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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본 성형외과 미용수술 바로알기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6-11-14 20:10:34
  • 수정 2016-11-17 12: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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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7시간 부재’ 중 할만한 안티에이징 시술 없어 … 길어야 30분이면 끝

VIP의 뷰티 시크릿은 대중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요소다. 실제로 최근 ‘비선실세’ 최순실 사건으로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의 줄임말, 흔히 상위층의 일상을 표현하는 신조어로 쓰임) 안티에이징 시술’이 윤곽을 드러냈다. 최 씨와 그의 딸 정유라의 단골 성형외과가 ‘특혜 논란’을 받으면서다.

이들 모녀가 자주 다니던 김영재 성형외과의 김 원장은 1993년부터 상류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미용 시술을 행해오며 이름을 알렸다. 극소수의 환자만 받아도 될 정도로 운영이 잘 됐다는 후문이다. 그는 전문의가 아닌 일반개업의(GP, general practitioner)이며 녹는 금실을 넣어 주름을 펴는 실리프팅 시술로 이름값을 올렸다. 과거엔 모 개그우먼의 지방흡입 등 체형성형 사실을 폭로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최 씨가 단골로 다닌 이후로 김 원장의 병원에는 15억원의 연구개발비가 지원됐으며,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 병원의 해외진출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책임을 지고 교체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원장은 지난해 7월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성형외과 외래교수로 위촉되기도 했다. 다만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는 성형외과가 없으며,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전문의가 아닌데도 외래교수로 위촉된 것은 특혜 논란에 휩싸일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원장의 처남이 운영하는 화장품 회사 ‘존제이콥스’는 청와대 명절 선물세트로 선정됐으며 이후 면세점에 ‘프리패스’로 손쉽게 입점해 특혜 논란은 마치 양파처럼 ‘까도 까도 나오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성형’이라는 자극적인 키워드가 제시되자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팩트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보도가 무성한 것도 사실이다. 과거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의 ‘1억원 피부과’ 시술과 마찬가지로 여성 정치인의 미용 소비에 관련된 폭로는 남성 정치인의 어떤 과오보다 ‘욕을 먹어 마땅하다’고 여겨지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문의 입장에서 당황스러운 보도들이 나온 측면도 사실이다. 가령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보톡스를 시술받았다느니 △그 근거로 ‘보톡스 시술 후에는 7시간 동안 햇빛을 보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대통령이 실리프팅을 받았는데 이 시술은 회복까지 ‘딱 7시간’이 걸린다는 등 자극적이고 지나치게 과대해석된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대통령의 성형 여부 등 가십도 흥미롭지만 팩트도 알아둘 가치가 있다. 이번 사태를 빌미로 ‘역시 여자 대통령은 안돼’ ‘여자들이 성형외과에나 돈 쓰고 그렇지’ 같은 부정적인 관념만 재생산되며 애먼 성형수술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내가 이러려고 성형외과 의사가 됐나…”하고 씁쓸한 자괴감을 토로할 법한 시국이다. 성형외과의 허상과 진실에 대해 알아본다.
 
일반의가 성형수술을 집도하면 사기꾼?

김영재 원장을 비난하는 대중들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데 성형수술을 집도했으니 ‘사기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반의가 성형수술에 나서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국내서 의사는 전공과목에 관련 없이 진료를 볼 수 있다. 안과 의사가 쌍꺼풀수술 등 성형외과 진료를 하거나, 외과의사가 피부과 진료를 본다고 해서 불법인 것은 아니다.

이같은 전문의 상주 병원은 ‘간판’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령 ‘홍길동 성형외과’라고 씌여 있으면 성형외과 전문의가 진료를 보는 곳이다. 반면 ‘홍길동 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라고 돼 있다면 타과 전문의나 일반의가 개업한 곳으로 보면 된다.

김 원장이 문제가 되는 것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상호인 ‘김영재 성형외과’를 내걸었다는 점이다. 병원 간판에 비전문의임에도 전문의처럼 간판을 달았다면 불법이다. 병원의 등록 상호는 ‘김영재 의원’으로 돼 있다.

하지만 간판, 홈페이지, 포털 검색에도 전부 성형외과로 뜨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시정·징계하는 단체는 관할 보건소나 구청인 만큼 이와 관련된 부분에서도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 병원의 바로 맞은편에는 강남구보건소가 있다.

의대는 물론 심지어 성형외과 레지던트 과정에서도 미용성형을 따로 가르치지 않는 만큼 ‘전문의’ 여부보다 ‘경력’과 ‘미적감각’을 중시하는 의료소비자도 적잖다.

