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항PD-1(programmed cell death receptor-1, 프로그램된 세포사멸 수용체-1) 면역항암제인 한국오노약품공업·한국BMS제약의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와 한국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소세포폐암(NSCLC) 적응증을 획득한 이후 의료진과 환자의 관심은 뜨거워지고 있다.
폐암은 국내 암사망률 1위로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대표적인 암이다보니 획기적인 신약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들 약제는 임상시험에서 뇌전이로 수술이 어려운 일부 3~4기 폐암환자 등에게 완치에 가까운 치료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옵디보는 세계 최초로 승인된 항PD-1 면역항암제로, 키트루다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걸린 악성흑색종(피부암)을 완치시킨 약으로 유명하다.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을 치료한다. 항PD-1제제는 암세포 표면단백질 PD-L1(programmed death-ligand 1, 프로그램된 세포사멸 수용체-1 결합하는 물질)이 체내 T면역세포 표면의 PD-1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한다. 면역항암제가 PD-L1 대신에 PD-1 수용체에 붙게 되면 암세포가 자기위장을 통해 인체 면역시스템을 무력화하는 과정이 방해를 받는다. 이로써 T세포가 보다 손쉽게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제보다 장기생존율과 완치가능성이 높다. 의료진은 임상시험에서 장기생존율 평가 기간을 현재 5년에서 10년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여를 중단한 후에도 기억T세포의 작용으로 치료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며 다양한 암에 대해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관련 회사는 폐암·악성흑색종 외에 두경부암·신세포암·호지킨림프종 등과 에이즈(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증) 등 바이러스질환에 대한 치료효과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암세포에 직접 작용하는 1세대 화학항암제는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구토·탈모 등 부작용이 심했다. 암세포 증식 관련 특정 변이형 유전자를 타깃으로 하는 2세대 표적항암제는 해당 환자에서 뛰어난 치료효과를 보였지만 투약 1년 후 2차 유전자 변이로 인한 내성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 또 암 종류별로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라 각기 다른 치료제를 개발해야 했다.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전이성 폐암 말기 환자가 면역항암제로 1년간 치료받은 후 정상생활이 가능해진 드라마틱한 사례가 모든 환자에게 재연되는 것은 아니다. 면역항암제는 1년 치료비가 1~2억원으로 고가이고 치료효과를 보일 일부 환자를 선별하는 것도 쉽지 않아 비용 리스크가 너무 큰 것도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학계는 현재 PD-L1이 면역항암제의 가장 유망한 바이오마커 중 하나라고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비용 대비 효과적인 측면을 고려해 PD-L1보다 치료 예측이 확실한 생체표지자 개발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전체 폐암 환자 중 약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20~30%가 면역항암제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러 건의 글로벌 임상결과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경우 PD-L1 양성군(발현율 50% 이상)에서 치료반응율이 PD-L1 음성군(발현율 50% 미만)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PD-L1 음성군에서도 드물게 치료에 효과가 있다. 또 PD-L1 발현율과 치료 반응률 간의 연관성은 암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D-L1 발현율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 관련 표적항암제의 바이오마커인 EGFR 유전자변이보다는 환자 선별능이 떨어진다. EGFR TKI(tyrosine kinase, 티로신인산화효소) 억제제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된 환자의 약 70%에서 높은 치료반응률을 보여 정상형 유전자를 가진 환자군보다 확연하게 구분된다. EGFR 변이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30%에서 관찰된다.
폐암치료제의 혁신적인 신약으로 각광받고 있는 양대 면역항암제의 임상시험 결과와 향후 급여 등재계획 등을 조망해봤다. 옵디보는 지난 4월, 키트루다는 지난 5월에 국내에서 악석흑색종 1·2차치료제에 이어 비소세포폐암 2차치료제로 추가 승인받았다.
