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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아그라’·‘에토미데이트’ 구입 논란 심층해부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6-11-25 17:41:27
  • 수정 2020-09-13 16: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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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아그라, 고산병 대표 치료제 아냐 … 증상 심한 폐동맥고혈압엔 효과
에토미데이트, ‘제2의 프로포폴’ … 지난해 향정신성의약품 지정 실패 의혹

남성 발기부전치료제인 한국화이자의 ‘비아그라’(왼쪽)와 한미약품의 ‘팔팔정’

지난 23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12월 남성 발기부전치료제인 한국화이자의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 sildenafil) 50㎎’를 60정(약 37만5000원), 비아그라의 복제약인 한미약품의 ‘팔팔정 50㎎’을 304정(약 45만6000원)을 구입한 것에 대해 “지난 5월 25일부터 10박 12일간 아프리카 순방시 수행단의 고산병 치료를 위해 준비했는데 한 번도 안 써 그대로 있다”며 해명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인 작년 12월 고산병 표준 예방·치료제인 한림제약의 ‘아세타졸(성분명 아세타졸아미드, acetazolamide) 250㎎’ 200정을, 순방 직후인 지난 6월 아세타졸을 1000정이나 더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 대변인은 또 2014년 11월과 지난해 11월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유도제인 비브라운코리아의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성분명 에토미데이트, etomidate) 10㎖’ 30개(약 13만2000원)를 산 것에 대해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 성분과 전혀 다른 응급상황 중 기관삽관 시 사용되는 근육진정제의 한 종류”라며 “의무실장이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필수 약품”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측 주장과 달리 에토미데이트는 ‘우유주사’라 일컬어지는 프로포폴이 2011년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지정된 이후 프로포폴을 대신해 오남용하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3년 병원장이 프로포폴 중독자들에게 프로포폴 대용으로 에토미데이트를 고가에 판 혐의로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에토미데이트 5만㎖(5000앰플)를 빼돌려 서울 강남 유흥업소 여성에게 팔아 4억여원을 챙긴 조직폭력배 2명과 유통책 1명 등이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에 학계에선 에토미데이트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하고 마약류로 관리하는 것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무산됐다.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청와대가 밝힌 비아그라와 에토미데이트 구매 목적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알아본다.

비아그라는 혈관을 확장하는 고혈압치료제로 개발하는 도중 발기되는 부작용이 확인되면서 발기부전치료제로 재탄생했다. 포스포디에스터라제-5(PDE-5) 억제제 계열 성분인 실데나필과 타다라필(tadalafil)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발기부전 외 폐동맥고혈압 등을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성분이다. 국내에선 비아그라와 팔팔정은 발기부전치료제로, 한국릴리의 ‘시알리스’(성분명 타다라필)는 발기부전 및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만 사용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을 허가받았다.
한국화이자는 2012년 비아그라와 같은 실데나필 성분을 상품명과 함량만 달리해 폐동맥고혈압치료제 ‘레바티오 20㎎’를 국내 출시했다. 릴리는 시알리스와 같은 타다라필 성분의 폐동맥고혈압치료제 ‘애드서카’(Adcirca)를 미국에 출시했으나 국내에 도입하진 않았다.

