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포경수술을 정말 해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진다. 포경수술은 아이의 결정이 아닌 부모의 판단에 의해 수술이 이뤄지므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남성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성기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이나 오해도 많다.
‘포경수술을 하면 성감이 떨어진다’, ‘청소년기가 지난 뒤 수술하면 출혈이 심하다’, ‘예쁜 여의사와 간호사가 들어와 수술 도중 발기가 됐다’, ‘클럽에서 만났던 잘생긴 남자가 알고보니 노포남(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남자)이어서 정이 떨어졌다’ 등은 한 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인기를 끌었던 ‘썰’이다.
원형고리 모양으로 절개한다는 의미로 ‘환상절제술(circumcision)’로도 불리는 포경수술은 피부로 덮여 있는 남성의 성기의 표피를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기 바깥쪽에 포피가 둘러싸여 있는 모양을 ‘포경’(包莖)이라고 하는데, 고래잡이를 의미하는 포경(捕鯨)과 발음이 똑같아 ‘고래 잡는다’로 표현되기도 한다. 국내에 처음 도입된 시기는 명확하지 않다. 6·25전쟁 당시 주둔한 미군 군의관의 영향으로 도입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현재 전세계 남성의 20~25% 정도가 포경수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비율이 높은 국가는 이스라엘과 미국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유대교 율법에 따라 생후 8일째 시행한다. 2013년 이스라엘 유대교 법원이 아기의 포경수술을 거부한 엄마에게 벌금형을 선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수술 비율이 85%에 달했다가 반대여론에 부딪혀 60% 감소했고 최근 다시 80%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이슬람권 국가 일부와 필리핀에서 포경수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독 미국에서 포경수술 건수가 많은 것은 유대인이 당한 차별의 설움, 현재 미국사회에서의 사회적 위치 등과 연관된다는 분석도 있다. 유대인이 미국 사회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되면서 자신들의 종교의식인 할례를 정당화하고, 전세계에서 법적 통제나 차별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의학적 포장을 끊임없이 씌웠다. 여기에 자본주의적인 미국 의료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포경수술이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던 국가를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유럽에서는 포경수술을 어린이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법으로 금지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모으고 있다. 2013년 10월 유럽평의회는 남성 포경수술은 인권침해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스웨덴에서는 포경수술 전면 금지안이 발의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 포경수술 비율은 여전히 높다. 2000년대까지 90%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0년대 들어 75% 수준으로 낮아졌다.
대부분의 비뇨기과 의사들은 포경수술은 선택사항이지만 위생상 문제나 에이즈성병 등 질병 예방의 측면에서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소아과학회도 최신 가이드라인에서 포경수술이 에이즈와 성병, 요로 감염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어서 수술 이점이 부작용보다 크다고 평가했다. 육승모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신생아와 소아에서의 수술 적응증은 분명하다”며 “발기해도 귀두 포피가 전혀 젖혀지지 않는 진성포경, 포피가 젖혀진 뒤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 감돈포경, 귀두와 포피에 염증이 재발되는 귀두포피염 등은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요도가 음경 끝에 있지 않고 비정상적인 위치에 생긴 요도상열 및 요도하열, 거대요도, 함몰음경, 림프부종 성향이 있는 환자는 수술을 받아서는 안된다.
포경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위생이다. 포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소변이 포피와 귀두 사이 공간에 고여있다 나오기 때문에 내부에 소변과 피부찌꺼기가 모여 백태가 생긴다. 백태가 계속 쌓여 생성되는 치구라는 덩어리는 악취와 염증, 재발이 잦은 귀두염, 포피염, 귀두포피염 등의 원인이 된다.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아이는 포경수술을 한 아이보다 요로감염 위험이 10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성인의 경우 이런 상태가 반복돼 피부 손상과 습진이 발생하게 되면 성관계가 곤란해지기도 한다. 특히 한국은 여름철 고온 다습한 기후 탓에 피부가 잘 짓물러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피부염에 쉽게 걸릴 수 있다.
포경수술은 또 포피를 제거함으로써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과증식할 수 있는 여지를 줄여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에이즈), 성병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가 케냐 남성 3000명과 우간다 남성 5000명을 대상으로 포경수술 여부에 따른 HIV 감염률을 조사한 결과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은 감염률이 최대 5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해 발병하는 음경암과 자궁경부암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수술 시기는 아이가 어느정도 필요성을 이해하고 성기의 발달 정도와 포피 탄력성을 파악할 수 있는 초등학교 4~5학년 시기가 적당하다. 너무 이른 나이에 수술할 경우 성인이 된 뒤 음경 피부가 부족해 음경과 음낭 연결부위에 ‘음낭갈퀴’가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 성교통이나 성관계 시 반복되는 피부마찰로 인한 피부염을 겪게 될 수 있다.
출생 직후 포경수술은 정서발달에 영향을 미쳐 아이의 행동이 폭력적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신생아 시기에 포경수술을 하는 것은 인권적 측면에서 올바르지 못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60세가 넘은 뒤 포경수술을 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나이가 들면 음경의 피하지방이 급격히 빠지거나 반대로 늘어나면 포피가 늘어지게 되므로 수술이 필요하게 된다.
포경수술이 성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음경포피를 제거할 경우 성적 감각이 저하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임상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성 감각이 저하돼 조루개선에 도움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큰 연관은 없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포피를 잘라 음경 길이가 작아진다는 속설도 사실이 아니다. 포경 후 음경이 단축된 사례가 있지만 이는 수술 부작용으로 포피가 너무 많이 제거됐거나, 흉터가 회복되면서 피부가 잡아당겨진 데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포경수술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일 경우 음경피부만 마취하는 국소마취 후 수술이 이뤄진다. 포피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관상구(요도 입구 밑 쪽으로 힘줄처럼 보이는 부위의 양쪽) 근처 피부에 잘라낼 부위를 표시하고 동그란 고리 모양으로 절개한다. 이어 포피를 귀두 아래로 내린 후 관상구 근처에서 포피 내면을 다시 동그란 고리 모양으로 절개한다. 두 절개선 사이를 갈라 분리된 포피를 제거한 뒤 출혈 부위를 묶어 지혈하고 피부를 꿰매 연결한다.
수술 결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봉합이다. 마무리 단계에서 시행하는 봉합 밀도가 낮으면 상처감염 위험이 높고, 발기와 이완을 반복하는 음경 특성상 상처가 벌어질 수 있다. 반면 봉합 밀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에도 기회감염(2차감염)을 초래할 수 있다.
육승모 교수는 “많은 논쟁이 있지만 위생상 문제와 질병 예방 측면에서 포경수술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