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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최순실 의료농단, 풀리지 않는 의혹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2-19 16:55:54
  • 수정 2016-12-21 18: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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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치의 임명에 최순실 등 비선 관여? … 서창석·이임순, 서창석·오병희 진실게임

지난 14일 의료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는 세월호 7시간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역대 청문회 중 가장 ‘노잼(재미 없다는 신조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겉도는 질문과 뻔한 대답, 거짓증언 등이 난무하면서 오히려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의혹만 커졌다. 뻔뻔한 얼굴로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 답변으로 일관한 의료인들의 모습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무색하게 했다. 국정조사 후 풀리지 않은 최순실 의료농단 관련 의혹들을 리뷰해봤다.

세브란스·최순실·김영재 커넥션 실체는?

이번 국정조사에선 최순실에게 김영재 김영재의원 원장을 처음 소개한 인물이 전 대통령 주치의였던 이병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장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특히 최 씨와와 김 원장 모두 세브란스병원에서 각각 피부·성형, 뇌수술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고 이 때 형성된 의료진과의 연결관계가 최순실 의료농단으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최순실 단골의사’로 알려진 김 원장은 국정조사에 출석해 “이병석 원장이 최순실을 소개해줬다”고 답변했다. 김 원장은 “이 병원장이 소개해줄 땐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몰랐다”며 “처음에는 최 씨가 이 정도 권력을 갖고 있는 줄 몰랐고 병원에 어느 정도 방문하고 수술을 해준 뒤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알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최순실, 김영재와의 관계에 대해 침묵해왔던 이 병원장은 “최 씨는 5∼6년 전에 환자로 병원에 와서 만났고, 이 후 최 씨가 피부미용 및 안면성형에 대해 물어보길래 김영재 원장을 찾아가 보라고 했다”며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이 병원장은 과거 김 원장의 뇌수술을 집도한 동료 교수의 소개로 김 원장을 알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병원장이 최순실·김영재 커넥션의 단초로 작용한 게 드러나면서 밝혀지면서 그가 박근혜 대통령의 초대 주치의가 된 과정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63년 박정희 대통령이 대통령 주치의제도를 처음 실시한 이후 대부분 서울대 의대 출신이 주치의로 임명됐다. 주치의는 대통령 가까이에서 대기해야 하는 만큼 청와대와 가까운 곳에 서울대병원이 위치해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전두환 전 대통령 때 민병석 가톨릭대 교수(내분비내과),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허갑범 연세대 교수(내분비내과)만 다른 학교 출신이다.

연세대 출신인 허 교수와 이 병원장의 공통점은 개인적인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는 측면이다. 허 교수는 1990년 김대중 대통령(당시 평민당 총재)가 단식투쟁에 들어간 뒤 단식 후유증에 대해 조언해주면서 인연을 맺었다. 김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서울대병원에서 홀대받은 경험도 한몫했다. 허 교수는 1997년 대선에서 DJ의 건강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직접 진단서를 발급해 논쟁을 불식, 대통령 당선에 공헌했다.

2013년 주치의로 임명된 이 병원장은 2006년 5월 ‘커터칼 피습 사건’으로 박 대통령과 인연을 처음 맺었다.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서울 신촌에서 서울시장 선거지원 유세를 하다 커터칼 습격을 당해 턱에 상처를 입어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고, 탁관철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로부터 봉합수술을 받았다. 이 병원장의 주치의 임명도 세브란스병원에 대한 ‘보은성 인사’였다는 게 의학계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5~6년 전 최순실을 만났다는 이 병원장의 증언대로라면 주치의 임명 과정에 최 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한 의료계 인사는 “커터칼 사건 당시 이 병원장은 강남세브란스병원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박 대통령과는 직접적인 접점은 없다”며 “전부터 잘 알거나 접촉한 경험이 있는 인물을 발탁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고려하면 최순실이 이 병원장을 주치의로 추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2014년 9월 갑작스럽게 주치의를 그만두고 후임자로 서창석 교수가 임명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서울대병원 본원이 아닌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주치의가 나온 것은 처음이라 의혹이 더 커졌다. 이 병원장은 지난달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원해서 주치의를 그만둔 게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표면상으로는 연세대 의대 학장으로의 보직 변경을 이유로 들었지만 다소 강직하고 바른 말 잘하는 이 원장보다 주변 사람에게 싹싹하고 언변이 좋은 서 원장이 윗선의 마음에 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창석 VS 이임순, 산부인과 의사들의 거짓말 열전

이날 국정조사에선 김영재 원장 부부를 누가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소개했는지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서 병원장은 “지난해 4월 쯤 이임순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로부터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김영재 원장 부인)를 만나봐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서 병원장은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이 개발한 리프팅실을 서울대병원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돕고, 전문의도 아닌 김 원장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교수로 임명해 논란을 불렀다.
그는 지난달 26일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 직전 이임순 교수에게 해당 사실 확인차 전화했지만 이 교수가 ‘박 대표를 모른다고 해달라’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같은 날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임순 교수는 일종의 대질심문에 대해 “김영재 원장은 전혀 모르고 오늘 처음 만났다”며 “서 원장에게 (먼저) 전화한 적이 없고, 박채윤 씨를 소개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26일 서 원장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 “당시 서 원장이 다급하게 전화해 ‘내 이름을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진술이 완전히 엇갈리자 국조위원들은 진실 규명을 위해 두 사람에게 통화기록 제출을 요구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임순 증인이 위증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에서 같이 임원을 맡고 있는 서창석 증인에게 이임순 증인이 전화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대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사람을 소개한 것 자체가 위법도 아닌데 이임순 교수가 굳이 위증까지 할 이유는 없는 게 아니냐”고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

장 의원으로부터 위증 의심을 받고 있는 이임순 교수는 10년 전부터 최 씨 일가의 진료를 담당했다. 그는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전화를 받고 정 씨 출산을 돕기 위해 작년에 직접 제주도까지 내려갔고, 정 씨 아이의 돌잔치에도 참석했으며, 정 씨가 독일에 갈 때 약 복용 메모를 챙겨줬다. 25년 전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아들을 받은 산파 의사이기도 하다. 순천향대 내부에선 “최순실, 우병우 등 엄청난 VIP가 고객인 것을 제대로 활용했다면 연구비 수혜, 정부사업 주관 등에서 각종 혜택을 더 많이 받았을 수 있었을 텐데 결과적으로 아무 이익도 얻지 못하고 병원 이미지만 나빠지게 됐다”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오고 있다.

