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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질환 신경섬유종증, 아직까지 ‘절제’가 유일한 치료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6-10-31 11:44:05
  • 수정 2016-11-02 12: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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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형이라고 안면기형 유발하지 않아 … 2형은 밀크커피반점 등 피부병변 드물어
15년간 신경섬유종증을 앓고 있는 심현희 씨(33)의 사연에 온 국민이 응원하고 있다. 지난 20일 SBS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은 종양이 늘어지며 얼굴을 뒤덮이게 된 안타까운 심 씨의 사연을 소개, 4일 만에 9억원이 넘는 ‘모금 역사상 유례없는 후원액수’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이 수술에 도움을 주기로 했으며, 검사 결과 다행히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진단받았다. 

심 씨를 고통에 빠지게 만든 신경섬유종증(neurofibromatosis)은 일종의 유전성질환이다. 상염색체상 우성으로 유전하는 유전질환으로 출산아 3000명당 한 명꼴로 발생하는 신경계 발생 단일 유전자질환 중 가장 흔한 축에 속한다. 

신경섬유종증 증상 중의 하나가 신경섬유종(neurofibroma)이다. 신경계·뼈·피부 등에 발육 이상을 초래하며, 주증상은 신경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발생한다. 주로 피부에 나타나는 신경섬유종은 위장에도 생길 수 있다. 마치 고무와 같은 느낌이며 주로 눈가나 귀 주변 안면부에 나타난다. 

이밖에 선천적인 뼈 이상, 척추측만증, 거두증, 시신경교종, 학습장애, 정신지체, 치매, 간질, 뇌종양 등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환자의 10%에서 정신발달 지연이 관찰되며, 학습·행동·운동 기능 등의 장애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종양을 절제하는 등 대증요법이 유일한 치료법이지만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혜택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큰 편이다.

신경섬유종증은 유전학적 병인과 임상증상에 따라 제1형(NF1)과 제2형(NF2)로 구분되는데, 대체로 전체 환자의 85%는 제1형에 속한다. 제1형은 신생아 3500~4000명 중 한 명의 빈도로 발생하며, ‘폰레크링하우센’(von Recklinghausen)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주로 말초신경에 종양이 호발하므로 말초신경형이라고도 일컫는다. 뇌, 척수 병변은 없거나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1형 신경섬유종의 증상은 아동기에 나타난다. 피부에 밀크커피색반점(cafe-au-lait spot), 다발성섬유종, 홍채결절(Lisch nodule)이 있다. 사춘기 이전이면 지름 5㎜ 이상, 사춘기 이후에는 지름 15㎜ 이상의 점이 6개 이상일 때 의심해볼 수 있다. 진행성 질환으로 사춘기, 임신 등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증상이 뚜렷해진다. 

특히 1형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밀크커피색반점’을 꼽을 수 있다. 황규광 세련피부과 원장은 “밀크커피색반점은 피부 표피에 비정상적인 멜라닌세포가 증식돼 나타나며 신경섬유종 환자의 가장 특징적인 양상”이라며 “거의 모든 환자에서 관찰되며 얼굴을 제외한 전신 피부에 두루 나타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크기·숫자·색소침착 정도가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신경섬유종증은 말랑말랑한 촉감의 양성종양이 한 개 혹은 다발성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미관상 보기 좋지 않거나 통증 등을 동반하는 경우 Q스위치레이저 등으로 제거한다”며 “크기가 작을수록, 어릴 때 찾아올수록 수월히 없앨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경섬유종 제2형은 ‘중추신경형’ 또는 ‘양측성 청신경성 신경섬유종증’으로 일컬어진다. 1형보다 드물어 4만명 당 1명의 꼴로 발생하고, 전체 신경섬유종증의 1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대개 아동기·청소년기·성인 초기에 나타난다. 2형 신경섬유종은 1형과 달리 밀크커피색 반점과 같은 피부 병변은 흔치 않다.

2형 신경섬유종은 양측성 제8뇌신경에 종양이 있거나, 한쪽 제8뇌신경에 종양을 가진 환자 중 부모·형제·자식에 제2형 신경섬유종증이 있거나, 신경섬유종·수막종·신경교종 등 뇌종양이 있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뇌신경·척수신경에 다수의 종양이 생기는 게 특징이며, 특히 양쪽 청신경에 많이 유발된다. 이때 균형감각과 걸음걸이에 장애가 생길 수 있으며, 어지러움증·두통·이명 등을 겪다 점차 청력을 잃게 된다. 2형 환자의 약 85%에서 백내장이 나타나고, 양성종양이 안구에 나타나 실명을 초래하기도 한다. 

2형 환자는 시신경교종 등 뇌종양 발생 빈도가 높으므로 정기적인 컴퓨터단층촬영(CT스캔)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받는 게 도움이 된다. 다른 악성종양이 발생할 빈도도 일반인보다 높은 만큼 연부조직육종과 급성 백혈병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신경섬유종은 1·2형 모두 유전질환으로 염색체 내의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환자의 절반 가량은 부모로부터 유전되므로 신경섬유종을 가진 부모가 자녀를 갖기 전에는 질환에 대한 상담 및 진찰이 필요하다. 

병원에서는 부모가 신경섬유종증이라 하여 무조건 산전 유전자검사를 권하지는 않는다. 서울대 소아청소년과 교실에 따르면 제1형 신경섬유종의 약 30~50%는 가족력 없이 새로운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이같은 돌연변이 발생률은 약 1만 생식세포 당 하나꼴로 매우 높은 편이다. 원인 유전자는 1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NF1유전자의 이상’으로 알려졌으며 관련 유전자 변이의 종류는 100여 개 이상으로 보고될 만큼 많은 편이다. 하지만 부모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변이가 이미 알려져 있는 경우에는 산전진단이 가능하다.

현재 절제수술 외에는 달리 개선법이 없지만 지난 27일 심 씨처럼 신경섬유종을 앓던 폴란드 여성이 죽은 사람의 얼굴을 이식하는 ‘페이스오프’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3년만에 완벽하게 얼굴을 되찾은 모습으로 나타난 바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조안나’라는 이름만 알려진 이 여성의 사연을 보도했다. 조안나는 선천적인 신경섬유종증으로 얼굴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하며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종양 무게로 인해 얼굴뼈에 무리가 왔으며, 신경이 눌려 엄청난 고통까지 동반되자 3년 전 의료진과의 상담 끝에 안면이식수술을 결심했다.

수술은 안면이식 전문의 아담 마치예브스키가 집도했으며 23시간 대수술로 안면을 덮고 있던 종양을 제거하고, 얼굴 피부의 80%를 다른 피부로 이식했다. 조안나는 수술 후 3년이 지나 폴란드 글리비체에서 열린 종양학 학회 기자회견에 참석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마와 목에 난 흉터를 제외하곤 완전하게 정상적인 안면을 가질 수 있게 됐으며, 새로 이식받은 피부는 원래 얼굴의 유전자와 다르므로 종양이 다시 자랄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진단을 받은 상황이다.

다만 심 씨는 이같은 페이스오프 수술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윤리적 문제 등으로 인해 안면이식수술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삼성서울병원은 검사장비의 구조변경까지 고려하며 심씨의 치료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성형외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협진하며 치료 방향을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심씨의 경우 혹을 제거한 뒤 신경을 하나하나 연결하는 초고난도 미세수술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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