

쌍꺼풀수술을 그렇게 잘 한다고 소문났던 성형외과 원장이 알고 보니 간호조무사였다. 지난 10월 의사자격도 없으면서 성형외과원장 행세를 하며 수백 차례에 걸쳐 성형수술을 해준 50대 남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의사면허 없이 성형외과 원장 행세를 하며 성형수술을 한 혐의(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로 임모 씨(56)를 구속하고, 그를 고용한 M모 의원 원장 강모 씨(40)를 불구속 입건했다. 잘나가던 의사 행세를 하던 임 씨의 범행은 의료범죄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수사에 나서며 막을 내리게 됐다.

강 씨는 비뇨기과 전문의로 지난해 초 서울 강남에 있는 병원을 인수한 뒤 진료과목에 성형을 추가했다. 그는 단 한 번도 성형수술은 해 본 적이 없었지만 50대 간호조무사 임 씨만 믿었다. 임 씨가 수술하는 동안 전문의 강 씨는 옆에서 배우기까지 했다. 임 씨는 지난해 1월부터 불구속 입건되기 전까지 186명에게 쌍꺼풀과 코 등 성형수술을 해줬다.

임 씨는 의무병 입대를 위해 30년 전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했다. 의무병으로 복무하다 전역 이후 서울 광화문의 한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면서 어깨너머로 수술 기술을 터득했다. 강 씨는 임 씨가 간호조무사인 줄 알면서도 그의 수술을 중단시키지 않았다. 강 씨는 오히려 임 씨가 그럴듯한 행세를 하도록 공동 원장직책까지 줬다.

심지어 임 씨는 뛰어난 언변으로 친절하게 상담할 줄도 알고, 술기까지 갖춘 뛰어난 ‘명의’로 소문이 나 있었다. 심지어 수술받은 여성이 자신의 딸까지 수술을 권할 정도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그에게 얼굴을 맡긴 환자 중에는 연예인도 여러 명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6. 뜬금없는 미용주사 붐, ‘대통령의 회춘 비밀’ 풀렸다?

올 한해 미용 의료업계의 가장 ‘핫이슈’는 연말에 터진 VIP의 뷰티 시크릿이다.

올 한해 미용 의료업계의 가장 ‘핫이슈’는 연말에 터진 VIP의 뷰티 시크릿이다. 청와대가 결국 ‘태반주사 등을 맞은 게 사실’이라고 밝히며 갑자기 ‘회춘주사’의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29일엔 청와대에서 비의료인 진료로 의심되는 미용시술이 이뤄진 것으로 보도돼 ‘주사아줌마’라는 키워드가 확 떴다.

한국에서 이들 항노화 주사치료에 대한 수요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미 VIP가 맞는다고 소문나기 전에도 여성들은 미용을, 남성들은 숙취해소 및 자양강장을 목표로 이들 주사치료를 찾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갱년기 증상 완화에 좋다는 태반주사 △피부를 희게 만들어준다는 백옥주사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신데렐라주사 △체력을 증진시켜준다는 마늘주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비급여 의약품 허가범위 외 사용실태 및 해외 관리 사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태반주사나 마늘주사 등으로 알려진 피로회복이나 영양을 목적으로 한 주사제의 국내 시장 추정치는 2012년 328억 5000만원에서 2014년 510억 9000만원으로 2년 만에 55.5% 증가했다. 이들 주사제는 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정확한 처방 통계가 잡히지 않아 실제 시장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맞은 것도 특별한 것이라기보다 기존에 많이 쓰이던 주사제들이다. 그는 주로 차움의원에서 이들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순실 씨가 대리처방을 받아 해당 의약품을 전달했다. 청와대 의무실에는 비타민제 주사만 있고, 태반·백옥 주사 등을 갖춰놓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청와대 미용시술 의혹이 증폭되면서 해당 주사제들은 더욱 유명해졌다. 실제로 개원가에서 이들 미용주사를 맞기 위해 호기심어린 질문과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맞을 정도면 굉장히 몸에 좋을 것이라는 분위기에 편승해 중장년층 사이에서 주사제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과거 국회의원 시절에 비해 눈에 띄게 주름이 펴진 이유로 실리프팅도 덩달아 인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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