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14일(현지 시각) 체중 감소효과로 주목 받은 제2형 당뇨병 신약 SGLT-2(Sodium glucose cotransporter-2,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억제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Dapagliflozin)’와 얀센의 ‘인보카나’(성분명 카나글리플로진, canagliflozin)에 대해 복용 시 급성 신손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문구를 제품 라벨에 추가하겠다고 밝혀 이 계열의 약제에 미칠 파장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언급된 이들 약과 달리 동일 계열인 베링거인겔하임·릴리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 empagliflozin)은 ‘EMPA-REG OUTCOME’ 임상결과를 근거로 FDA로부터 SGLT-2억제제 중 최초로 심혈관계 관련 사망률 감소효과를 인증받는 동시에 신손상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약제라는 꼬리표도 붙지 않아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
이에 SGLT-2억제제와 2차 치료제 중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DPP-4(디펩티딜펩티다제-4, dipeptidyl peptidase-4)억제제 간 향후 경쟁관계는 어떻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월리엄 워시번(Wlliam Washburn)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소속의 포시가 개발자 등 일부 의료진과 업계 관계자는 신약 SGLT-2억제제가 임상 현장에서 안전성 데이터가 5년 정도 축적된 기존 DPP-4 억제제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체중감소·혈당강하·혈압저하 등의 효과를 바탕으로 상호보완적인 약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SGLT-2억제제는 단독 투여할 경우 당화혈색소(HbA1c)가 약 0.5~0.8%p 감소해 DPP-4억제제 단독요법과 비슷한 혈당강하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SGLT-2억제제는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특성상 경미한 요로감염증·생식기감염 등이 흔히 발생한다. DPP-4억제제는 매우 드물지만 심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12일 ‘제76회 미국당뇨병학회’(ADA,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연례 과학세션에서 인슐린요법으로 충분한 혈당조절이 어려운 환자의 경우 SGLT-2억제제+인슐린이 DPP-4억제제+인슐린보다 당화혈색소 및 체중 감소효과가 더 우수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두 계열 약제와 인슐린 병용에 대해 직접 비교한 연구가 없어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간접비교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모니터 헬스케어는 2014년 6월 ‘2014~2022년 당뇨병치료제 계열별 세계 매출액’ 보고서를 발표해 SGLT-2억제제가 빠르게 성장해 기존 DPP-4억제제의 일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기관은 인구고령화로 인해 당뇨병치료제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며 DPP-4억제제가 계열 중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SGLT-2억제제 등 신약이 도입됨에 따라 관련 시장점유율이 2014년 40%에서 2022년 25%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DPP-4억제제의 세계 매출액은 2014년 68억달러(약 7조7900억원)에서 2022년 124억달러(약 14조2100억원)로 늘어나고 2014년 전후로 출시된 SGLT-2억제제는 2022년 세계 판매액이 75억달러(약 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SGLT-2억제제로는 자디앙, 포시가,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슈글렛’(성분명 이프라글리플로진, ipragliflozin)이 있다. 인보카나는 약가협상 문제로 미국 얀센 본사의 결정에 따라 국내 시장 출시가 장기 보류된 상태다.
이 제제는 신장 사구체여과 과정에서 포도당을 재흡수하는 SGLT-2 작용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포도당이 세뇨관에 재흡수되는 것을 차단하고 소변으로 배출시켜 혈당을 낮춘다. 이에 포도당 배출로 칼로리가 제거돼 체중감소 효과가 있는 게 특징이다. 하루에 소변으로 배출되는 포도당의 양은 약 70g으로 칼로리로 환산할 경우 280㎉ 정도다. 또 인슐린에 의존하지 않는 기전으로 당화혈색소를 낮추면서도 췌장의 베타세포를 자극하지 않는다.
반면 기존 치료제 대부분은 혈당조절호르몬 인슐린의 민감성을 높이거나 인슐린 분비량 자체를 증가시키도록 작용해 췌장 기능이 떨어진 당뇨병 환자에서는 혈당 강하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인슐린은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며 혈액 내 포도당을 세포로 유입시켜 글리코겐으로 저장한다.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고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는 ‘메트포르민’(MET, metformin), 근육·지방 조직에서 포도당 소비를 촉진하고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는 치아졸리딘디온(TZD, thiazolidinedione)제제, 췌장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설포닐우레아(SU, sufonylureas)제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밖에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장관호르몬 인크레틴이 DPP-4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반응을 막는 DPP-4억제제, DPP-4 효소에 쉽게 분해되지 않는 합성 인크레틴 성분의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glucagon-like peptide-1)제제와 같은 인크레틴 기반 약제, 소장에서 다당류가 포도당 등 단당류로 분해되는 것을 저해해 식후 고혈당을 막는 알파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AGI, alpha-glucosidase inhibitor) 등이 있다.
현재 메트포르민(MET)이 표준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으나 이 약 하나만으로는 지속적인 혈당 조절이 어려워 DPP-4억제제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2·3제 병용요법이 쓰인다.
‘자디앙’ … 심혈관질환 사망률 감소효과 유일 입증
‘포시가’ … 세계 최초 SGLT-2억제제,
‘슈글렛’ … 일본 시장점유율 1위
자디앙은 SGLT-2억제제 중 유일하게 심혈관계 관련 사망률 감소효과를 입증해 화제를 모은 약이다. 동맥경화·뇌졸중·심부전 등 심혈관질환 합병증은 제2형 당뇨병환자의 사망원인 중 약 50%를 차지해 당뇨병 치료 시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환자 7000여명 대상으로 실시한 EMPA-REG OUTCOME 임상결과 자디앙 투여군에서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성인 제2형 당뇨병환자의 심혈관계 사망이 38%, 심부전에 따른 입원위험이 35% 각각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박철영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자디앙은 고지혈증치료제 ‘스타틴’(statin) 등 심혈관계질환 표준치료를 병행할 정도로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환자 그룹에서 긍정적인 임상결과를 보였다”고 해석했다.
