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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보바스기념병원 인수 … 대기업 재활병원 진출 신호탄될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1-07 14:24:59
  • 수정 2016-11-09 19: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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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병원 위주 대기업과 다른 행보 … 기업이미지 개선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

지난 4일 롯데호텔이 늘푸른의료재단과 보바스기념병원 인수를 위한 본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기업의 전문 중소병원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동안 현대, 삼성, 두산 등이 규모의 경제를 위해 대학병원을 설립 또는 인수해 의료시장에 뛰어들었던 것과는 다른 행보라는 분석이다.

롯데호텔은 지난달 한국야쿠르트, 호반건설, 보성그룹, 양지병원, 부민병원 등 12곳이 뛰어든 보바스병원 인수경쟁 본입찰에서 다른 경쟁업체 입찰가보다 최대 3배 높은 2900여억원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이 그룹은 지난 2~3년 전부터 실버산업 진출을 준비해왔으며 서울 근교에 실버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그룹 정책본부에 태스크포스(TF)를 두고 시장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신규 건립보다는 기존 병원 인수가 유리하다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고 보바스 인수에 참여했다.

보바스병원은 2006년 늘푸른의료재단이 영국 보바스재단으로부터 병원명 사용 인증을 받아 개원했다. 국내 최초의 어린이재활병원으로 발달장애, 뇌성마비 아동들의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해왔다. 연면적 약 3만4000㎡ 부지에 550여개 병상을 운영했으며 연매출 435억원, 영업이익 43억원으로 중소병원 규모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재활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하루 36만원가량의 VIP병실을 운영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왔지만 부동산 투자와 노인복지 주택 분양 어려움 등으로 부채가 가중되면서 지난해 9월 법정관리 및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병원 자산은 1013억원, 부채는 842억원에 달한다.

롯데호텔은 법원의 회생 계획인가 승인을 받는 즉시 경영 정상화 작업에 착수하고, 서비스업 및 재단 운영 노하우를 살려 보바스기념병원을 세계최고 수준 재활병원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보바스기념병원의 인프라를 통해 소외계층 및 취약층에 대한 의료봉사와 지원활동을 확대할 예정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대학병원을 위주로 병원사업에 진출했다. 현대그룹은 1977년 故 정주영 회장이 현대건설 창립 3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사재를 출연해 공익재단법인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해 의료사업에 진출했다.
농어촌 의료취약 지역에 현대식 시설과 장비를 갖춘 종합병원을 세운다는 목표로 1978년 전북 정읍아산병원, 1989년 서울아산병원(옛 서울중앙병원), 1996년 강릉아산병원 등을 잇따라 설립했다. 1987년에는 울산대 의예과 설립을 허가받았다.

삼성그룹은 1982년 삼성생명공익재단(전 동방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해 삼성의료원을 개설했다. 1994년 삼성서울병원, 2010년 삼성창원병원을 개원했다. 1994년엔 옛 고려병원이 삼성의료원으로 편입돼 1995년 강북삼성병원으로 변경됐다.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 전까지 국내 재계 서열 2위였던 대우그룹은 1977년 김우중 전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대우학원을 설립, 아주대를 인수했다. 1987년 의대 설립을 인가받았고 1994년 아주대병원을 개원했다.
올해 기준 국내 재계순위 15위 한진그룹은 비영리법인 정석인하학원을 통해 1984년 인하대 의과대 신설을 승인받았고 1996년 인하대병원을 개원하면서 의료시장에 뛰어들었다.
재계 순위 16위인 두산그룹은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해 실질적인 중앙대병원의 운영 주체가 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오지로 평가받던 재활 의학계에선 롯데의 이번 보바스기념병원 인수를 반기고 있다. 재활의학회 관계자는 “한국에선 재활치료에 맞는 수가가 따로 없어 재활병상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며 “보바스기념병원은 재활병원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요양 병상을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그나마 제대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재활병상으로만 이뤄진 재활병원은 정상적인 병원 운영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며 보바스기념병원은 과거 소아재활병원도 운영했다가 경영 악화로 문을 닫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처럼 적자를 면치 못하는 재활요양병원에 뛰어든 롯데의 사회공헌 의도는 반가운 측면이 있다”며 “급격한 고령화로 가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재활과 요양병원의 길을 만든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호텔롯데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오너 일가의 검찰 수사 등으로 바닥에 떨어진 기업 이미지를 변화시켜보겠다는 의도라는 주장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검찰 수사 등으로 악화된 그룹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국내에서 제대로 운영하기 힘든 재활병원 투자에 나선 것”이라며 “재활병원은 당장 수익을 낼 수 없는 데다 사회공헌이 필요한 분야여서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 개선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비단 의료사업에 진출한 데 그치지 않고 고령화시대를 맞아 시니어산업·웰빙산업 육성 가능성을 롯데그룹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에 접목시켜 진단해보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붙였다. 하지만 박진노 현 병원장이 당분간 경영을 맡을 예정이어서 롯데가 병원경영에 직접 가담에 자기정체성을 갖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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