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건강식품’은 유사 이래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선 마늘과 양파를 자양강장제로 여겨 피라미드 건설 일꾼에게 먹였고, 미인의 대명사인 클레오파트라는 피부관리를 위해 무화과를 즐겼다. 고대 잉카제국에서 ‘신이 내린 곡물’로 불렸던 ‘아마란스’는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재배되는 비름과 식물로 탄수화물 성분이 낮은 대신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많아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인기다.
한국에서도 블루베리·아사이베리·코코넛오일·홍삼 등이 건강식품, 이른바 ‘슈퍼푸드’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슈퍼푸드도 특정 영양소가 결핍되거나 지나치게 많아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고, 체질상 맞지 않은 사람에선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코코넛오일은 2~3년 전부터 다이어트식품로 인기를 얻으며 슈퍼푸드 열풍을 이끌고 있다. 단순히 먹는 식품에만 그치지는 게 아니라 치아미백, 눈화장 제거, 피부보습, 다이어트, 신진대사 촉진, 면역체계 강화 등 효능만 보면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코넛오일의 효능이 과대 광고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식품이 다이어트용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지방산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코코넛오일의 포화지방은 중간사슬지방산으로 다른 지방과 달리 곧바로 간으로 보내져 에너지로 전환돼 체지방으로 축적되지 않는다.
포화지방산은 짧은사슬(단쇄)·중간사슬(중쇄)·긴사슬(장쇄) 지방산으로 나뉜다. 이 중 중쇄지방산은 상온에서 색이 무색무취하고 투명하며 점도가 낮아 물 같은 액체로 존재한다. 탄소 길이가 짧아 장에서 흡수가 빠르고 열효율이 높아 체내에 축적되는 비율이 낮다. 코코넛오일의 포화지방산 중 절반은 중쇄 지방산이다. 코코넛오일이 포화지방임에도 다이어트 효과가 뛰어나다는 논리는 여기에서 나온다.
하지만 코코넛오일은 그 자체로 지방인만큼 평소 일반적인 식사량에 추가로 섭취하면 살이 찔 수 있다. 코코넛오일 한 숟가락(15㎖)에는 포화지방산이 13g 넘게 들어있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심장 건강을 위해 하루 포화지방산 섭취를 15~18g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루에 코코넛오일 한 숟가락만 먹어도 하루치 포화지방산 권고량을 거의 채우게 된다. 칼로리의 경우 한 숟가락에 130㎉로 세 숟갈이면 밥 한 공기를 먹는 셈이다.
김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코넛오일이 포화지방이긴 하지만 중사슬구조라 칼로리 자체가 일반 지방보다는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문제는 코코넛오일 자체의 칼로리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높고, 실제로 다이어트에 도움된다는 명확한 연구결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환자는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중쇄지방산이 유리지방산 형태로 간에 축적돼 나쁜 콜레스테롤(LDL,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지방간과 심장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모유에 다량 함유된 라우린산(Lauric Acid)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인다는 주장도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라우린산은 유해한 균들을 제거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건강에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 팜유에도 라우린산이 다량 함유돼 있다. 즉 단순히 라우린산이 많아 몸에 좋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거나 근거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팜유는 기름야자의 열매를 짜내 만드는 기름으로 식물성 유지임에도 동물성 유지 못지 않게 트랜스지방 및 콜레스테롤 함량이 많아 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출 상승을 위해 임상 근거가 아직 불충분하고 기존 과일이나 야채에 비해 대중에게 생소한 코코넛을 과대 홍보하며 관련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슈퍼푸드로 각광받는 베리류 과일도 섭취 시 주의해야 한다. 블루베리, 아사이베리 등 보랏빛 베리류 과일은 항산화성분이 풍부하다. 이 중 아사이베리는 브라질 야자수 나무의 열배로 아마존 열대우림 원주민에게 ‘생명의 나무열매’로 불렸다. 항산화성분인 폴리페놀 계열 성분이 레드와인보다 30배, 블루베리보다 18배 많이 함유됐으며 국내에선 ‘브라질 복분자’로 통한다. 폴리페놀은 안토시아닌과 함께 대표적인 항산화성분으로 노화를 방지하고 콜레스테롤 억제를 통해 심혈관질환과 뇌졸중을 예방하며 눈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정력과 노화방지에 좋은 비타민E 성분이 장어의 약 6배 정도 함유돼 있다. 하지만 당분이 함량이 높아 과다 섭취하면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져 동맥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위장이 약한 사람에선 복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크랜베리 등 붉은빛 베리류는 식이섬유와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변비, 노화방지, 피로 개선에도 도움된다. 특히 요로감염의 주원인이 되는 대장균을 억제해 비뇨기과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칼로리가 100g당 46㎉로 귤(100g당 39㎉) 등 다른 과일보다 높아 다이어트 중엔 멀리하는 게 좋다. 또 뇌경색이나 심장질환을 앓는 사람이 과잉섭취하면 출혈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2005년 이후 매해 명절 선물 인기품목 1위를 차지하는 홍삼도 각종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황민우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사상체질과 교수는 “인삼보다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독성물질 해독효소인 P450의 활성을 저해해 두통, 고열, 메스꺼움, 두드러기, 설사, 수면이상, 혈압상승, 변비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갱년기 여성이나 여성호르몬 관련 부인과질환이 있는 환자가 홍삼을 오남용하면 생리과대, 부정출혈, 유방통이 동반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