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의 머리가 위로 향해 있는 ‘역아(逆兒)’ 상태인 경우 태아의 위치를 바로 잡아주는 ‘역아회전술’로 안전하게 자연분만이 가능하다. 역아회전술은 태아의 머리가 위로 향해 있는 역아를 임신부의 가벼운 배 마사지로 정상(두위, 머리가 아래로 있는 자세)으로 교정한다. 과거엔 역아의 자연분만이 아기의 신경손상 등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어 대부분 제왕절개술을 시행해야 했다.
한정열 제일병원 역아회전술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은 “최근 역아회전술은 받은 임산부 210명을 대상으로 자궁파열, 태아골절, 태아뇌손상 등 태아합병증을 조사한 결과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소돼 응급제왕절개를 한 사례가 있었지만 수술 후 합병증은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역아회전술을 받고 태아의 머리 위치가 정상으로 돌아온 임산부만을 추적 조사한 결과 81%가 자연분만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정열 센터장은 “역아회전술은 마취할 필요가 없고 임산부 몸에 손상을 가하지 않는 비침습적 치료로 초음파를 통해 태아의 위치와 심장박동 등을 수시로 모니터링해 안전성이 높다”며 “임신 말기임에도 태아가 역아 상태인 임산부라면 역아회전술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아회전술의 성공률은 출산경험이나 양수량 등 조건에 따라 60~80%로 최근 양수 주입, 무통(경막외마취) 등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제일병원은 올해 기준 80% 이상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치료법은 전치태반, 양수파막, 자궁기형, 다태아, 자궁출혈 등에 해당되는 임신부에게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5월 28일에 열린 ‘제5회 대한모체태아학회 산과 전임의·전공의 교육강좌 심포지엄(Back to the Basic: 산과의사가 알아야 할 기본 술기)’에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