서창석 원장 대통령 주치의 추천, 대체 누가?

서 원장의 주치의 임명 배경도 의혹투성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4년 9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당시 대통령 주치의였던 이병석 원장 후임으로 서울대 출신 의사를 물색하며 서울대병원에 추천인 명단을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오병희 원장은 3명을 추천했지만 명단엔 서 원장이 없었다. 김 전 실장도 주치의 선임 이틀 전에야 서 원장이 주치의로 온다는 소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서 원장이 “김기춘 전 실장에게 전화가 와 면담한 뒤 주치의로 결정됐다”고 증언한 것과는 크게 엇갈린다. 전임 주치의인 이병석 원장도 서 원장을 추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병원 고위관계자들이 모두 서 원장을 추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비선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임순 교수가 20년 가까이 친분이 있는 서 원장을 추천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원래 이 교수가 직접 주치의로 가려했지만 순천향대라는 약점 때문에 서 원장을 대신 보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청문회 당시 “서 원장을 주치의로 추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오병희 VS 서창석, 안종범 전 경제수석과 만남 누가 주선했나

이날 청문회에선 전·현직 서울대병원장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실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서 원장은 “오병희 전 원장의 임기 중이었던 2015년 김영재 봉합사의 서울대병원 도입이 검토됐다”며 “오병희 전 원장이 다른 교수를 통해 안종범 전 경제수석수석과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해 박채윤 와이제이콥스 대표와 함께하는 자리가 성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직접 청문회 참석을 요청해 밤늦게 청문회장에 나타난 오병희 전 서울대병원장은 “2015년 8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였던 서창석 원장이 내게 먼저 청와대에서 김영재 봉합사의 중동진출 사업에 관심을 보인다고 전해왔다”며 “해당 봉합사를 제조하는 와이제이콥스 해외진출 관련 연구공간 배정 등을 논의하기에 앞서 서 원장 발언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안종범 전 경제수석과 자리를 갖게 됐다”고 서 원장의 증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 병원장의 증언대로라면 안 전 수석과의 만남은 서 원장이 주도적으로 진행한 셈이 된다. 이에 대해 서 원장은 “오병희 전 원장에게 윗선의 뜻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며 “당시 오 원장이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을 받아 실제 내용과 다르게 받아들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오병희 원장은 서울대병원 내부에서 ‘성골’로 평가되며 올해 초만해도 차기 병원장 연임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며 “연임을 앞둔 시점에서 무리하게 도박에 뛰어 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점잖은 학자스타일인 오 전 원장이 먼저 안종범 등에게 접근했을 가능성은 적다”며 “권력욕이 강하고 붙임성이 좋은 서 원장이 김영재 원장에 대한 특혜 몰아주기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서 원장은 대통령 주치의 시절이던 2016년 1월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기능성 봉합실 개발 사업계획서에 참여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교수는 “대학병원 교수가, 특히 서울대병원이, 더욱이 성형과 별 상관이 없는 산부인과 교수가 소규모 민간 업체의 개발사업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윗선의 당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인사에 청와대·최순실 개입 의혹

서창석 원장이 지난 5월 서울대병원장에 오른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당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출신이 다시 본원으로 가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오 전 원장도 청문회에서 “대통령 주치의가 서울대병원장으로 바로 임명된 경우는 드물다”며 “주변에서도 굉장히 상식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 원장은 “오 전 원장이 재임하면 중간에 정년퇴임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주치의 시절 박 대통령에게 직접 사표를 내고 정당한 과정을 거쳐 병원장에 임명됐다”고 반박했다.

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분당서울대병원장이었던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서창석 원장(당시 분당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장(당시 분당서울대병원 대외협력실장) 등 세 명을 최순실의 특혜를 받은 ‘의료농단 분당 3인방’으로 지목했다. 특히 전 원장은 친박 좌장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아내와 국민학교 동창이라는 증언이 나오면서 최초의 비(非) 서울대 출신 원장의 탄생 배경에 의혹이 제기됐다.
 
2012년 정진엽 장관(당시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병원장 재직 당시 서창석·전상훈(기획조정실장 선후임 관계)과 매우 돈독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오병희 원장이 2013년 신임 원장으로 이철희 교수를 내려보내면서 세 사람은 진료 현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당시 정 원장은 임기가 1년 가량 남은 상태였다. 하지만 서 원장이 대통령 주치의가 된 뒤 정 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에, 전 병원장은 분당서울대병원장에 임명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8월 정진엽 장관의 임명 소식이 알려지자 의료계에선 서 병원장이 정 장관을 추천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오 전 병원장이 자처해서 청문회를 나온 것 치고는 생각보다 별다른 발언이 없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 의료계 인사는 “오 원장이 작심하고 폭탄 발언을 하려했다가 주변의 만류로 발언 수위를 조절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다른 인사는 “청문회 종료 후 서 원장과 오 원장이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은 깍듯한 선후배 관계라기보다는 의료계 암투의 씁쓸한 이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보는 순간 멍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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