자디앙+MET, 자디앙+MET+SU 병용요법은 임상연구에서 복용 24주 후 평균 약 2㎏의 체중 감소효과도 보였다. 비만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발생률을 높여 체중조절이 중요한데 기존 치료제인 SU·TZD·인슐린 등은 체중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MET, DPP-4억제제, AGI 등은 각각 체중 변화가 없어 SGLT-2억제제의 체중 감소효과는 눈에 띄는 장점이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측은 지난 5월 자디앙 국내 급여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약의 추가 장점으로 “다른 SGLT-2억제제의 치료가능 연령이 만 65~75세 미만에 그치는 반면 자디앙은 85세 미만의 고령 환자에게도 처방 가능하고 용량을 조절하면 사구체여과율(eGFR)이 45㎖/min/1.73㎡ 이상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도 투약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약은 지난 5월 급여 출시돼 MET와의 2제 병용요법, MET+SU와의 3제 병용요법, 인슐린과의 2제 병용요법, 인슐린+MET와의 3제 병용요법한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25㎎ 정당 급여가는 910원으로 셋 중 가장 비싸다. 음식 섭취와 관계 없이 하루 중 언제라도 1일 1회 1정 복용하면 된다. 이 약에 대한 내약성이 우수한 환자 중 사구체여과율(eGFR)이 60㎖/min/1.73㎡ 미만인 신장애 환자는 1일 1회 10㎎으로 용량을 낮춰 투여한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한국릴리는 유한양행과 기존 DPP-4억제제 ‘트라젠타’(성분명 리나글립틴, linagliptin)에 이어 자디앙에 대해 공동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포시가는 BMS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SGLT-2억제제로 아스트라제네카에 인수됐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와 CJ헬스케어가 공동 판매하고 있다. MET와 병용 투여한 경우 여러 건의 임상에서 당화혈색소를 약 0.84%p 감소시키고 치료 24주차에 체중을 최대 2.86㎏까지 줄였다.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 역시 각각 4.4㎜Hg, 2.1㎜Hg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저혈당 발생률도 3.5%로 SU 약제의 40.8%보다 낮아 내약성에서도 좋은 면모를 보였다.
신수희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당뇨사업부 상무는 “국내 당뇨병 환자의 74.7%가 비만·과체중이고, 54.6%는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어 포시가 등을 활용해 혈당과 함께 체중·혈압 등 당뇨병 관련 모든 위험인자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 약의 장점을 소개했다.
포시가는 2014년 MET 또는 SU와 2제 병용요법으로 급여 출시된 이후 MET+SU와의 3제 병용요법, 인슐린 단독 또는 경구용 당뇨병치료제 투여에도 당화혈색소가 7% 이상인 제2형 당뇨병환자 대상 인슐린과 2제 병용요법, 인슐린+MET와의 3제 병용요법한 경우까지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됐다.
이 약은 10㎎ 정당 급여가는 784원이며, 음식 섭취와 관계 없이 하루 중 언제라도 1일 1회 1정 복용하면 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자디앙과 같이 포시가의 심혈관계질환 관련 사망률 감소효과 등을 입증하기 위해 2013년부터 임상연구 ‘DECLARE-TMI 58’를 진행 중이며 2019년에 완료할 계획이다. 얀센 역시 같은 목적으로 인보카나의 ‘CANVAS’ 임상을 시행하고 있으며 연구는 2018년에 종료될 예정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라 심혈관계질환 관련 사망률 감소효과가 SGLT-2억제제의 기전적인 효과인지, 자디앙만의 특징인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슈글렛은 일본 아스텔라스제약이 개발한 신약으로 우수한 혈당강하 효과가 입증돼 자국에서 시장점유율이 절반을 넘는다. 2014년 ‘유럽당뇨병학회’(EASD, European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Diabetes) 연례 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다른 SGLT-2억제제보다 당화혈색소 감소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져 있다. SGLT-2억제제로 12주 이상 치료한 임상 52건을 모아 비교 분석한 결과 슈글렛은 0.97%p, 인보카나 0.81%p, 자디앙 0.65%p, 포시가 0.56%p 순으로 당화혈색소 수치를 낮췄다. 이 약을 공동판매하고 있는 대웅제약 관계자는 “슈글렛은 당뇨병치료제 본연의 역할로서 혈당강하 효과가 뛰어나다”며 “SGLT-2억제제라는 이유로 체중 감소효과만 이슈가 돼 아쉽다”고 말했다.
슈글렛은 아시아 당뇨병 환자 1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에서 단독요법의 경우 2.3㎏가 줄어 위약군 0.8㎏ 대비 뛰어난 체중감소 효과를 보였다. 다른 약제들과 병용했을 때도 2.3~3.2㎏ 감소했다.
이 약은 다른 SGLT-2억제제와 달리 TZD 계열 약물과의 병용요법에 대한 적응증을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비급여). MET와 병용할 때만 급여가 지원되고 있다. 50㎎ 정당 급여가는 705원이며, 1일 1회 1정 아침식사 전 또는 후에 경구투여한다.
SGLT-2억제제는 공통적으로 사구체여과율이 60㎖/min/1.73㎡ 미만인 중증도 이상 신기능 저하 환자에서는 약의 작용기전 상 혈당감소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추측돼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또 루프계 및 치아자이드계 이뇨제와 같이 쓸 경우 이뇨작용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처방 시 주의해야 한다. 간장애 환자 및 고령자에서는 별도의 용량조절이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