적응증은 동일하지만 적용 가능한 환자군 규모는 옵디보가 앞선다. 옵디보는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이전 백금착제화학요법에 실패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에 비해 키트루다는 PD-L1 발현 양성(발현율 50% 이상)일 때만 사용 가능하다는 추가 조건이 붙은 상태다. PD-L1 양성 진단시험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한다.
반면 투여 편의성에서는 키트루다가 더 앞선다.옵디보는 약 3㎎/㎏(환자 체중당)을 2주 간격으로 60분에 걸쳐 정맥 점적주입한다. 키트루다는 약 2㎎/㎏을 3주마다 30분 동안 정맥 점적주입해 옵디보보다 투여주기는 길고 1회 투여시간은 짧다.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적응증 추가는 한국오노약품공업·한국BMS가 제출한 옵디보 관련 글로벌 임상 3상 ‘Checkmate-017’·‘Checkmate-057’과 한국MSD가 제출한 키트루다 관련 글로벌 임상 1~3상 ‘KEYNOTE-001’·‘KEYNOTE-010’ 연구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옵디보는 편평·비편평 등 다양한 조직학적 특성을 가진 폐암환자를 최장기간 추적관찰한 연구에서 2년 장기생존 개선효과가 입증됐다. 임상3상 Checkmate-017에서는 편평 비소세포폐암환자 272명을 대상으로 옵디보와 기존 화학항암제 도세탁셀(docetaxel)을 무작위 배정해 투여하고 두 그룹간의 치료효과를 비교했다. 옵디보 대 도세탁셀의 객관적 종양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은 20% 대 9%,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 중앙값은 3.5개월 대 2.8개월,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중앙값은 9.2개월 대 6.0개월로 모두 옵디보가 우수했다. 1년 장기생존율은 옵디보 투여군이 42%이고 도세탁셀군이 24%였으며, 2년 장기생존율은 각각 29%와 8%이다. 5년 이상 장기생존율은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다.
임상3상 Checkmate-057에서는 비편평 비소세포폐암환자 582명을 옵디보와 도세탁셀 투여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치료효과를 비교했다. 옵디보 대 도세탁셀의 객관적 종양반응률(ORR)은 19% 대 12%,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2.3개월 대 4.2개월,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12.2개월 대 9.4개월로 PFS값을 제외한 나머지 평가수치는 옵디보가 우위를 확보했다. 1년 장기생존율은 옵디보 투여군이 50.5%이고 도세탁셀군이 39%였으며, 2년 장기생존율은 각각 29%와 16%이다.
이 임상은 Checkmate-017과 달리 PD-L1 발현율 1%,5%,10%에 따른 옵디보와 도세탁셀의 OS 중앙값도 공개됐다. 또 발현율이 높을수록 전체생존기간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임상 당시에는 PD-L1 발현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발현율이 1%만 넘어도 치료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가정 하에서 임상이 진행됐다.
PD-L1 발현율 1% 이상인 경우 OS 중앙값은 옵디보 투여군이 17.2개월이고 도세탁셀 투여군이 9.0개월로 2배 가량 차이가 났다. 발현율이 1% 미만인 환자에서는 각각 10.4개월과 10.1개로 비슷했다.
PD-L1 발현율 5% 이상인 경우 OS 중앙값은 옵디보 투여군이 18.2개월이고 도세탁셀 투여군이 8.1개월이었다. 발현율이 5% 미만인 경우 각각 9.7개월과 10.1개월이었다.
PD-L1 발현율 10% 이상인 경우 OS 중앙값은 옵디보 투여군이 19.4개월이고 도세탁셀 투여군이 8개월이었다. 발현율이 10% 미만인 경우 각각 9.9개월과 10.3개월이었다.
