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바나나는 칼륨 함량이 100g당 약 380㎎에 달해 만성 콩팥병(신장병) 환자는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 만성 콩팥병 환자 성모 씨(68)는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평소 식단관리와 운동에 꼼꼼히 신경써왔지만 얼마전 급격히 건강 상태가 악화돼 병원을 찾았다. 지난 주 아들과 손자 가족이 찾아와 수박과 멜론을 많이 먹은 게 화근이었다. 담당 의사는 일부 과일은 칼륨 함량이 많아 콩팥병 환자에게 치명적이며, 채소도 몸에 좋다고 무턱대고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사람들도 견디기 힘든 여름 무더위는 신장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는 더 위협적이다. 특히 덥거나 목이 마르다고 해서 물, 과일 등을 무작정 섭취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콩팥병 환자들의 건강한 여름나기 요령을 최선령 삼육서울병원 신장내과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여름철 갈증을 느낄 땐 수박, 참외, 멜론처럼 단맛 도는 시원한 과일 생각이 절실하다. 하지만 만성 콩팥병 환자는 과일에 함유된 칼륨을 배설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고칼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나나, 자두도 칼륨 함량이 높아 최소화하는 게 좋다. 혈중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근육의 힘이 약해지면서 무기력증이 동반되고 심할 경우 부정맥과 심장마비이 유발된다.
특히 다이어트식품으로 인기가 많은 바나나는 칼륨 함량이 100g당 약 380㎎에 달해 과일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푸른 채소나 해조류 등 칼륨이 다량 함유된 음식을 먹을 땐 물에 살짝 데쳐 칼륨 함유량을 줄일 수 있다. 가지, 당근, 배추, 콩나물, 오이, 깻잎 등은 상대적으로 칼륨 함량이 적다. 줄기보다는 잎에 칼륨이 덜 들어 있다.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도 삼가야 한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수분조절 능력이 저하된 상태여서 땀을 많이 흘린 후 맹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이런 경우 두통, 구역질, 현기증이 유발되고 체중이 늘면서 폐나 뇌 같은 장기에 부종이 생겨 호흡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은 하루 1ℓ 이내로 갈증 날 때에만 조금씩 마시고, 수분 섭취량을 조절하기 위해 저염식 식단을 유지하도록 한다. 소변색이 진한 갈색일 땐 소변이 농축돼 있다는 뜻이므로 물을 마셔 희석시키도록 한다. 반면 옅은 갈색 또는 노란색을 띨 때는 적당량의 수분을 섭취하고 있다는 신호이므로 물을 더 마시지 않아도 된다. 갈증해소에 도움된다고 알려진 이온음료는 많은 양의 칼륨이 들어 있어 전해질 조절 능력이 부족한 만성 콩팥병 환자는 가급적 마시지 않는 게 좋다.
기력 보충을 위해 약물을 복용할 때에도 약이 콩팥에 무리를 주지는 않을지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대다수가 고령층인 데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당뇨병이나 심장병 등 만성질환을 앓아 여러 약물을 동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약물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지 확인하고 복용 방법 및 횟수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