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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세포암 유일한 표적치료제 바이엘 ‘넥사바’, “과소평가된 부분 있어”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6-12-13 16:32:55
  • 수정 2022-10-26 15: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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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두바이러스 유전자 변형 면역항암제 신라젠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 시작

바이엘코리아의 다중 티로신 인산화효소(multi-tyrosine kinase) 억제제인 ‘넥사바정’(NEXAVAR 성분명 소라페닙, sorafenib)는 진행성 간세포암(간암)의 표준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유일한 표적치료제다. 2006년 신세포암(신장암) 표적치료제로 국내 출시된 이후 2008년엔 간세포암, 2014년엔 갑상선암을 적응증으로 획득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2013년부터 넥사바 약제비 관련 환자부담율을 50%에서 5%로 대폭 줄인 것에 대해 당시 일부 의료진은 “임상 3상인 ‘SHARP’ 연구결과 넥사바의 부분관해율이 2%, 위약 대비 생존기간 연장효과가 평균 2~3개월에 불과하다”며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10여년간 넥사바를 뛰어넘는 치료제가 출시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이 약이 암 진행을 늦추고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효과가 과소평가됐다고 주장하는 의료진도 있다. 넥사바를 중심으로 간암 치료법을 알아본다. 

대한간학회·국립암센터의 ‘2014 간세포암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004~2009년 간세포암을 처음 진단받은 국내 환자 1972명의 병기는 1기(8.9%), 2기(29.6%), 3기(24.8%), 4a기(23.1%), 4b기(13.6%)로 약 60%가 중등도 이상으로 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했다. 이들을 추적조사한 결과 병기별 5년 장기생존율은 71.1%, 9.8%, 25%, 4.6%, 2.1%로 확인됐다. 한국인 간세포암 환자의 72.3%가 B형간염(HBV), 11.6%가 C형간염(HCV)을 동반했으며, 7.4%는 장기간 과음한 경력이 있었다. 간경변증(간경화) 환자 중 1~7%가 간암으로 악화됐다. B형간염 및 C형간염 바이러스 치료가 확대돼 이로 인한 간세포암 발생률은 감소하지만 선진국형인 간병변 등 대사성 질환 관련 간암 발병률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간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58~81%는 5년 내 간암이 재발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간경변증을 동반하거나, 종양의 크기가 크거나, 종양의 갯수가 많거나, 종양이 혈관을 침범한 경우 등에서 재발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암은 국내에서 전제 암 중 위·갑상선·대장·폐에 이어 5번째로 흔히 발병하며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다. 조기에 진단된 간세포암은 간절제, 간이식, 에탄올주입술(percutaneous ethanol injection, PEI), 고주파열치료(radiofrequency ablation, RFA) 등 완치를 목표로 한 근치적 치료한다. 병이 악화돼 이들 치료법을 적용할 수 없을 때는 경동맥 화학색전술(TACE, transarterial chemoinfusion, 이하 색전술), 방사선치료, 항암약물치료 등을 시행한다.


색전술은 가장 많이 활용되는 간암 치료법으로 암세포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인 간동맥을 막는다. 정상 간세포는 간동맥과 간문맥으로부터 모두 혈액을 공급받는 반면 간세포암은 간동맥에서만 혈액를 공급받는다. 간암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간동맥을 막으면 정상 간세포는 간문맥으로부터 혈류를 공급받아 생존하지만 간암세포는 혈류 부족으로 죽게 된다.


대한간학회·국립암센터는 진료지침을 통해 국소 림프절, 폐 등으로 간외전이가 있는 경우나 다른 치료법들에 반응하지 않고 암이 진행하는 경우 넥사바를 권고하고 있다. 미국간학회(AASLD)의 ‘2011 가이드라인’에서도 에탄올주입술, 고주파열치료술, 색전술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환자에서 첫 번째 옵션으로 권장하고 있다. 일본과 이탈리아에선 화학색전술 시행 후 혈관 침범이 있거나, 암이 전이되거나, 두 번 치료해도 치료반응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 넥사바로 바꿔 치료하도록 합의가 이뤄졌다.