김유영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가 2007년 대한의사협회지에 게재한 ‘고소증과 고산병의 치료와 예방’ 강의자료에 따르면 고산병 유병률은 해발 1850~2750m에선 약 22%, 해발 3000m에선 약 42%로 알려져 있다. 실데나필은 2004년 12명의 피험자와 2007년 11명을 대상으로 각각 실시한 연구결과 위약 대조군에 비해 4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발생하는 고소폐부종(High altitude pulmonary edema, HAPE)과 폐동맥고혈압을 예방 및 개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국 중 고소폐부종에 걸릴 정도로 고도가 높은 국가는 없어 고산병 표준 예방 및 치료제인 아세타졸로도 충분하다는 게 의약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다. 증상이 심한 고산병이나 고소뇌부종엔 아세타졸을 비롯해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상품명 한독의 ‘덱사소론’)도 사용할 수 있다. 고소폐부종은 협심증 및 고혈압치료제 성분인 니페디핀(nifedipine, 상품명 바이엘코리아의 ‘아달라트오로스’), 실데나필, 타다라필 등으로 예방·치료한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야생의학협회(Wilderness Medical Society)의 진료지침을 따라 비아그라 성분인 실데나필을 포함한 PDE-5 억제제는 고산병 예방과 치료 기타(other) 약제로 명시해 적지 않은 의사들이 실데나필을 해당 목적으로 처방하고 있다”며 “다만 CDC 가이드라인에는 2010년 이후 실데나필이 고산병 증상에 효과가 없다는 여러 건의 연구결과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산병의 표준 예방 및 치료제인 아세타졸아미드를 쓸 것을 권장한다”며 “가격도 실데나필보다 70분의 1 이하로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야생의학협회는 진료지침에 고산병으로 인한 폐부종에 타달라필이 효과가 있다는 임상연구가 2006년에 발표됐으나 피험자수가 적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서술하고 있다”며 “2005년 12명을 대상으로 한 비교 임상시험에선 실데나필이 고산병으로 인한 폐동맥고혈압에 보호효과가 있고 산소 분압을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2011년 62명의 환자가 참여한 임상시험 결과 실데나필 복용군은 폐동맥수축기혈압은 대조군과 차이가 없으나 고산병 증상이 더 심해졌다”며 “2014년 총 132명의 환자가 참여한 5편의 임상시험을 종합분석한 결과 실데나필군은 폐동맥 수축기혈압이 위약군 대비 단기간 소폭 감소했으나 심장박동수 및 고산병 증상점수 평가항목에선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병원 등에 공급되는 에토미데이트의 가격은 앰플당 약 5000원이지만 불법 유통을 거치면서 가격이 7만~8만원까지 치솟는다. ‘주사 아줌마’로 불리는 전직 간호조무사 출신 여성이 서울 강남 일대 모텔이나 오피스텔 등지에서 투약자를 만나 에토미데이트를 투여해 주는 사례가 적발됐다.
에토미데이트를 3~5㎖가량 투약하면 몽롱한 상태로 1시간 안에 잠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토미데이트 불법 투약으로 검찰에서 조사 받은 한 여성은 “한 대 맞으면 약이 몸에 퍼지는 순간 쾌감을 느끼고 잠도 푹 잘 수 있다”고 진술했다.

손수호 변호사는 지난 24일 방송된 MBN ‘뉴스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에토미데이트는 기도 삽관할 때 근육을 이완하기 위한 응급약으로 쓰기도 한다”며 “내가 이 약품과 관련된 의료사건을 담당해봐서 아는데 일반적으로 그렇게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에 대한 규제를 우회해서 프로포폴 대용으로 쓰인다”며 “효능과 부작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손 변호사는 “프로포폴은 향정신성 의약품이기 때문에 투여량, 보관량, 남은 양, 폐기 방법 등 최근 2년 동안의 대장을 다 기록하고 보존해야 된다”며 “반면 에토미데이트는 향정신성 의약품이 아니므로 이같은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에토미데이트의 오남용 문제는 수년 전부터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김덕경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프로포폴 및 에토미데이트 오남용 사건을 다룬 지난해 10월 23일 MBC 이브닝 뉴스 인터뷰에서 “에토미데이트는 한 번만 사용하더라도 우리 몸에 있는 면역기능을 많이 떨어뜨린다”며 “전신마취할 때도 심혈관계 기능이 아주 저하된 폐혈증 환자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에토미데이트와 같은 마취제는 심리적 의존성을 일으켜 반복해서 사용하게 되면 오남용할 위험성이 크다”며 “에토미데이트가 일반적인 시술이나 수술을 할 때 수면마취제로 광범위하게 선택된다면 에토미데이트 역시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와대에 내시경 시설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에토미데이트를 수술 또는 수면유도하는 목적으로 남용한 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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