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은 같아도 발생 원인과 치료법이 다른 질병들을 구분하고 질병과 질병 사이의 관계를 규명할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찾았다. 겉보기에 같은 증상이 나타나도 환자가 실제 걸린 각 질병의 세부 특성을 파악해 맞춤형 치료법을 찾아내는 ‘질병 세부 지형도’ 제작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한범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과 함께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찾은 유전자를 활용, 생물학적 기전이나 치료법 등 세부 특성에 따라 질병을 소분류로 구분해주는 의학통계 알고리즘 ‘붐박스’(BUHMBOX)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붐박스’는 특정 질병 ‘A’에 걸린 환자군 유전자에 또 다른 질병 ‘B’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가 얼마나 있는지 검증해주는 알고리즘이다. 질병 ‘A’의 소분류 중 질병 ‘B’와 관련 있는 소분류가 있다면 질병 ‘A’ 환자군 유전정보에 질병 ‘B’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집중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유전자 사이의 양성 상관계수(positive correlation)를 측정하는 작업을 반복해 전체 질병 지도를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질병의 소분류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특정 질병 안에는 서로 다른 여러 소분류가 있는데 이들 사이에는 생물학적 기전, 예후, 약물 반응 정도 등이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현재까지는 질병마다 어떤 소분류가 존재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환자에게서 증상이 나타나야지만 후행적으로 소분류의 확인이 가능했다.
또 이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A 질병과 B 질병의 소분류에 들어있는 유전정보를 확인해 두 질병 사이의 유전적 유사성 등의 관계도 규명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치료 약이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 다른 질병의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렇게 질병과 질병 사이의 양성 상관계수(positive correlation)를 측정하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전체 질병 지도를 그릴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전체 질병의 세부 지형도가 완성될 경우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질병의 소분류가 파악돼 환자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한범 교수는 “유전체 빅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특성별 소분류를 구분해 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며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질병의 세부 지형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질병 세부 지형도를 이용해 각 질병 특성에 맞는 치료법을 개발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유전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제네틱스(Nature Genetics, 임팩트 팩터=29.352)’에 최근 게재됐다.