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에 간 금(crack)은 초기에는 통증이 있다 없다를 반복해 대부분 병원을 찾지 않는다. 균열이 상당히 진행돼 통증을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서 병원을 찾으면 이미 치근(치아의 뿌리)까지 손상돼 발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간단하고 예후가 좋아 찌릿한 통증을 느끼면 치아의 금을 의심하고 치과검진을 서둘러 받는 게 좋다.
A모 씨(42)는 치아 문제로 고생한 적이 없을 정도로 튼튼한 치아를 갖고 있었다. 삼겹살 회식에서 나오는 오돌뼈도 즐겨 섭취했다. 어느 날부터 종종 치통이 느껴졌지만 별 대수롭게 않게 여겼다. 점차 통증 강도가 세지고 빈도도 잦아져 찬 물조차 마실 수 없게 돼 인근 치과를 찾은 결과 치아균열증후군(tooth crack syndrome)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질환은 치아에 가느다란 금이 생겨 시큰거리거나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을 의미한다. 치아의 금은 오랜 기간 천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젊어서는 없다가 중년층에 접어들면서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치아의 금은 대부분 과도한 외부충격으로 발생한다. 한국인은 오징어나 깍두기 등 질기고 단단한 음식을 선호해 치아에 금이 가는 경우가 많다. 뼈에 생긴 금은 자연적으로 붙지만 치아에서는 결코 다시 붙지 않으므로 예방이 최선이다. 질기고 단단한 음식은 잘게 부숴 천천히 씹고, 한 쪽으로만 씹는 습관은 고쳐야 한다.
음식을 씹을 때 예리한 통증이 느껴지면 치아균열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금이 간 곳이 더욱 벌어져 신경까지 자극이 가해질 때 나타난다. 이진규 강동경희대치과병원 보존과 교수는 “치료를 늦추면 치아가 깨지는 치아파절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치근까지 생긴 금으로 세균이 침투해 염증이 진행되면 발치가 필요한 상황으로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치아의 금은 X-레이로 나타나지 않아 진단이 쉽지 않다. 대신 강한 빛을 투시하는 광선투시검사, 색소약을 칠해서 보는 염색검사로 발견할 수 있다. 신경부분 손상까지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현미경검사를 활용하면 진단정확도가 높아진다.
먼저 금이 치근 쪽으로 연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크라운치료를 시행한다. 신경조직에 염증이 생긴 경우 신경치료를 병행한다. 최근엔 치과치료에 미세현미경이 도입돼 시술 부위를 20배 이상 확대해 보면서 진단 및 치료 효율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