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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한국에서 ‘착한’ 요양병원 나오기 힘든 이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2-05 17:05:14
  • 수정 2020-11-29 02: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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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당정액제 전환 뒤 ‘병상 장사’ 몰두 … 고주파열치료 등 고가 비급여에 암치료까지, 안전성 우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치매 환자가 급증하면서 전국에 1300여개 요양병원이 난립하고 있지만 의료서비스나 안전관리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 2014년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화재 사건으로 21명이 사망한 이후 정부와 의료계는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요양병원은 의료진의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이 일정 기간 안정을 찾기 위해 입원하는 의료기관이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개인과 법인 등이 일정 자격만 갖추면 개설 가능한 요양(보호)시설과 달리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의사·한의사·치과의사 등)만 설립할 수 있다. 일반 병원처럼 1·3·5·7·9인실 등 다양한 규모의 병상을 갖추고 의사나 간호사가 24시간 입원 환자를 관리하면서 응급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2015년 기준 전국에 1372곳의 요양병원이 운영 중이며, 이는 2008년보다 약 2배 증가한 수치다.

경쟁적으로 병원이 들어서다보니 자연스럽게 불법행위도 많아졌다.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환자를 유인하거나, 비의료인이 의사면허를 대여해 불법 사무장병원을 설립 및 운영하거나, ‘나이롱환자’ 등 가짜 환자를 입원시킨 뒤 허위 처방전을 발행해 부당이익을 취하는 등 불법행위 종류도 다양하다.

요양병원이 ‘불법 의료행위의 온상’으로 지목받은 것은 2008년 1월부터 요양병원의 급여체계가 ‘일당정액제’로 바뀐 뒤부터다. 일반 병원은 개별 진료 행위마다 수가를 책정한 뒤 비용을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이 분담한다. 반면 요양병원은 평균 비용을 산출해 미리 정해진 비용을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받는다.

중증도에 따라 입원환자 한 명당 하루 입원료로 1만880~4만4880원을 받는다. 한 달에 환자 1명당 30만~130만원대의 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입원 환자가 많을수록 정부로부터 더 많이 지급받게 된다. 요양병원들이 시설이나 인력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병상 장사에 몰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서비스 질과 관계 없이 요양급여가 정액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질 낮고 값싼 서비스를 제공해야 이익을 남길 수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된다.

검증되지 않은 비싼 비급여 치료로 환자를 두 번 울리기도 한다. 요양병원에서 많이 권유하는 비급여 치료는 고주파열치료, 온열치료, 면역치료, 옻나무추출물, 겨우살이추출물, 고용량 비타민요법 등으로 임상 근거가 아직 불충분하다. 게다가 치료비는 한 달에 수백만원에 달해 돈은 돈대로 쓰고 건강은 오히려 악화되는 이중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고주파열치료기 등은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이며, 겨우살이나 옻나무 등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이미 암치료에 쓰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부 요양병원은 아예 암치료로 업종을 전환하기도 한다. ‘암 전문 요양병원’을 표방하는 일부 의료기관들은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면역치료제 등을 처방하고 있다. 대부분 암을 전문으로 하는 종양내과 전문의 없이 일반 내과, 가정의학과 등이 항암제를 오남용하다보니 안전성 문제도 우려된다.

한 종양내과 교수는 “국내 출시된 항암면역치료제의 경우 폐암이나 흑색종 등 특정 질환에만 사용하도록 허가된 것인데 다른 암종에 무분별하게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면역세포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어 오남용할 경우 면역력이 과도하게 높아져 다른 정상 장기에 약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양병원 등 소규모 의료기관에서 전문가가 아닌 이에 의해 면역항암제 처방이 이뤄지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며 “전문가 집단 차원에서 면역항암제의 올바른 사용에 대한 지침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요양병원을 주요 이슈로 다룰 정도로 정부와 의료계의 관심이 많지만 현 상황에선 양심 있는 요양병원은 살아남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환자의 머리 수로 급여를 책정하는 일당정액제 아래에선 의료서비스의 질 문제는 뒷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소윤 연세대 교수는 “요양병원의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고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려면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 요양병원을 지역마다 확충하고, 교육을 통해 요양병원 의료인과 경영진의 윤리의식을 제고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일당정액제 등 현 수가체제를 의료현실에 맞게 개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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