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쪽 바닥에 족궁 지지기능 갖춰야 좋은 신발 … 2~5㎝ 굽, 넉넉한 발볼 골라야 피로도 덜해
여름철은 다른 계절에 비해 가벼운 재질과 디자인의 신발을 많이 찾는 시즌이다. 하지만 그만큼 발을 지지하는 능력이 떨어져 발건강에 취약해질 수 있다. 족부건강을 다루는 전문의들은 ‘요주의 신발’로 △조리·뮬 △크록스 △레인부츠 등을 지목했다.
간편한 ‘조리·뮬’
엄지와 둘째 발가락에만 줄을 끼워 신는 시원한 ‘조리’는 가볍고 탈착이 편해 여름철마다 찾는 이가 적잖다. 그러나 밑창이 1㎝ 이하로 얇고 발바닥 가운데 부분의 족궁(아치)을 받쳐주지 못해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 아치가 무너지면 지면에 닿는 충격을 완충하지 못해 조금만 걸어도 피곤함을 느낀다.
오래 신다보면 발볼 바깥쪽으로 하중이 치우쳐 걸음걸이가 변하게 된다. 엄지발가락만 가느다란 끈에 끼운 채 걷다보니 발가락 하나가 신발 전체를 끌고 다니는 형국이다. 신발이 벗겨질까 발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뒤뚱뒤뚱 걷게 되므로 발가락 자체가 받는 하중도 커진다. 이 과정에서 발목관절에 끊임없이 부담을 주고 비틀림 현상이 지속된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은 “조리를 신을 때 엄지발가락과 둘째발가락 사이에 끈이 마찰돼 발가락 상처가 생기는데, 발에 무좀을 가진 사람은 발가락에 상처가 날 경우 염증이 악화될 수 있다”며 “무좀 환자에겐 발등을 덮는 일반 슬리퍼나 스포츠샌들이 추천된다”고 조언했다.
요즘 유행하는 슬리퍼 형태의 하이힐인 뮬도 마찬가지다. 발목을 안정적으로 지지하지 못해 발목을 접질리는 일이 잦다.
장마철 필수 아이템 ‘레인부츠’
레인부츠는 장마철에 발이 물에 젖지 않도록 보호해 인기다. 하지만 주로 고무나 합성수지로 만들어져 통풍이 원활치 않고 신발 속이 습해져 ‘무좀균의 온상지’로 꼽히기도 한다. 무좀을 피하려면 레인부츠를 신고 외출했다가 귀가한 뒤에는 발의 물기부터 제거해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야 한다.
레인부츠의 딱딱한 밑창도 발건강에 걸림돌이 된다. 조준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소장은 “충격 흡수력이 떨어지는 밑창은 발바닥에 반복적인 미세손상을 가한다”며 “발바닥을 둘러싼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인부츠는 굽이 낮고 발목 정도까지 올라오는 게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임 원장은 “고무 성분에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은 접촉성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며 “맨발로 신지 말고 땀 흡수력이 좋은 면 양말을 함께 신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이어 “외출 후 바로 물기를 제거하고 서늘한 그늘에 뒤집어 건조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며 ‘구긴 신문지를 레인부츠 속에 넣어두면 습기 및 악취 제거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의료진 필수아이템 ‘크록스(CROCS)’
2002년에 출시된 미국식 고무신 크록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고무 재질로 마음대로 다뤄도 손상이 적은 데다가 착용감이 편해 90개국에서 3억 켤레 이상 팔렸다. 푹신한 착용감에 매일 응급상황에서 근무하는 대학병원 의료진들의 ‘잇 아이템’이 돼버렸다.
조 소장은 “크록스는 족궁을 지지하지만 뒤꿈치를 제대로 잡아주지 못해 오래 신으면 안 된다”며 “족궁이 아주 높거나 발과 발목의 부종이 심한 사람에게 크록스가 도움이 되지만 어떤 이유에서도 하루에 10시간 넘게 신는 것은 추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알렉스 코르 미국 족부질환 스포츠재단 대표는 “크록스를 신다가 뒤꿈치나 족궁이 아프다고 찾아오는 환자 수가 크게 늘었다”며 “뒤꿈치가 불안하면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 힘줄염과 굳은살이 생길 수 있고, 발가락 모양과 발톱이 변형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닥 부분이 쉽게 접히는 크록스는 특성상 이런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