김윤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미국간학회(AASLD) 등 국내외 가이드라인은 대부분 넥사바를 가장 중요한 치료옵션으로 꼽지만 국내에선 이 약을 최후의 치료법이라 잘못 인식하고 있는 환자가 많아 의사가 설득하기 힘들다”며 “이같은 이유로 색전술만 반복해 시도할 때도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색전술로 두 번 치료하고도 증상이 재현된다면 넥사바를 이용한 약물요법으로 넘어가야 한다”며 “이 때 치료법을 변경하면 생존율이 색전술로 3번 이상 실패했을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색전술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색전술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으면 넥사바 투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넥사바의 효과를 과소평가할 때가 많아 치료 정보를 균형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HARP 임상에서 넥사바 치료군의 전체생존기간의 중앙값은 10.7개월이지만 여기에는 1개월이나 24개월 동안 산 환자가 있다”며 “24개월을 가져간 환자가 있다는 걸 놓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치료법별 예상 장기생존율은 외과적 절제가 30%, 색전술 20%, 넥사바 5~10%”라며 “환자 상태에 따라 간이식·간절제 등 수술적 치료와 색전술, 넥사바 투여 등 각 치료법에 잘 반응할 환자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SHARP는 200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넥사바를 진행성 간암치료제로 승인한 근거가 됐다. 유럽·미국 등에서 602명의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방식으로 수행됐다. 피험자들은 신체활동 능력 평가지수인 ECOG(Eastern Cooperative Oncology Group, 0점 무증상~5점 사망)가 0~2점, 간경변 중증도 평가지표인 차일드-퓨(Child-Pugh, A등급은 경증 대상성, B 및 C 등급은 중등도·중증 비대상성 간경변)가 A등급이었으며 항암약물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


넥사바 400㎎ 하루 2회 경구 투여한 결과 전체생존기간(OS)의 중앙값이 10.7개월로 위약군의 7.9개월보다 2.8개월 길었으며, 사망위험이 31% 감소했다. 넥사바 치료군 대 위약군의 1년 생존율은 44% 대 33%, 무진행생존기간(TTP, time to disease progression)은 5.5개월 대 2.8개월이었다.   

 

넥사바 치료군은 RECIST(Response Evaluation Criteria in Solid Tumors) 기준 전체 질환조절률이 43%로 위약군 32%보다 높았으나 증상이 조절된 환자 중 71%는 안정질환으로 판단돼 관해율(치료후 증상완화 정도)은 낮았다. 치료반응은 완전관해, 부분관해, 안정질환 순으로 높게 평가된다. 넥사바군과 위약군 모두 완전관해를 보인 환자는 없었으며 부분관해도 2% 와 1%로 드물었다.

 

한국·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 226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연구결과에서 피험자들은 항암약물 치료를 받은 적 없는 간경변 차일드-퓨 A등급이었다. 넥사바 치료군 대 위약군으로 2대 1 무작위 배정했다. 간외로 전이되거나 활동성 B형간염을 동반한 환자, ECOG 점수가 나쁜 환자가 더 많아 SHARP 임상보다 생존기간이 짧았다.


연구결과 전체생존기간의 중앙값이 6.5개월로 위약군의 4.2개월보다 2.3개월 길어 사망위험을 32% 낮췄다. 넥사바 치료군 대 위약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은 2.8개월 대 1.4개월이었다. 넥사바 치료군 대 위약군의 전체 질환조절률은 35% 대 15%, 이 중 안정질환에 도달한 환자 비율은 54% 대 27%로 확인돼 넥사바군이 2배가량 치료반응률이 높았다. 부분관해율은 3%와 1%로 낮았다.


