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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길 잃은 저출산정책 … 예고된 백신대란, 누가 키웠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0-17 14:26:23
  • 수정 2020-09-13 17: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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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만도즈 부족, 당초 만2~5세 무료대상자 제외에 정부 비난 … 난임치료, 출산율 향상 효과 미미

경제불황에 따른 저출산이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추진돼 온 ‘영유아 독감 무료 예방접종 사업’이 용두사미가 되는 등 진정성 없는 정책시행이 부모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치권의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 정책 구상이 문제이고, 이로 인해 불거질 문제를 뻔히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는 행정부(보건당국)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21조원가량을 저출산 대책 부문에 쓴다고 밝혔지만 과연 현장을 알고 실질적인 대책을 펴는지는 의문이다. 출산율 향상과 연관성이 없는 엉뚱한 사업에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이 숱하게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연말까지 생후 6~12개월 영유아 32만명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원래 생후 6~59개월 미만 어린이까지 무료 접종 대상이었지만 백신 부족 탓에 대상자가 52만명이나 줄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원래 계획대로 6세 미만 소아 213만4000명에게 무료접종을 실시할 경우 253만6000도즈가 필요하지만 올해 국내 총 공급량은 201만4000도즈에 불과한 실정이다.

2살 자녀를 둔 김모 씨(34)는 “얼마 전 만 6세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이 확대 실시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접종을 미뤄왔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은평구 보건소 관계자는 “무료 접종 대상자가 발표된 이후 자신의 자녀는 접종 대상에 포함되는지, 왜 무료접종 대상에서 빠졌는지 문의 및 항의하는 전화가 급증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혼란은 지난 9월 국회가 백신 보유량 부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해 발생했다. 원래 영유아 독감백신 무상접종은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공약이었다. 여야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은 추석에 앞서 표심 공략을 위해 내년으로 예정됐던 독감백신 무료 접종을 앞당겨 시행하기로 합의하고 지난 9월 2일 사업비 280억원을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약회사가 연초에 이미 생산량을 결정해 생산이 끝난 데다 무료접종을 실시할 경우 접종 희망자가 급격히 늘어 백신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추경 예산은 그대로 편성됐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은 매년 수요량을 예측해 필요한 만큼 생산되며, 6월에 생산이 완료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 종류를 선정한 뒤 국내외 제약사가 약품을 제조 및 출하하기까지 최소 4~5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간 내 부족 분을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게다가 제약사는 인플루엔자 백신의 재고가 남을 경우 전량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적게 생산하려 해 정확한 수요 예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감백신은 매년 유행 바이러스주가 바뀌기 때문에 그해 소모되지 못한 제품은 전량 폐기된다.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과잉생산돼 폐기된 독감백신은 총 1400억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들이 독감백신 제조 및 공급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이유다.

4가 백신의 등장이 백신 부족 사태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및 마케팅이 3가백신보다 4가백신에 집중되면서 백신이 일시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됐다”며 “오는 11~12월이 되면 백신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일선 진료현장의 혼란도 잦아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부 의사들은 질병관리본부를 포함한 보건당국이 예산이 배정됐는데도 미온적으로 대처해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관계자는 “추경예산이 편성된 뒤 프랑스 사노피를 비롯한 유럽 지역에서 독감백신을 25만도즈 가량 긴급 수입해올 수 있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대통령의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는 등 이유로 허송세월만 보냈다”고 지적했다.

2014년 다국적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4가백신 ‘플루아릭스테트라’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올해엔 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와 SK케미칼의 ‘스카이셀플루4가’가 4가백신 경쟁에 합류했다.
이밖에 보령바이오파마의 ‘보령플루V테트라백신’, 한국백신의 ‘코박스플루4가’, 일양약품의 ‘테라텍트프리필드시린지주’ 등이 국가검정을 앞두고 있다.

올해 무료 예방접종 대상자가 접종하는 백신은 3가백신이다. 나머지 일반인은 독감백신을 접종할 때 3가와 4가 중 고를 수 있다. 3가백신은 A형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인 H1N1과 H3N2 모두와 B형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인 B-야마가타와 B-빅토리아 중 한 가지 등 총 세 종류의 바이러를 예방할 수 있다. 4가백신은 이들 네 개 바이러스를 한 번에 예방한다. 접종비용은 3가백신이 3만원 선, 4가백신은 3만5000~4만5000원으로 좀더 비싸다. 무료 접종 대상자라도 4가백신을 맞고 싶다면 비용을 전액 지불하고 접종받을 수 있다.

백신 문제 외에도 정부의 저출산 대책 중 상당수가 직접적인 출산율 향상과는 거리가 먼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2006~2015년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8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2015년 기준 1.24%로 G20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올해 저출산 관련 예산 21조원 중 고위험 산모와 난임부부 지원, 저소득층 기저귀·분유 지원 등 임신·출산과 직결된 항목의 예산은 총 2488억원으로 1.16%에 불과하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와 신혼부부 등의 주택 마련을 위한 예산도 2조1932억원에 그쳤다.
현재 시행 중인 무상보육·육아휴직제·유연근로제 등은 대부분 자녀가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한 양육지원 정책이어서 근본적인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600억원을 투입한 난임치료비 지원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의 150% 이상인 가정은 난임시술비를 지원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는 이 기준을 넘는 가구도 체외수정 시술 3회까지 1회당 100만원의 난임 시술비를 지원받게 됐다.
이에 대해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난임부부 중 소득이 있는 계층은 이미 스스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소득기준을 완화해 모두 다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정부 발표대로 출산율이 높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원금도 중요하지만 난임휴가제도 등 일·가정 양립대책들을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있는 사회와 회사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에 따르면 난임시술 성공률이 10~15%에 그치는 것도 한계로 지목된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산 이후 주거·교육 등 실질적 비용에는 인색한 현재 저출산대책은 수박 겉핥기식에 불과하다”며 “저출산은 기본적으로 혼인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기는데, 한국은 심각한 임금불평등과 높은 주거비가 결혼기피나 만혼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출산대책은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고 임금격차 해소와 주거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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