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홍진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성준경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 모리죠 파바 하버드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정신건강의학과 우울증임상연구센터 교수팀은 우울증 환자가 자살을 생각하는 원인은 뇌 전두엽과 변연계의 기능저하라는 연구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우울증 환자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나 심한 경우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반대로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 자살을 생각하거나 호전되는 시기가 오히려 위험한 경우도 많다. 이번 연구결과 우울증은 전반적인 뇌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특히 뇌 전두엽 및 변연계의 기능이 저하됐다. 전두엽은 이마 쪽에 위치한 부분으로 판단, 사고, 계획, 억제 등 고차원적인 뇌 기능을 담당한다. 변연계는 뇌 심부에 위치해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 충동, 수면과, 섭식, 기억 등을 관장한다.
우울증이 오면 전두엽 기능이 저하돼 기분이 우울해지고 의욕이 떨어지며 집중력에 지장이 생긴다. 변연계 기능이 저하되면 불면증, 식욕저하, 감정기복 등이 동반다. 학교나 직장에 가도 제대로 된 기능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대인관계 의욕마저 저하된다.
연구팀이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MRI) 촬영한 결과 자살 생각이 발생하면 뇌 심부에 위치한 변연계가 흥분되고 전두엽이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연계는 분노, 화, 불안 등이 나타나거나 과거의 트라우마가 회상될 때 흥분된다. 술을 과도하게 마셨을 때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고 충동이 증가하는 원리와 유사하다.
연구팀은 또 뇌 백질의 연결성을 볼 수 있는 확산텐서영상을 통해 우울증에서 전두엽·변연계간 연결이 줄어들수록 자살 생각이 더 증가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두 영역간의 연결성의 감소는 충동성 증가와 계획성 감소와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경우 뇌 전두엽 아래쪽에 있는 곧은이랑(gyrus rectus)이 손상되면서 갑작스러운 충동성과 자살생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알코올, 약물 오남용, 분노감, 화병 등은 우울증 및 자살생각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전홍진 교수는 “우울증을 조기에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선별 및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같은 시스템은 우울증은 물론 자살 예방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연구재단의 일반연구자 지원사업으로 2011년부터 5년간 실시됐으며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미국정신의학회지(Translational Psychiatr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