키트루다는 처음부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PD-L1 발현율과 치료반응의 상관성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임상을 디자인했다. 연구결과 PD-L1 발현율이 높은 환자일수록 치료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환자 4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1상 KEYNOTE-001 연구결과 PD-L1 발현 여부와 관계 없이 전체 환자의 ORR은 19.4%, PFS 중앙값은 3.7개월, OS 중앙값은 12개월로 나타났다.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의 경우 ORR은 45.2%이고 PFS 중앙값은 6.3개월로 확인됐다. OS는 생존자가 많아 분석기간 동안 중앙값을 도출할 수 없었다. 이로써 PD-L1 발현율이 바이오마커로 사용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임상 2·3상 KEYNOTE-010에서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PD-L1이 1% 이상 발현된 환자 1034명을 대상으로 키트루다 2㎎/㎏ 투여군, 키트루다 10㎎/㎏ 투여군, 도세탁셀 투여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투여용량별로 기존 화학항암제 대비 치료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ORR은 각각 18% 대 18.5% 대 5.9%, PFS 중앙값은 3.9개월 대 4개월 대 4개월, OS 중앙값은 10.4개월 대 12.7개월대 8.5개월이었다.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에서는 ORR이 30% 대 29% 대 8%, PFS 중앙값은 5개월 대 5.2개월 대 4.1개월, OS 중앙값은 14.9개월 대 17.3개월 대 8.2개월이었다.
세계 제약시장 조사기관 대부분은 옵디보를 항PD-1 면역항암제 시장 1위로 꼽으며 키트루다와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옵디보를 전세계 암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차세대 치료제의 리더’로 선정했다. 옵디보는 올해 1분기 세계 매출액이 7억400만달러(약 8688억원)로 지난해 동기 4000만달러(약 470억원)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키트루다 역시 올해 1분기 세계 매출액이 2억4900만달러(약 292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8300만달러(약 974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반면 아직 급여 등재를 받지 못한 국내에서는 키트루다가 옵디보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서 먼저 등재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보험 중심으로 운영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공보험이 의료보험의 근간을 이루고 있어서다. 건강보험목록 등재 결정에는 정부의 재정부담 문제를 고려해 기존 약제 대비 상대적인 비용·효과성 평가가 중요한데 이 측면에서 키트루다가 더 부합하는 임상데이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대한암학회는 ‘면역항암제 국내 도입과 과제’를 주제로 보건정책 및 의료 전문가를 초청해 42차 연례 학술대회 특별 세션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는 제약사와의 위험분담제(risk sharing agreement, RSA)를 통해 치료효과가 확실한 군(PD-L1 발현율 50% 이상 또는 75% 이상)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RSA는 특정 약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허가를 통해 안전성은 검증됐으나 효능·효과나 건강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치 않은 경우 약제를 공급하는 제약회사가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단에 환급해 재정위험을 분담하는 제도다. 대체가능한 약이나 치료법이 없는 항암제 및 희귀질환치료제로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을 치료하는 약제 등에 주로 적용되며 약효의 유효성에 대한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보험자(건강보험공단)와 제약사가 분담하는 취지로 운영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키트루다는 환급형 위험분담제로, 옵디보는 일반적인 절차로 급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PD-L1 발현율이 높은 군부터 보험에 우선 등재될 경우 한국오노약품공업·한국BMS의 옵디보는 키트루다처럼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PD-L1 발현율이 높은 군에서 치료반응률이 더 좋다는 비례관계를 입증하는 추가 임상데이터를 제출해야 할 수도 있다.
의학계는 “면역항암제는 기존 화학항암제 관련 임상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PFS 중앙값이나 OS 중앙값보다 장기생존율을 중심으로 치료효과를 평가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또 “일본에서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환자 절반 이상에서 전신 이상반응(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임상연구 결과 기존 치료제와 병용할 경우 치료효과가 더 우수한 경우도 있다”며 “신속한 급여 등재와 함께 부작용과 병용요법 등에 대해 지속적인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옵디보는 현재 일본에서 PD-L1 발현 여부와 관계 없이 편평·비편평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2차 치료제로 보험이 적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