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유독 관심이 높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시술로 단연 필러(filler)를 꼽을 수 있다. 말 그대로 피부 속에 보충물을 주사해 볼륨을 키워주는 일종의 안티에이징 처치다. 이렇다보니 의료행위를 ‘미용’의 범주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잖다. 필러를 선호하는 것은 수술하지 않고도 주사 한 번에 시술 전후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것을 체감하기 때문.
하지만 제대로 된 시술이 이뤄지지 않으면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3년간 접수된 보톡스·필러 시술 후 피해 상담 건수는 1200건을 넘어섰다. 이 중에는 실명하는 경우도 있어 신중히 시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간단히 주사로 이뤄진다는 점 때문에 의료행위가 아닌 미용시술 쯤으로 생각하는 태도도 지양해야 한다. 시술에 앞서 환자들이 체크해야 할 사항에 대해 박창환 대구 마이닥터하우스의원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Q. 필러란 무엇이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A. 필러는 볼륨이 부족한 부위를 채워주는 모든 물질을 통칭한다. 넓게는 액상 필러, 보형물(implant), 의료용 실(threads)까지 포함하고 있다. 최소침습으로 이뤄지는 간편한 시술을 통칭하지만 통상적으로 레스틸렌 등 히알루론산 필러를 의미한다.
히알루론산 필러는 피부 속에 존재하는 다당류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인체에 함유된 성분이고 생체 분해되므로 피부 속에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스웨덴의 ‘레스틸렌’으로 1996년 처음 히알루론산 필러를 선보였다. 이밖에 미국의 ‘쥬비덤’, 프랑스의 ‘퍼펙타’, 한국의 ‘이브아르’ 등을 들 수 있다.
Q. 히알루론산 필러를 활용한 안티에이징 치료의 최대 장점은?
A. 무엇보다 짧은 시간에 간편한 주사로 부작용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가시적인 효과를 얻는다는 점이다. 주름을 지우고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고, 안면윤곽을 개선하며, 일부 리프팅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필요 시 반복 시술이 가능하며, 시술 결과가 맘에 들지 않으면 히알라제로 필러제를 녹인 뒤 재시술할 수 있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회복기간이 길고 비용 측면에서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지방이식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추세다.
Q. 최근 문제가 된 부작용, 흔한 일인지?
A. 필러 시술 후 초기에 생길 수 있는 흔한 증상으로는 통증, 멍, 부기, 열감, 알레르기 증상 등이다. 하지만 대개 시간이 지나며 완화된다. 시술 후 처방받은 약물을 제대로 복용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흔하지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중대한 부작용은 혈관 관련 문제이다. 필러 주입 시 위험 부위에 존재하는 혈관들을 직접 찔러서 들어가거나 혹은 혈관 주변을 누르면 그 혈관이 분포하는 원위부 피부를 괴사시킬 수 있다. 극히 드물지만 경우에 따라 필러 물질이 동맥을 역류해 중요 혈관을 막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무자격자의 불법 필러 시술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 사례들이 이에 해당한다.
Q. 부작용 나타난 경우 해결 방법은?
A. 부기나 통증을 막으려면 필러제를 최소한으로 활용하되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한 의사의 노력이 관건이다. 이때 신경차단술이나 리도카인을 믹스하는 방법으로 주사 압력과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또 알레르기 증상은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제의 적절한 사용이 도움이 된다. 혈관 관련 문제의 경우는 안전한 시술을 위하여 시술자가 혈관 분포를 잘 이해하고, 혈관의 변이 가능성도 알고 있어야 한다. 또 괴사가 발생하기 쉬운 부위를 인지하고, 가능한 손가락으로 혈관을 막고 작은 압력으로 천천히 시술하며, 시술 후 충분한 마사지와 관찰이 필요하다.
Q. 시술 후 결과가 오래 가기 위한 주의사항이 있다면?
히알루론산 필러는 특정 브랜드보다 오랜 시간 안전하고 꾸준히 사용된 제품을 골라야 한다. 무엇보다 지속기간을 오래 유지하려면 풍부한 임상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병원을 선택해야 한다. 흔히 히알루론산 필러의 유지기간은 10개월 안팎으로 볼 수 있지만, 지속기간을 결정하는 것은 정확한 부위에 주입했느냐의 문제다. 필러는 누구나 10분 만에 간단하게 시술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지만 단순히 주사만 놓다간 1주일도 채 안돼 필러제가 체내로 흡수되는 불상사가 초래될 수도 있다.
특히 의사의 오랜 경험은 혹시 모를 사고까지 미연에 방지한다. 필러제는 점성제라서 쉽게 주사될 것으로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 꽤 무거운 점성질로 균일하게 주입하려면 손가락의 압력을 잘 조절하는 게 관건이다. 주사기 안에서 버티는 필러의 압력을 누르려고 자칫 강한 힘을 주다가 필러제가 한꺼번에 밀려들어가 안구 주변 혈관을 막고 괴사를 일으킬 수 있다. 이를 잘 컨트롤할 수 있는 의료진을 만나야 한다.
필러제 입자가 아무리 굵어도 모세혈관보다 가늘기 때문에 이같은 위험은 항상 잠재돼 있다. 가성비만 따지는 것보다 브랜드의 정통성을 따져볼 필요도 있다. 전통성이 있는 브랜드 제품일수록 오랜 연구결과로 안정적인 결과를 낼 확률이 높은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