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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어린이 치료거부 사망’, 권역응급의료·외상센터 회의론 확산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0-27 18:08:53
  • 수정 2016-10-31 10: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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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인력 부족·컨트롤타워 부재가 근본원인 … 보건당국 책임회피 위해 처벌 급급 주장도

최근 전북 전주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실로 옮겨진 두 살배기 어린이가 대학병원의 치료거부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부와 일선 병원의 허술한 응급의료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선 권영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가 우후죽순 늘면서 오히려 응급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오후 5시 쯤 김모 군(2)과 외할머니 김모 씨(73)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후진하던 대형 견인차에 치여 골반뼈와 발목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 15분 만에 119구급차에 실려 전북대병원에 도착했지만 응급센터 수술실 2곳에선 각각 유방암수술과 신장이식수술이 진행 중이었다. 병원 측은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다른 병원에 전원을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전북대병원은 환자가 심각한 하지골절임을 알았음에도 정형외과 전문의를 호출하지 않았다. 또 경험이 부족한 1~3년차 전공의들이 전원을 의뢰하다보니 긴박한 상황에서 환자 상태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응급실 전원의뢰 핫라인이 아닌 상대방 병원 대표번호로 전화하거나, 통화가 이뤄진 뒤에도 환자 상태를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

전북대병원으로부터 전원 의뢰를 받은 전남대병원은 골반골절 등 환자 상태를 비교적 상세하게 전달받았지만 중증외상환자로 판단하지 않고 전원을 거부했다.
사고 후 6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59분이 돼서야 김 군은 수원에 위치한 아주대병원에서 수술 받을 수 있었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탓에 세 차례 심정지를 일으키며 결국 사망했다. 뒤늦게 전북대병원에서 수술받은 외할머니도 결국 눈을 감았다.

보건복지부는 아이가 처음 도착했던 전북대병원엔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취소, 전남대병원엔 권역외상센터 지정 취소 등 중징계를 내렸다. 환자 상태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수용을 거부한 대전 을지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일단 유지하고 6개월 뒤 취소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은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로 대표되는 정부 주도 응급의료 개선 정책의 허술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2015년 기준 전국에는 총 22개 권역응급의료센터와 9개 권역외상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권역외상센터의 경우 원래 15곳이 지정됐는데 먼저 아주대병원(경기 남부)·가천대 길병원(수도권)·단국대병원(충남)·을지대병원(대전)·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강원)·전남대병원(광주)·목포한국병원(전남)·울산대병원(울산)·부산대병원(부산) 등 9곳만 운영 중이며 나머지 6곳은 개소를 앞두고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추가로 2개소를 지정해 총 17곳의 권역외상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료인들은 외상센터 설립이나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넘어 응급의학 및 소아외과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인력 수급, 의료수가 개선, 응급의료 및 중증외상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중 핵심이 의료인력 충원이다.
또 절반이 넘는 소아외과 의사들이 다른 분야 진료에 나서는 등 근무상황도 열악하다. 부윤정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외과 교수가 최근 ‘제32회 대한소아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소아외과 의사 중 4분의 1 가량이 병원 경영진으로부터 진료실적 압박이나 경고 조치를 받았고, 5분의 1은 인사 혹은 행정상 불이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소아외과 전문의의 절반 이상이 진료실적 보충 또는 다른 진료과의 진료 지원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소아외과 전문의의 40% 가량은 각 병원에서 홀로 근무하고, 약 20%는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

한 소아외과 전문의는 “국내 소아외과 전문의는 30여명으로 일본의 3%, 미국의 1%에 불과하다”며 “의대 6년, 외과전공의 4년, 소아외과 전문의 수련 과정 2년 등 총 12년의 수련과정을 거치는데 업무량이 과중하고 수술 위험도가 높은 데다 병원에서도 수익성이 낮아 지원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절반이 넘는 소아외과 의사들이 다른 분야 진료에 나서는 등 근무상황도 열악하다. 부윤정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외과 교수가 최근 ‘제32회 대한소아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소아외과 의사 중 4분의 1 가량이 병원 경영진으로부터 진료실적 압박이나 경고 조치를 받았고, 5분의 1은 인사 혹은 행정상 불이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소아외과 전문의의 절반 이상이 진료실적 보충 또는 다른 진료과의 진료 지원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소아외과 전문의의 40% 가량은 각 병원에서 홀로 근무하고, 약 20%는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

실제 이번 사건으로 중징계를 받은 전북대병원의 경우 2014년과 2015년 실시된 권역응급의료센터 평가에서 최하위를 받아 센터 지정이 취소될 위기를 맞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응급의료 인력의 부족이었다.

보건당국이 책임 회피를 위해 병원 처벌에만 급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K대 응급의학과 W 교수는 “이제 막 걸음마단계에 있는 응급의료센터와 외상센터에 중징계를 내린 것은 일선 병원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보건당국의 보여주기식 처분에 불과하다”며 “이번 사건의 근본원인은 낮은 의료수가 및 인력 부족, 컨트롤타워 부재 등 응급의료시스템 전반에 있는 만큼 정부가 앞장서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외상센터가 지나치게 많아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13년 실시한 권역외상센터 관련 연구용역에 따르면 국토 면적과 인구를 고려할 때 적합한 센터 수는 6개였다. 하지만 이후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전국에 17곳을 설립해야 비용 대비 편의성이 커진다는 이유로 설립 기관 수가 늘었다.

하지만 센터 수가 3배 가량 늘면서 기관당 예산지원 액수는 줄어 정부 지원금으로는 간신히 인건비를 충당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예컨데 권역외상센터를 원래 계획대로 6곳 지정했다면 각 센터에 6000억원이 할당되지만 총 17곳으로 늘면서 센터당 예산은 약 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으로는 인건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한 수준”이라며 “센터 수가 증가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분산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환자단체연합 관계자는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정부의 장기적인 계획과 집중적인 투자 논의가 이뤄져 한다”며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양질의 중증외상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과 의지가 부족한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외상센터는 과감하게 폐쇄하는 등 선택과 집중의 응급의료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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