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 탓에 사용이 금기시됐던 인공감미료가 최근 저칼로리·저당분 식단이 강조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 지구적인 이상기후 탓에 사탕수수와 사탕무 재배에 차질이 생겨 설탕 가격이 급등한 것도 인공감미료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전세계 인공감미료 시장 규모는 오는 2024년 19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감미료는 설탕과 칼로리는 비슷하지만 단맛은 200~600배 강해 소량만 써도 충분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가격도 설탕의 4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열에 안정적이어서 열을 가해 만드는 음식에도 쉽게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거부감도 여전하다. 칼로리나 당분이 낮은 대신 식욕을 촉진해 오히려 비만 등 대사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사카린은 단맛이 강하지만 특유의 쓴맛이 뒤에 남아 설탕의 깊은 단맛은 구현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사용을 승인받은 인공감미료는 사카린(Saccharine), 아세설팜칼륨(acesulfame K), 아스파탐(Aspartame), 수크랄로스(Sucralose) 등이다.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사카린은 1879년 미국에서 발견된 최초의 인공감미료로 1900년대부터 고감미료로 사용됐다. 가격이 저렴하고 설탕보다 당도가 약 300배 높은데 칼로리는 거의 없다. 설탕은 체내에서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돼 인체에 흡수되지만 사카린은 미각만 자극하고 그대로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국내엔 6·25전쟁 후 어려웠던 시기에 널리 보급됐다. 그러던 중 1977년 캐나다에서 사카린을 투여한 쥐에서 방광종양이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유해물질, 발암물질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후 유해성을 반박하는 후속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사카린은 서서히 재평가를 받았다. 캐나다에서 실시된 쥐 실험은 음료 800개를 마셔야 섭취할 수 있는 정도의 대량 사카린을 매일 투여해 얻어낸 극단적인 결과라는 주장도 나왔다. 결국 2000년대 들어 미국 독성연구프로그램(NTP)과 환경보호청(EPA)은 유해우려물질 목록에서 삭제했다. 사카린이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과학적 사실이 명백해지면서 국제암연구소도 ‘인체 발암성이 없는 물질’을 뜻하는 ‘3군’으로 변경했다.
국내에선 젓갈, 김치, 잼류, 추잉껌, 간장, 탁주, 소주, 토마토케첩, 조제커피 등 일부 제품에서만 사용이 허용됐다가 2014년부터 어린이 기호식품인 빵(0.17g/㎏) 이하, 캔디·초콜릿류(0.5g/㎏) 이하, 과자와 아이스크림(0.1g/㎏) 등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사카린의 추가 허용 조치는 당뇨병 환자에게 희소식일 수 있다. 설탕을 섭취할 수 없는 당뇨병 환자가 단맛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감미료이기 때문이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당뇨병 식이요법에 설탕 대신 사카린을 권하는 이유다.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와도 잘 어울린다. 세계김치연구소의 ‘사카린의 첨가가 김치의 발효 및 품질 특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사카린은 아삭한 식감과 단맛을 유지하는 데 도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카린 같은 인공감미료가 조금만 먹어도 단 이유는 단맛 수용체와의 강한 결합력에서 나온다. 존 헤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식품과학과 교수가 2008년 과학학술지에 ‘화학지각’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설탕은 깔끔한 단맛이 나는 대신 결합력이 약해 혀 점막에 있는 단맛 수용체에서 쉽게 떨어져 나가는 반면 사카린이나 아스파탐은 단맛 수용체에 착 달라붙어 소량만으로도 뇌에 단맛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사카린 등 인공감미료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여전히 존재한다. 인공감미료는 입맛을 돋궈 오히려 음식을 더 먹게 하고 비만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오범조 교수는 “단맛은 강한데 칼로리가 낮은 인공감미료가 들어오면 뇌가 단맛 만큼의 칼로리가 들어오지 않음을 인식해 부족한 음식을 더 섭취하려는 욕구가 커진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있다”며 “동물실험 결과인 만큼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즉 인체는 인공감미료로부터 영양분을 얻지 못하고 더욱 탐식하려는 욕구가 생겨 결국 탄수화물 폭식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설이다.
인공감미료의 단맛이 설탕의 단맛보다 질적인 면에서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몇몇 해외 연구에 따르면 인공감미료로 단맛을 낸 음식을 먹어도 천연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만족감엔 도달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인공감미료는 설탕보다 맛이 떨어져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다. 인류는 고대 원시인부터 당분을 섭취하면 인슐린이 나와 지방으로 저장하려는 시스템이 인체에 작동됐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천연당과 인공감미료를 구분할 능력이 아직 없기 때문에 뇌의 감각으로만 단맛을 인식한다.
실제로 사카린은 단맛 수용체와의 결합력이 탁월해 적은 양으로도 강한 단맛을 내지만 반대로 쓴맛 수용체에도 잘 달라붙는다. 사카린을 먹으면 뒷맛이 약간 쓴 이유다. 사용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쓴맛이 강해져 다른 감미료와 혼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즉 적은 양으로도 강한 단맛을 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설탕이 주는 특유의 단맛을 100% 구현할 수는 없다는 게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식품업계가 사카린 사용에 부정적인 것은 안전성 문제뿐만 아니라 설탕 같은 단맛을 담보할 수 없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은 코카콜라와 펩시가 1985년부터 사카린을 대신해 사용하면서 대체감미료 대표 소재로 부상했다. 무엇보다 설탕보다 당도가 200배 높은 게 장점이다. 열을 가하면 단맛이 줄어드는 특성 때문에 차가운 음식이나 청량음료에 많이 사용된다.
아스파탐은 페닐알라닌, 아스파르트산, 메탄올 등 3가지 원료로 합성된다. 따라서 체내에서 분해되면 생성되는 메탄올이 해를 끼칠 수 있다. 아스파탐 옹호론자들은 메탄올 양이 유해할 만큼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반박하지만 회의적인 전문가가 꽤 있다. 어린이에게 매일 75㎎의 아스파탐이 수개월 간 노출되면 점진적인 독성이 유발될 수 있다. 더욱이 다이어트 청량음료는 뜨거운 창고에서 보관할 경우 아스파탐이 해로운 물질로 변화될 위험이 높아진다. 단지 실험실에서 이상적인 조건으로 연구할 경우에민 이런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을 뿐이다. 아스파탐은 열에 불안정한 약점을 안고 있다. 또한 아스파탐을 많이 먹어 발생하는 아스파탐병은 관절통, 우울증, 공격적 성격, 근섬유통증, 두통, 현기증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일부 영양학자들은 아스파탐이 유해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 소비자단체인 공익과학센터에서는 음식중독평가에서 높은 순위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