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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안마시는데 ‘지방간’ … 과잉 탄수화물 간에 축적돼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6-22 07:30:51
  • 수정 2020-09-13 18: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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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간 80% 이상, 비알코올성 … 과일도 많이 먹으면 과당이 지방으로 전환돼 쌓여
알코올성 지방간의 10~35%기 알코올성 간염,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10%가 염증이나 섬유화가 동반된 지방간염으로 악화된다.자영업자 변모 씨(48)는 평소 술을 즐기지 않아 또래 남성들보다 건강에 자신이 있었지만 얼마 전부터 쉽게 피로해지면서 건강에 이상을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감과 무력감이 심해지고 얼마전부터는 오른쪽 상복부가 아팠다. 일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증상이 심해지자 병원을 찾은 결과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탄수화물, 당분, 지방 등을 을 과다 섭취한 게 화근이었다. 

대부분 술과 가장 깊게 연관된 신체 장기로 간(肝)을 꼽는다. 실제로 잦은 과음은 간에 부담을 줘 간경화, 간염, 지방간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하지만 간 질환의 원인을 무조건 술로 단정짓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지난해 대한간학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지방간 환자의 80% 가량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간은 지방이 간 중량의 5~10% 이상을 차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거나 소량만 마실 뿐인데도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처럼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병이다. 당뇨병, 대사증후군, 고지혈증, 복부비만, 스테로이드·항경련제 등 약물 복용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아무런 증상이 없을 때가 많고 가끔 간이 있는 오른쪽 윗배가 뻐근하거나, 피로감을 심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다른 질환을 찾기 위해 검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국내 성인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2004년 11.5%에서 2010년 23.6%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을 가진 사람이 간기능검사에서 간효소 수치인 AST(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이요소, GOT)와 ALT(알라닌 아미노전이요소, GPT)가 약간이라도 높게 나왔다면 지방간을 의심해볼 수 있다.

고지방 식이가 주요 발병원인으로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가 원인이 될 수 있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은 군(상위 33%)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탄수화물 섭취량이 낮은 군(하위 33%)보다 남성은 약 1.7배, 여성은 약 3.8배 높다. 특히 한국인은 흰 쌀밥 위주의 식습관 탓에 탄수화물 섭취가 높아 주의해야 한다. 식약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경우 하루 에너지 필요량 중 50~60%만 탄수화물 식이로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과당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주범이다. 과당은 오로지 간에서만 대사가 이뤄진다. 많은 양의 과당이 한꺼번에 간으로 유입되면 지방 성분으로 변환돼 간에 쌓인다. 더욱이 근육은 과당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잉여분이 지방으로 축적되기 쉽다.

술과 연관성이 없는 소아·청소년에서도 지방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주원인은 서구화된 식습관에 따른 비만으로 2010년 교육과학부 조사결과 비만 아동의 11.3%가 지방간인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이 지방간은 성인과는 달리 ‘설마’ 하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쉽지 않으므로 비만한 아이는 미리 간기능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외식과 단순당 섭취를 줄이고 세 끼 식사를 균형 있게 먹어야 한다. 단 성장이 끝나지 않은 만 17~18세 이전에는 무조건적인 칼로리 제한을 피해야 한다. 

김태헌 이대목동병원 간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알코올성 지방간의 10~35%가 알코올성 간염,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10%가 염증이나 섬유화가 동반된 지방간염으로 악화된다”며 “지방간을 가볍게 여겨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간경화나 간암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조기에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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