아무 의사나 수술을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수술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치료를 해야하는지, 위험단계가 어느 수준인지 등에 대한 판단이 빨라 적절한 조치를 빨리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의와 차이가 난다. 또 문제가 커질 경우 레지던트 시절 함께 했던 동료들과의 ‘인맥’을 이용한 빠른 협력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보톡스는 억울하다

한 매체는 지난 31일 최 씨의 ‘최측근’ A씨의 말을 인용,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이 터진 7시간 동안 보톡스를 맞고 있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적잖은 피부과·성형외과 의사들은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우선 보톡스는 ‘쉽고 빠른 안티에이징 시술’의 대명사다. 숙련된 의사는 3~5분이면 족하다. 10분이면 이미 시술대에서 내려와 시술비를 계산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박테리아의 독소를 정제한 천연단백질로 정확한 위치에 주사하면 해당 부위의 근육만 선택적으로 마비시켜준다. 사각턱은 갸름하게, 눈가나 이마의 주름은 옅게, 인중 아래로 지나치게 드러나는 잇몸은 안보이게 만드는 등 많은 부분에서 사용되고 있다.

주로 근육과 말단신경전달체계에 작용, 아세틸콜린이란 신경물질의 분비를 억제해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이완시키는 작용이 각 신체부위에서 다양한 미용 또는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마취크림을 바르고 피부 진피층에 옅게 보톡스를 주입, 타이트하게 당겨주는 ‘더마톡신’도 30분 이내로 끝난다. 7시간 동안 햇빛을 보면 안 된다는 조항과 관련, 피부과 의사들은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가벼운 주사 자국 정도가 남는데 이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아 의료용 테이프를 붙일 필요조차 없다.

실제로 미용시술에 무지한 남성들은 뻑하면 ‘보톡스로 성형한다’고 말하는데 보톡스는 주름을 개선하고 과도한 근육을 축소하는 역할에 그친다. 전반적으로 드라마틱한 성형 효과를 내는 것은 히알루론산이나 콜라겐 등을 주입하는 ‘필러’다. 필러도 보톡스와 마찬가지로 10분 안팎이면 끝나는 ‘초스피드’ 시술의 하나다. 즉 보톡스는 대개 ‘줄이거나 펴고’, 필러는 ‘채우는’ 주사 안티에이징 케어다. 

무슨 실리프팅 회복에 7시간이나?

해당 매체에서 말하고 싶었던 ‘연예인 보톡스’는 더마톡신 혹은 실리프팅으로 유추된다. A씨는 “최 씨가 6개월에 한 번가량 정기적으로 의사를 대동하고 청와대에 들어갔으며, 박 대통령의 얼굴에 100방가량 주사를 놓는 일명 ‘연예인 보톡스’ 시술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매체가 언급한 시술법으로 미뤄 봤을 때 보톡스가 아닌(보톡스를 부수적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PDO(polydioxanone) 성분의 녹는실을 넣는 리프팅 시술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녹는실리프팅은 30~60분 정도 소요되는 ‘바쁜 현대인’을 위한 쁘띠 안면거상술의 하나다. 주사로 실을 주입하는 만큼 절개하는 성형에 비해 부기, 멍 등이 적은 편이어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도 큰 지장이 없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시술 후 1~3일간 부기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기자가 접한 실리프팅 시술 의료소비자들은 수술 직후부터 일상으로 복귀, 2~3시간 정도면 큰 부기가 가라앉는 양상을 보여왔다.

녹는 실을 피부 원하는 부위에 주입하면 실 주변으로 모세혈관과 콜라겐이 급속히 생성되며 피부 타이트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개월 가량 지나며 콜라겐 밀도가 증가하고 주변 지방세포조직과 콜라겐이 서로 당기는 장력이 발생하며 동안 피부로 되돌리는 원리다.

해당 매체에서는 한 성형외과 전문의의 말을 빌려 “시술에서 정상적 회복까지는 통상 7시간가량 소요된다”고 덧붙였지만 역시 ‘지나친 갖다 붙이기 아닌가’ 하는 게 임상 의사들의 견해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7시간의 행적을 밝히려고 기껏 성형수술을 찾아서 댄 게 ‘실리프팅’이라니 황당하다”며 “성형외과 의사에게 7시간이면 안면윤곽수술부터 가슴성형 등 체형성형을  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실리프팅을 7시간이나 했다면 의사의 실력이 의심갈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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