넥사바 치료 시 나타나는 흔한 부작용은 수족증후군, 설사, 피로감 등이다. 이들 두 임상연구에서 넥사바를 투여한 환자의 전체 이상반응 보고율은 약 80%로 위약군 38~52% 대비 높았다.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률도 전체의 45~54%로 두 그룹이 비슷하게 높았다.


넥사바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이탈리아 다기관 임상연구 ‘SOFIA’ 결과 용량을 절반으로 감량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투여하는 게 치료성과가 좋았다. 또 치료 초기에 수족증후군이 발생한 환자가 피부 독성을 보이지 않은 환자보다 치료반응이나 무진행생존기간이 더 나았다. 치료기간 중 설사를 겪은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전체생존기간이 오히려 길었다. 나이가 젊거나 간 외로 전이된 환자, ECOG 점수가 나쁜 환자는 치료반응이 좋지 않았다.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 총 296명에 넥사바를 400㎎ 하루 2회 경구 투여한 결과 161명(54%)은 이상반응(133명) 또는 간기능 악화(28명)로 투여량을 줄였다. 전체 환자의 치료지속기간 중앙값은 3.8개월로 넥사바 복용기간이 6개월 이상인 환자 비율은 30%(90명), 12개월 이상은 14%(41명)였다.


치료기간의 70% 이상 동안 절반 용량을 지속적으로 투여한 환자군(77명)의 생존기간 중앙값은 21.6개월로 70% 미만의 기간 동안 완전한 용량 또는 절반 용량을 유지한 환자군(219명)의 9.6개월보다 길었다.


SOFIA의 전반적 결과는 SHARP 임상데이터와 유사했다. SOFIA 연구에는 차일드-퓨 A등급의 대상성 간경변을 동반한 환자가 88% 포함됐다. 전체 환자의 75%는 병기가 후기였으며 25%는 중기이거나 기존 치료에 실패했다.


한편 신라젠이 개발 중인 우두(vaccinia)바이러스를 이용한 면역항암제인 ‘펙사벡’(개발명 ‘JX-594’)은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글로벌 임상 3상 ‘PHOCUS’을 허가받아 올해 초 첫 투약을 시작했다. 한국·미국·유럽·중국·호주·뉴질랜드 등 21개국 600명의 말기 간암 환자가 참여한다. 연구진은 펙사벡을 2주 간격으로 총 3회 간종양에 주입한 후 넥사바를 순차적으로 투여하는 펙사벡군과 처음부터 넥사바를 투여하는 대조군으로 나눠 두 그룹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다.

 

신라젠은 2019년 임상 3상을 마치고 6개월 이내에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 기준 1회 투여 비용은 7000여만원이다. 한국 판권은 녹십자가 간암 적응증에 한해 보유하고 있다.

펙사벡은 우두바이러스 유전자를 변형한 치료제로 이를 체내에 주입하면 우리 몸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세포를 위험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한다.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한 FDA 임상 2a상에서 전체생존기간의 중앙값이 저용량 투여군(14명)은 6.7개월, 고용량 투여군(16명)은 14.1개월로 확인돼 넥사바보다 뛰어난 효과와 안전성을 보였다.

 
펙사벡은 치료 전후 DCE(dynamic contrast-enhanced) 자기공명영상(MRI) 기준 펙사벡이 투여된 부위와 투여되지 않은 원격 종양 부위의 질병조절률(disease control)은 50%, 객관적 반응률(Choi responses)은 62%, mRECIST(modified Response Evaluation Criteria in Solid Tumors) 기준 객관적 종양반응률은 15%로 확인됐다. 2명은 종양이 완전히 사라져(완전관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연구결과는 2013년 ‘네이처메디슨’(Nature Medicine)의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펙사벡의 주요 부작용으로 주사 후 첫 4~24시간 동안 가벼운 독감유사 증상, 발열, 저혈압이 보고됐다. 대부분의 증상은 진통해열제인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과 수액 투여로 1~2일내에 호전됐으나 일부 환자에선 중등도(3등급)의 일시적인 간효소 수치 상승과 주사 부위 복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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