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보톡스를 공식적으로 주사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늘었다. 대법원이 ‘치과의사도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있다’는 확정 판결을 내려서다. 대법원은 “치과대학과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도 보톡스 시술을 교육하고, 이미 치과에서도 사각턱 교정이나 이갈이 치료 등의 용도로 보톡스를 사용하고 있다”며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이 일반의사의 경우보다 사람의 생명·신체와 공중보건에 더 큰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일부 주에서는 치과의사와 간호사가 보톡스를 주사할 수 있다. 각 주마다 관련법이 다르지만 이를 허용하는 주에서 치과의사나 간호사 면허를 가진 사람은 보톡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법원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치과계는 당장 보톡스 치료에 집중할 치과의원은 거의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치과의 보톡스 시술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자들은 어디서 보톡스를 맞아야 하나 특별히 고민하지 않는다. 미용 목적의 치료는 대개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을 찾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보톡스가 승인받은 주름개선 기능 외에도 다양한 오프라벨 미용성형이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보톡스를 진피층에 주입해 피부를 타이트하게 당기는 더모톡신, 종아리나 승모근의 근육 사이즈를 줄여주는 보디보톡스가 유행 중이다.
이런 시술까지 더해지면서 의료소비자들은 ‘보톡스주사=미용클리닉’이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미용 목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치과에 비해 피부과·성형외과가 월등히 많은 만큼 굳이 치과로 발길을 돌릴 환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치과에서 무조건 보톡스를 맞지 말아야 한다며 배척할 필요도 없다. 치과의 ‘구강악안면외과’ 등에서 안면부와 얼굴뼈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용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턱의 모양과 기능까지 고려하는 치료라면 치과의사를 찾는 게 적합할 수 있다.
이미 치과에서는 턱관절장애나 악안면질환에 보톡스를 쓰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이갈이와 이악물기 치료다. 보톡스를 이갈이 치료용으로 활용할 때엔 주름을 펼 때 주사하는 양의 약 10배 정도를 깊은 근육 속에 주입하는 방식을 쓴다. 이를 통해 저작근의 강직을 약화시켜 턱의 과긴장 상태를 완화한다. 턱의 폐구에 관여하는 운동신경원에 흥분성 자극을 주는 치아주위의 기계적 수용체도 억제해 이갈이를 치료한다.
이밖에 거미스마일, 턱관절통증, 교근비대칭, 교근비대증, 거미스마일, 치간 블랙트라이앵글 등 치과 영역 질환의 치료에서도 보톡스를 활용한다. 다만 이제 막 치과의사의 보톡스 활용이 허용된 만큼 이를 위한 인식을 높이려면 구강부에서 보톡스를 통한 치료·기능·미용에 대한 다양한 임상경험 등을 꾸준히 쌓아가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