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막외진통(무통분만)이 보편화되면서 비명이 난무하던 드라마 속 출산 장면이 과거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제일병원 분만실의 ‘2015 무통분만 시행률’ 통계에 따르면 자연분만한 초산모(37주 이상) 1550명 중 1450명(94%)가 무통분만을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무통분만 시행률이 3.8%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결과는 무통분만에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되고 안전성이 입증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무통분만은 허리 주변 척추 속 척수를 둘러싼 경막의 외강(바깥쪽 공간)에 낮은 농도의 국소마취제를 주사, 감각신경만을 차단하고 운동신경은 살려 분만진통을 줄인다. 윤희조 제일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통증을 10점으로 규정할 때 임산부가 느끼는 통증은 무통분만 시술 전 약 8점에서 무통분만 시술 20분 후 2점 정도로 급격히 감소했다”며 “통증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과 불안감을 제거해 스트레스 없는 편안한 분만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안현경 제일병원 주산기과 교수는 “무통분만이 산모와 신생아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비교군 간 유의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분만 진통을 완화하면 출산 후 나타날 수 있는 산후우울증 위험도 낮아진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산부는 불필요한 고통을 감수할 필요 없이 편안한 출산을 위해 무통분만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시술 부위 감염, 출혈 경향, 심한 저혈당 등이 있는 환자는 무통분만 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해 시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해당 병원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